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여행의 뉴 키워드 4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스위스를 상상할 때 자동으로 떠오르는 장면들. 보글보글 끓는 퐁뒤, 눈 덮인 알프스산맥, 달콤한 초콜릿! 스위스의 고정 수식어가 된 저 세 단어를 벗어나면 더 매력적인 스위스를 만날 수 있다. 스위스 여행의 새로운 키워드 4. | 스위스,여행,프라이탁,힙스터,올림픽

(위부터)취리히의 랜드마크, 취리히 중앙역. 스위스 수도, 베른을 감싸는 아레 강.취리히의 ‘힙스터 문화’를 엿볼 수 있는 25hours Hotel 로비.힙스터를 따라서  취리히의 힙스터 문화가 궁금한가? 베를린, 도쿄, 브루클린에서 흔히 마주치는 ‘자전거 탄 힙스터의 등’에 그 힌트가 있다. 힙스터들이 유니폼처럼 착용하는 가방, ‘프라이탁’을 알고 있다면 취리히가 지향하는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지속 가능한 삶)을 절반은 이해한 것이다. 우리가 ‘독일산’으로 오해하는 프라이탁의 출생지가 바로 취리히기 때문. 지금 스위스의 ‘핫’한 트렌드를 좀 더 직관적으로 경험하고 싶다면 취리히 웨스트 지구로 향하자. 1980년대까지 이 나라의 경제를 책임졌던 서쪽의 공업 지역은 이제 독특하고 창의적인 업사이클링 문화가 가득한 공간이 됐다. 더 이상 배를 생산하지 않는 옛 조선소 ‘시프바우’에는 재즈 클럽과 카페, 레스토랑이 자리하고, 제철 회사의 주물 공장 ‘풀스5’ 안쪽에선 크래프트 숍과 갤러리 등을 만날 수 있다. 스위스의 아트 신이 궁금하다면 100년 된 뢰벤브로이 브루어리의 빈 자리를 쿤스트할레 취리히, 미그로스 현대 미술관 등으로 채운 ‘뢰벤브로이 예술단지’를 찾아볼 것. 시내에서 가장 접근하기 쉬운 곳은 역시 취리히의 뉴 랜드마크, 프라이탁 플래그십 스토어가 있는 하트브뤼케 지역이다. 철로 교각 아래의 공간을 개조해 패션, 라이프스타일, 로컬 크래프트 숍과 레스토랑, 카페 등이 들어선 ‘임 비아둑트’는 지금 취리히 사람들의 데이트 코스, 주말 놀이터로 사랑받는 곳이다. (왼쪽부터)올림픽의 지난 역사를 여행할 수 있는 올림픽 뮤지엄. 역대 올림픽 포스터를 살 수 있는 기념품점. ‘올림픽’을 여행하는 법  IOC 본사가 스위스에 있다는 사실 말고도 스위스와 올림픽의 연결 고리는 많다. 매년 올림픽을 비롯해 500여 개 스포츠 행사의 공식 타임키퍼로 활동하는 오메가의 기술 연구소, ‘스위스 타이밍’은 스위스의 대표적 시계 브랜드 스와치 그룹의 자사다. 스위스 타이밍은 치밀하고 정교한 기술이 필요한 올림픽 경기에서 100년 이상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계측과 분석을 선보이며 시계 강국의 저력을 증명하고 있다. 여행자가 경험할 수 있는 스위스의 올림픽 콘텐츠는 로잔에 위치한 ‘올림픽 뮤지엄’이 대표적이다. 올림픽의 유구한 역사를 꼼꼼히 아카이빙한 유일한 공간으로 매년 25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올림픽의 감동과 영광을 경험하기 위해 방문한다. 단순히 역사적인 흔적을 진열하는 평면적인 전시에 그치지 않고, 역대 올림픽 참가 선수들의 영광의 순간을 재현한 미디어 아트, 올림픽 경기를 가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가상 현실 게임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인다. 88 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 호돌이 오리지널 토이, 전설의 육상 선수 칼 루이스의 나이키 러닝화 등의 에디션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되는 ‘덕후’라면 더욱 들러볼 만하다.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로 분주한 지금, 올림픽 뮤지엄에선 한글과 한류, 한복, 한옥, 한지 등 한국을 테마로 한 다양한 콘텐츠의 특별 전시(3월 11일까지)도 만날 수 있다. 프랑스로 넘어갈 계획이 있다면 국경에 접한 소도시 라쇼드퐁의 ‘올림픽 종’ 주조 공장에 들러보길.