패션 에디터의 시골 라이프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주말에 짬을 내 낚시를 떠나고, 작은 텃밭을 가꾸는 일부터 도시 양봉을 실천하거나 귀촌을 감행하기까지. 저마다의 방법으로 자연을 곁에 들인 사람들을 만났다.



“24절기를 고스란히 느껴요”

패션 에디터에서 하동댁이 된 그녀. 따뜻한 볕이 드는 한옥 툇마루에 앉으면 눈앞에 지리산 자락이 펼쳐지는 이곳은 그녀가 시골살이를 결심하고 떠나온 곳이다. 매일 자연의 섭리를 깨친다는 시골살이 3년 차, 김자혜의 하동 라이프.



서울에서도 가장 유행에 민감한 코스모폴리탄의 패션 에디터로 살다가, 300km나 떨어진 하동으로 내려갔어요.

서울에서 살며 출퇴근하는 일상에 지쳤을 때였어요. 대출금 없이 조금 벌고 조금 쓰면서 살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회사를 그만두고 우리가 가진 금액에 맞는 곳을 찾아 전국을 다녔죠.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서천, 부여 등 충청도 주변을 주로 봤는데 마음에 차는 집이 없었어요. 그러던 차에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 하동에 오게 됐죠. 우연히 <교차로>에 나온 집을 봤는데 바로 이곳이에요. 마음이 동했죠.


시골에서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흘러가나요?

해 뜨면 밥 해 먹는 걸로 하루를 시작해요. 서울에선 주된 일상이 ‘일’이잖아요. 또 직장에서의 일을 제외한 많은 일을 처리하는 데 값을 지불하고요. 작게는 운동화 빠는 일부터 크게는 동파되면 수리공 부르는 일까지. 여기서는 기동력이 좋아져요. 삼시 세끼를 차려 먹고, 모든 일을 직접 하죠. 가끔 글을 쓰기도 하지만 제 주된 일은 마당을 손질하고 꽃을 보살피는 거예요. 하루가 꽤 빨리 지나가고, 해가 지면 잠자리에 들 채비를 해요.



단정하고 정갈한 김자혜의 하동 집. 밀짚모자와 낮은 운동화, 시골 삶의 기동력이 출발하는 공간이다.


하동 라이프의 이상과 현실을 이야기한다면요?

대단한 이상을 실현하거나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려고 이곳에 온 건 아니에요. 단지 여행하듯 살고 싶었거든요. 물론 어려움을 말하자면 셀 수 없어요. 처음 이곳에 왔을 땐 당장 벌이가 없으니 최소한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래채에 민박을 주기도 했고, 춥고 긴긴 겨울날을 지낼 땐 꽤 고단하기도 하니까요.


도시에서 발견할 수 없는 시골의 매력은 뭔가요?

도시에 살면 그냥 사계절만 느끼잖아요. 이곳에선 절기를 느껴요. 입춘 다음 날엔 촌부들이 약속이나 한 듯 매실나무 가지치기를 하고, 경칩이 되면 추운 날에도 개구리가 울어요. 한파주의보가 내린 한겨울에 매화 꽃눈이 맺힐 때, 그 희열과 경탄은 도시에서와 전혀 달라요. 값으로 치면 아주 사소할 테지만, 어느 누구라도 발견하지 못하면 영영 모를 것들이죠. 저도 원래 그런 사람이었거든요. 자연에서 얻는 기쁨이 굉장하고, 자연이 주는 위로와 희망이 무엇인지 알게 됐어요. 봄을 맞아 어제는 앞마당 라벤더에 영양제를 선물하고, 시장에서 튤립 구근을 사 왔어요. 보세요! 친구들이 심어놓고 간 매화나무에 벌써 꽃이 피었네요.



곳곳에 패션 에디터 출신의 감각이 엿보이는 소품들이 눈에 띈다. 이 집 방 한 칸을 내어 숙박객을 받기도 했었다. 하루쯤 숨어들어 묵어가고 싶은 집이다.


얘기를 들을수록 마음이 편안해 보여요.

전에 비해 여유로워졌어요. 일상이 심플해지면서 불필요한 옷과 그릇, 책도 많이 버렸죠. 그러면서 진짜 내 인생에서 소중한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고요. 인간관계가 정리되는 것도 좋아요. 시골에는 없는 게 많으니 사소한 것을 대할 때도 감사해지죠. 가령 하동 읍내에서나 맛볼 수 있는 치킨을 마주할 때처럼? 하하.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 짓고 사는 게 로망인 시대가 됐어요. 유유자적 라이프를 추구하는 트렌드를 어떻게 보나요?

처음 하동에 왔을 때 누구는 땅을 빌려라, 누구는 농사 기술을 배우라고 충고를 건넸는데, 제게 그런 이야기들은 폭력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서울에 살면서 듣는 말들, “당연히 대기업에 들어가라”, “결혼은 어떤 남자와 하라”라는 이야기와 같은 맥락이죠. 가슴이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진짜 원하는 삶을 각자가 살아내는 거죠. 원하는 것이 진심이라면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귀촌이든, 서울살이든요.




귀촌, 로망과 현실 사이

1 시골에 산다는 건 상상 이상으로 지루하단 사실 해 지면 할 게 없고, 음주가무를 즐길 곳도 없다. 게다가 피자·치킨·족발 배달도 불가능한 시골이라면 삼시 세끼를 해 먹어야 한다. 집 안에 머물기 좋아하고, 요리가 가능하고, 무언가 키우기 좋아하는 성향이 아니라면 그냥 도시 라이프를 즐기길.


2 버리는 건 크고 얻는 건 작은 삶일 수 있다 박완서 <그 남자네 집>에도 나오듯 ‘실리와 편리 둘 다 희생하고 얻은 게 기껏 분꽃이나 채송화 나부랭이’일지도 모른다. 소박한 삶을 꿈꾸는 사람이 아니라면 행복 지수가 하향 곡선을 그릴 것이다.


3 도시에서 행복한 사람은 시골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도 말한다. 어떻게 살아서 행복한 건 아니다. 어디서도 불평하는 사람은 시골에 와서도, 지상낙원에 가서도 불평할 것이다. 귀촌이 트렌드라고 해서 시골에 온 사람들은 금세 후회할 것이 뻔하다. 이곳에서의 행복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것을 찾지 못하면 불행할지니, 결국 모든 것은 태도에 달렸다! 너무 비관적이라고? ‘도시를 떠나서 행복하다’란 방정식을 부숴봐라. 떠나면 예상 외로 포기해야 할 것이 많고, 대가가 크니까.

주말에 짬을 내 낚시를 떠나고, 작은 텃밭을 가꾸는 일부터 도시 양봉을 실천하거나 귀촌을 감행하기까지. 저마다의 방법으로 자연을 곁에 들인 사람들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