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지 패션 디자이너. 옷을 만들고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을 골라 소개한다. 보광동의 오래된 집을 발품 팔아 모은 빈티지 소품으로 꾸며 살고 있다.
좋아하는 스폿
거실. 공간이든 소품이든 누군가의 손때가 묻은 걸 좋아한다. 이 집의 거실 벽과 천장은 모두 나무로 이뤄졌는데,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나무 특유의 온기와 반질반질 빛나는 윤기가 있어 좋다. 벽 한쪽엔 이 집에 살던 누군가가 아이의 키를 잰 흔적도 있다. 가만히 앉아 이 집이 품은 그런 장면을 상상하는 게 재미있다.
김혜지의 거실. 옛날 집의 결을 잘 살려 꾸몄다.
적은 노력으로 공간을 꾸미려면
오래 살 집이거나 내 집이 아닌 이상 인테리어를 자주 바꾸긴 어렵다. 그럴 때 패브릭이 유용하다. 좋아하는 패턴의 천을 벽에 붙이거나, 보기 싫은 걸 가리는 용도로 사용하면 분위기가 꽤 달라진다. 내 경우엔 자연 소재를 좋아해 동네 뒷산을 산책할 때, 혹은 친구들과 바다에 놀러 갈 때 작은 돌, 마른 나뭇가지, 조개껍질 같은 것을 주워 오곤 한다. 누군가는 “그런 걸 왜 주워 오냐”라고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유리 글라스에 돌을 넣거나 나뭇가지를 툭 쌓아놓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데커레이션 아이템이 된다.
공간에서 받는 기쁨
벽 한쪽에 창처럼 달린 장식장은 특히 애정이 가는 가구다. 그 선반에 내가 좋아하는 걸 툭 올려둔다. 수납 기능으로 활용한다기보다 내 일상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두어 자주 보기 위해서다. 나는 늘 자연과 가까이하고 싶기 때문에 자연을 환기하는 오브제, 좋았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여행지나 구제 시장에서 산 소품 등을 올려두고 액자처럼 들여다본다. 그런 시간이 디자인을 할 때, 혹은 오브제를 컬렉팅할 때 영감을 주는 것 같다.
1 포스터로 감각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2 주워온 돌과 나뭇가지들.
Tip 자기 취향이 한 단어로 정리되지 않는다면, 우선 취향을 먼저 찾아보자. SNS와 웹 서핑을 하다가, 혹은 어딘가를 돌아다니다가 눈에 들어오는 이미지를 찍거나 캡처할 것. 그리고 어느 정도 모이면 한 시야에 들어오게 펼친다. 그 안에서 일관된 무언가가 보인다면 그게 당신의 ‘취향’이다.
3 동묘 빈티지 시장에서 구매한 것. 4 패브릭을 벽이나 가전제품에 붙이면 분위기 전환에 좋다.
김혜지의 즐겨찾기
29cm(www.29cm.co.kr)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을 시의적절하게 잘 소개해줘서 즐겨 찾는다. 트렌드를 직관적으로 볼 수 있어 좋다.
동묘 시장 우리나라의 진짜 ‘빈티지’를 만날 수 있는 곳. 주말에 가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돗자리를 펴고 자신들의 이야기가 담긴 물건을 팔러 나오는데, 그 속에서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으로 소품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올위원트월드(allwewantworld.com) 자신만의 고유한 취향을 갖고 싶은 이를 위한 놀이터 같은 온라인 라이프스타일 숍. 대부분 소량으로 제작되는 소품들이라 자연스럽게 희소성을 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