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콘텐츠를 만드는 여자들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다들 하고 살지만 모두들 쉬이 입 밖으로 내지 않는 주제, 섹스. 섹스와 여자의 욕망 그리고 그와 관련된 권리는 오래도록 수면 아래에 있었다. 짜릿한 여자의 욕망을 자극하는 성인 소설을 써내는 작가, 자신의 섹스 경험담을 여과 없이 털어놓는 만화가. 침묵하고 있던 여자들이 이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들이 섹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렇다. “자신의 욕망을 인정하고 주체적인 태도를 지녀 남자와 동등한 관계를 가지는 것.” 각종 폭력이 행해지는 사회 현상 속에서 #미투와 같은 운동이 지속되려면 우리는 먼저 이들처럼 ‘우리의 이야기’를 하는 법을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 섹스,섹스콘텐츠,민조킹,민서영,직업

“야한 걸 좋아하지만 너랑은 안 해”  작가 민서영 여혐 현상을 꼬집는 네 컷 만화 <썅년의 미학>을 연재 중인 민서영 작가는 앞서 <아저씨와 조카의 사정> 같은 성인 소설을 쓰고 각종 플랫폼에 여성 주체의 성인 콘텐츠를 선보여왔다. 그녀는 여성 성인물 작가를 보는 시선에 대해 꼬집는다. “섹스에 관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하면 ‘아, 그럼 섹스 좋아하겠네?’, ‘내가 소재 좀 줄까?’라는 식의 끈적한 시선을 받게 되죠. 그럴 땐 말하죠. ‘야한 걸 좋아하지만 너랑은 안 할 거야!’ 우리는 성인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물론이고 그를 소비하는 여자에게조차 눈총을 보내요. 일단 그 시선부터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자들이 ‘말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남녀 간에 섹스와 관련된 상호 이해와 건강한 담론을 형성하는 게 가능하죠.” SNS에 ‘#직업으로서의야설가’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다양한 이야기를 썼어요. ‘성인물 작가’라는 직업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것이었죠. 많은 사람이 섹스에 관해 이야기하는 여성은 유난히 성에 개방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헤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성인 소설이나 칼럼을 쓰는 작업은 어디까지나 제 일이고, 설령 제가 야한 걸 좋아하는 여자라고 해도 그들이 그것에 대해 왈가왈부할 권리는 없는데 말이에요. 성인 콘텐츠를 만드는 여자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는 한국에서 연애나 섹스 이야길 하는 건 어쩌면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연애나 섹스 이야기를 글로 쓰기 시작한 게 스무 살 때였는데 그 계기는 사실 코스모폴리탄이었어요. 일명 ‘돌고래 바이브’라는 바이브레이터 사용기가 적나라하게 실려 있었거든요. 그때 받은 느낌은 충격에 가까웠는데, 한편으론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실제로 글을 쓰면서 든 생각은 ‘나 이거 잘하는 것 같아’였고요. 섹스 이야기는 너무 재미있는 소재인데 아무도 대놓고 그 이야기를 안 하는 거예요. 그게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섹스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게 왜 중요할까요? 2018년에도 여자들이 섹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여전히 비밀스러워요. 아니,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가 이래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사실 진짜 불편한 건 남자와 여자에게 다르게 적용되는 이중 잣대예요. 남성의 성은 희화화하든 찬양하든 공개적으로 거론돼왔죠. 늘 수면 위에서 이야기됐다고요. 하지만 여성의 성은 언제나 ‘비밀스러운 것’이라는 허울 좋은 말에 가려져 있었다고 생각해요. 여자가 무조건 개방적인 섹스를 해야 하고, 야한 콘텐츠를 소비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에요. 섹스에 대해 무조건 쉬쉬할 게 아니라  자유롭게 말하고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몸이잖아요. 그러니까 스스로 공부해서 섹스에서든 관계에서든 주도권을 남에게 줘버려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일단 우리가 이야기를 시작해야겠죠. 자신의 욕망을 인정하고 당당히 말하는 자세는 여성의 삶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키죠. 맞아요. 