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생리컵'을 파는 여자

한 달에 한 번, 일 년에 열두 번, 일생 동안 적어도 400번. 이토록 오랜 기간 많은 양의 피를 흘리면서 왜 우리는 한 번도 이에 대한 의문을 품지 않았을까? 생리와 여자의 몸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과 더 잘 피 흘리기 위해, 지금껏 말하지 못한 빨간 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BYCOSMOPOLITAN2018.03.29

이지앤모어 안지혜 CEO


‘똑똑한 월경 라이프’를 지향하는 벤처기업 

‘이지앤모어’는 국내 최초로 생리컵을 출시했다. 생리대에 비해 사용 기간이 길어 일각에선 ‘시장성’이 없다고 말하는 생리컵을 출시할 수 있었던 데는 생리와 관련된 여자들의 목소리를 꾸준히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먼저 시장을 만들고 싶었어요. 생리가 귀찮기만 한 게 아니라 ‘다른 생리용품을 사용하면 좀 더 편해질까?’라는 생각이 가능하도록 옵션을 주고 싶었죠. 여성들이 건강한 월경 라이프를 시작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모토니까요.” 


이지앤모어는 저소득층에 생리대를 기부하는 걸로 유명해진 소셜 벤처 회사죠. 

처음엔  ‘생리대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라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온라인과 오프라인 생리대 가격의 차이가 큰 걸 알지만 미리 준비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생리대를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진행하기 위해 시장조사를 하다가 가격 때문에 생리대를 사용할 수 조차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죠. 서비스를 준비하던 과정에서 ‘깔창 생리대’ 사건이 터지기도 했고요. 


생리컵을 만든 것도 그와 관련이 있나요?  최근 국내에서 최초로 식약처 허가를 받아 생리컵을 출시했죠. ‘페미사이클’을 수입해 출시했고, 자체 브랜드 생리컵 ‘블랭크컵’을 출시할 예정이라 들었어요. 

맞아요. 월경용품 가격을 낮추고자 자체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지만 사실 소셜 커머스의 생리대 가격을 우리 같은 작은 기업이 따라가긴 어렵더라고요. 기부를 하려면 일단 사람들이 우리 제품을 써야 했어요. 어떻게 하면 지속적으로 많은 저소득층 아이에게 생리용품을 지원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궁극적으로 월경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해준다면 사람들이 계속 우리 회사를 찾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 방법이 생리컵을 출시하는 것이었군요. 

네, 맞아요. 사람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시작했는데 조사 대상인 여성의 92%가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한다고 대답했고 그중 67%가 피부 짓무름과 같은 부작용을 경험했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놀라운 건 일회용 생리대에 대한 부작용을 호소한 사람들이 선택한 방법은 ‘다른’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는 것이었죠. 해외에는 월경컵, 해면 탐폰, 울 탐폰, 띵스라는 생리 팬티 등 많은 선택지가 있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했죠. 그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먼저 시도한 건 ‘월경컵 수다회’를 여는 것이었어요. 


생리컵에 대한 여자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자리였겠네요.

생리컵을 써본 사람과 써보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자유롭게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임이죠. 2016년부터 ‘월경컵 수다회’를 열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어요.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면요? 

어떤 분이 “생리용품을 사용하는 과정엔 직진만 있지 후진은 없다”라고 얘기하셨어요. 일회용 생리대를 쓰다가 탐폰을 쓰면 일회용 생리대로 돌아가지 않고, 탐폰을 쓰다가 월경컵을 쓰면 탐폰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이야기였죠. 정보만 있다면 여성들은 자신에게 맞는 생리용품을 골라 쓸 수가 있어요. 그 때문에 우리는 단순히 생리용품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여성용품에 대한 지속적인 정보 공유 또한 중요하게 생각해 그에 대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어요. 


생리컵이 여자들의 ‘월경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생리컵을 출시하며 느낀 변화가 있다면, 사람들이 이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또 사용해본 사람들이 후기를 올리는 데 상당히 적극적이란 거였어요. 생리대를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려 후기를 쓰는 것은 쑥스러워하는 반면 월경컵을 배송받고 “새로운 세상이 열릴 거야”라고 기대감을 드러내는 걸 보면 좀 신기해요. 어쩌면 생리컵이 월경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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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김소희
  • 사진 김봉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