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고향으로 알려진 이 마을에선 지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사용될 올림픽 종 제작이 한창이다. 2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종 주조 공장, ‘블롱도 파운드리’에선 수 세기 전부터 이어져온 전통적인 방식으로 종을 만든다. 작업장에 들어서면 투박한 손으로 모래 거푸집에 용암처럼 흐르는 청동을 붓고 식혀 종을 만드는 우직한 장인을 만날 수 있다. 알프스의 산등성이를 배회하는 소들의 목에 매다는 앙증맞은 ‘카우벨’은 라쇼드퐁에서 꼭 사야 할 기념품이다.샤슬라 와인의 메카, 라 꼬뜨 지역의 와이너리.샤슬라를 잊지 마세요와인은 치즈만큼이나 스위스의 자부심이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선 찾아보기 힘드냐고? 스위스 사람들이 ‘귀하고 좋은’ 술을 자국 내에서 거의 다 소비하기 때문. 실제로 이 나라의 1인당 와인 소비량은 무려 38리터로 세계 4위를 차지한다. 스위스 와인 총생산량의 단 1.5%만 수출되는데 그마저도 대부분 유럽을 벗어나지 못한다. 따라서 스위스 와인은 스위스에 갔을 때 맛보는 것이 ‘득’이다. 스위스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와인 품종 중 단 한 가지만 골라야 한다면 ‘샤슬라’를 기억하자. 와인 애호가에게도 생소한 이 이름은 스위스에서 두 번째로 많이 생산되는 포도 품종이다(1위는 피노 누아). 스위스의 샤슬라 최대 생산지인 보 지역에선 매년 5~6월, 와인 메이커들이 보물 창고처럼 꽁꽁 숨겨둔 와인 동굴을 개방해 그해 생산한 신선하고 질 좋은 와인을 선보인다. 와이너리 투어에 관심이 있다면 2016년 세계 최고의 샤슬라로 선정된 ‘라 꼬뜨 모르주 비에유 비뉴‘를 탄생시킨 ‘케이브 드 라 꼬뜨’가 만족스러운 좌표가 돼줄 것이다. 보 지역에서 두 번째로 와인을 많이 생산하는 라 꼬뜨 지역의 와인 협동조합으로, 라 꼬뜨 모르주 비에유 비뉴 외에도 질 좋은 로컬 와인을 다양하게 테이스팅할 수 있다. 상큼하고 단 열매의 풍미가 깔끔하게 느껴지는 화이트 와인, 샤슬라 한 잔에 제네바호에서 잡은 숭어·연어 요리를 곁들이면 알프스의 자연이 입안에 들어온 기분이다. 호르겐글라루스의 쇼룸 전경.스위스식 라이프의 완성, 의자    도시를 벗어나면 어디에서나 펼쳐지는 알프스의 봉우리, 그 안의 울창한 숲을 감상하다 보면 저 빼곡한 나무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 늠름한 나무를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스위스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가구 브랜드, 호르겐글라루스의 의자를 사면 된다. 순도 높은 100년산 스위스 목재로 만든 이 의자는 비트라의 조명, 알바 알토의 화병이 삶의 질을 높여준다고 생각하는 이에게 예술 작품만큼이나 가치있는 오브제다. 1880년부터 시작된 호르겐글라루스는 ‘스위스의 문화적 자산’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만큼 스위스의 근현대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베른의 국회의사당, 라쇼드퐁 시어터, 융프라우 산 꼭대기 전망대에서 어딘가에 앉은 적이 있다면 이미 호르겐글라루스를 경험한 것. 가구 컬렉터들의 사랑을 받는 호르겐글라루스의 의자는 당대를 대표하는 스위스·유럽 출신의 건축가,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진화해왔다. “매년 새로운 디자인과 용도의 제품을 선보이지만 기본적인 기조는 한결같습니다. 우리는 스위스 특유의 직선적이고 명료한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CEO 마르코 벵거의 설명이다. 호르겐글라루스의 의자가 특별한 이유는 서서히 자라 속이 꽉 찬 스위스산 비치우드, 그리고 200년 넘게 고수하는 전통 기술에 있다. 100년 된 목재를 100℃의 증기실에서 말랑말랑하게 가공한 후 동그랗게 말아 틀을 만드는데, 실제로 의자에 앉아보면 엉덩이에 맞춤처럼 착 붙는 느낌이 든다. 테이블 앞 의자에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누며 알프스의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는 스위스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