사실 자신의 욕망을 인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권에 대한 담론을 주고받는 일은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동안은 한 뭉치로만 존재했던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이 있는 개인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과정에 있는 거죠. 그냥 ‘여자’로만 존재했던 사람들이 자신의 욕망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그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는 과정은 삶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게 해요. 여자들이 자신의 욕망이나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개인의 변화에 앞서 그런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도 중요하죠. 섹스에 대해서 여자들이 까놓고 이야기하려면 누군가가 나서서 그 이야길 많이 하는 수밖에 없어요. 이런 이야기를 해도 괜찮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물이 100℃에서 끓잖아요. 지금은 그 100℃를 만들기 위해 땔감을 집어넣는 시기인 거예요. 미투 운동도 그렇고요. 그게  불씨가 돼 커다란 횃불이 되는 거겠죠. 그 불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서 저는 더욱더 여자 그리고 여자의 욕망에 대해 이야기할 거예요. “섹스는 그냥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예요”  작가 민조킹 민조킹이 그리는 벗은 남녀는 귀엽다. 동글동글한 몸의 캐릭터들은 침대 위에서 사랑을 나누고 섹스에 대해 말한다. “그냥 연애의 민낯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섹스는 누구나 하고 있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소재잖아요. 저는 그저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귀엽고 야하고 쓸데없는 그림책> <모두의 연애> <쉘 위 카마수트라>까지, 연애와 섹스에 대한 책을 냈죠. 우리 주변에 흔한 연인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책들을 엮어냈죠. 판타지로 무장하지 않은, 그냥 우리의 모습들이오. 연애를 하면 당연히 마주하게 되는 섹스에 대한 이야기도 포함돼 있고요. 민조킹의 그림을 두고 ‘침대 감성’이란 말을 쓰죠. 침대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주 솔직하게 표현돼 있어서요.  ‘야한 그림’을 그려야겠다 생각하고 작업을 한 건 아니었어요. 남녀 관계를 묘사함에 있어 앞서 말했듯 섹스는 연애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잖아요. 그래서 벗은 남녀가 침대 위에서 하는 대화나 체위를 그리게 된 거죠. 그걸 두고 사람들이 섹드립도 치고 “나도 그렇다”라고 피드백을 주는 게 재미있었어요. 민조킹의 그림은 여자도 소비할 수 있는, 여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콘텐츠라는 점이 다른 성인 콘텐츠물과 다르죠. 맞아요. 저는 남성의 시선에서 여자의 몸을 과장해 그리지 않아요.최근 <쉘 위 카마수트라>를 펴낸 것도 사람들에게 관계와 섹스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어요. 많은 성인 콘텐츠가 왜곡된 정보나 판타지를 양산하니까요. <쉘 위 카마수트라>는 체위뿐 아니라 섹스할 때 여자가 느끼는 점, 남녀의 서로 다른 몸의 언어 등이 잘 묘사돼 있어요. 일종의 ‘섹스 지침서’ 같죠. “몰랐던 걸 알게 됐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도 똑같다는 걸 알았다” 하는 식의 반응이 많아요. 사람들이 섹스에 관한 대화를 하지 않을 뿐더러 섹스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는 콘텐츠가 부재했기 때문에 생겨나는 반응이죠. 섹스에 대해 대화하고 콘텐츠가 만들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시도가 조금씩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유튜브 채널 같은 다양한 매체에서 섹스를 이야기하는 콘텐츠가 생겨나고, 또 여성 지향적인 성인용품 숍이 늘어나는 동시에 섹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제가 만들어내는 콘텐츠가 더 눈총받았을 수도 있겠죠. 지금은 일종의 과도기라고 생각해요. 물론 섹스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죠. 굳이 자신의 가치관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적어도 말하고 싶고,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 대한 대화가 이루어질 플랫폼은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섹스는 이상한 게 아니고 그냥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