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 만드는 아내, 커피 내리는 남편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친구끼리는 돈거래도, 동업도 하는 게 아니라는 ‘어른들 말씀’을 거역하고 ‘동업’과 ‘창업’의 험난한 전선에 뛰어든 커플들이 있다. 카페와 서점을 열고 브랜드를 론칭한 세 커플을 만나 물었다. 일과 사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은 비결. | 비즈니스,창업,동업,사업파트너,커플

파티시에 김지영 + 로스터 전원득 스튜어디스 출신의 파티시에 김지영과 재즈 뮤지션 전원득은 결혼과 동시에 동업을 시작했다. 두 사람이 치약 짜는 습관부터 맞추기 힘든 결혼 생활과 ‘창업’이라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미션을 잘해낼 수 있는 이유.결혼과 동시에 동업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김지영(이하 ‘김’) 나는 디저트를 만드는 일을 하고, 남편은 음악 하는 사람이라 커피를 좋아했다. 그래서 데이트할 때 유명하거나 새로 문 연 디저트 숍과 카페를 열심히 찾아다니다 보니 커피는 맛있는데 디저트는 별로거나, 디저트는 힘이 있는데 커피가 약한 곳이 많았다.‘우리가 천천히, 성실하게 준비한다면 둘 다 맛있는 공간을 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3년 전부터 각자 프랑스에서 제과 과정 연수를 받고, 큐그레이더 자격증을 따는 등 차곡차곡 함께 단계를 밟아나갔다. 아내와 달리 남편은 직업을 바꿨다는 뜻인가? 전원득(이하 ‘전’) 맞다. 아내와 달리 나는 본업이 따로 있었다. 음악 작업을 하다 보니 커피를 자주 마셨고 좋아하기도 해 그냥 교양 삼아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는 정도였다. 그런데 연애하면서 이 친구와 디저트 이야기, 커피 이야기를 자주 하다 보니 그 세계를 좀 더 깊이 알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필요한 자격증을 따고,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와 독립 카페 등에서 일하며 경험을 쌓았다. 연애하면서 함께 창업을 준비하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다. 준비를 시작한 시기가 연애 초기라면 더더욱. 상대와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었나?  김 물론 연인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이 사람을 비즈니스 파트너로 생각했을 때도 그럴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한 적이 있었다. 망설임 없이 ‘예스’라고 자답했다. 나만큼 욕심이 있고 깐깐한 걸 알았기 때문에 함께 일한다면 뭐든 믿고 맡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전 미래는 잘 모르겠지만 상대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아내는 이미 케이크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이쪽 분야의 커리어를 쌓고 있었는데, 정말 진지하고 성실하게 일한다. 동업은 연인이나 부부로 함께하는 것과는 정말 다른 얘기인데, 일적인 면에서 확실히 신뢰가 갔다. 결혼과 동업을 동시에 시작했다. 꽤 큰 도전이었을 텐데 걱정됐던 점은 없었나? 가장 민감할 수도 있는 ‘돈’ 문제부터 시작해서 말이다. 전 우리가 함께 일하기로 결정한 후 세운 목표는 꽤 긴 시간과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한 일이다.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게 꿈이 아니었기 때문에 돈은 사실 우리에게 큰 문제가 아니다.김 동업 파트너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상대가 ‘무엇을 지향하는가’다. 만약 한쪽이 ‘그래도 돈을 좀 어느 정도는 벌었으면…’이라는 생각을 했다면 아마 ‘봉봉 커피&디저트’라는 공간은 없었을 거다. 물론 경제적인 부분을 배제할 순 없지만, 버는 돈을 다른 곳에 쓰지 않고 이 공간을 운영하는 데, 그리고 각자의 커리어를 더 쌓는 데 투자한다. 하루 종일 함께 있기 때문에 사실 카페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돈 말고는 딱히 쓸 데가 없다. 하하. 결혼을 해 부부가 됐으니 어딘가에 가서 데이트를 하거나 옷이나 신발을 살 필요가 없어졌거든.각자 맡은 파트는 다르지만 카페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공동 업무는 있을 것이다. 업무량이나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하나? 전 동업을 시작하면서 생각한 게 하나 있다. ‘아내가 나보다 먼저 이쪽 분야의 일을 시작했고 경험도 더 많으니, 내가 이 사람을 좀 더 서포트하자.’ 만약 둘 다 ‘상대가 나를 좀 서포트해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면 균형을 이룰 수가 없다. 아내와 내가 각자 바쁜 시간대가 다른데, 그때는 서로 번갈아가며 상대의 일을 돕는다. 함께 일하는 게 결혼 생활에 어떤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나? 김 상대방이 얼마나 고된 노동을 하는지 잘 알고, 각자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연습하고 메뉴 개발을 위해 연구하는 걸 보니까 존중하는 마음, 애틋한 마음, 고마운 마음이 저절로 들 수밖에 없다. 서운함 같은 감정을 가질 틈이 없는 거지.전 둘이 정말 대화를 많이 하는데, 대화의 주제가 하나다. ‘어떻게 하면 질 좋고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를 만들 수 있을까?’ 그러다 보니 다툴 일도, 잡념에 빠질 시간도 없다.종일 같이 있을 수 있어서 좋은 게 아닌가? 김 그렇다고 말하고 싶지만 현실성 없는 대답인 것 같다. 사실 오전 11시에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서 밤에 퇴근하기 전까지 남편을 실제로 마주하는 시간은 짧다. 온종일 작업실에 들어가 디저트 만들고, 클래스 준비하다가 오후 3~4시쯤 잠깐 햇빛 쬘 겸 키친에서 나와 커피 한 잔 후루룩 마시고 다시 작업하러 들어간다.    의견이 다를 땐 어떻게 해결하나?전 다툼으로 번지기 전에 이야기를 한다. 대화를 자주 나누는 게 중요하다. 내 경우 고객을 응대하는 공간에서 일하기 때문에 정리 정돈을 잘해야 하는데, 아내가 아주 가끔 정리를 잊을 때가 있다. 그럼 그때그때 바로 이야기한다. 지적을 하라는 뜻은 아니다. 아무래도 파트너이기 이전에 가족이기 때문에 내가 대신해줄 수 있는 부분은 저절로 도와주게 되더라. ‘이 사람이 게을러서 정리를 안 한 게 아니니까’ 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생기는 거다.  아까부터 이야기한, ‘함께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김 ‘봉봉’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믿고 먹을 수 있는 디저트와 커피를 만들고 싶다.전 거창한 목표를 갖는 것보단 우선 동네 로컬들과 단골 고객에게 인정받는 게 가장 먼저 이루고 싶은 목표다.커플이 함께 일할 때 주의해야 할 점!두 사람의 목표가 같은지 확인하자효율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어 경제적인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 목표인지, 돈과 시간이 좀 들더라도 자신만의 작업 혹은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인지 확인해야 한다. 상대방과 나의 목표가 다르면 제대로 동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둘 모두, 혹은 둘 중 한 사람이라도 전문성과 충분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같이 힘을 합쳐 열심히 일하면 안 되는 게 어디 있겠어’라는 막연한 생각은 실패를 부르기 쉽다. 창업을 할 경우, 내가 혹은 상대방이 동종 업계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 있는 수준인지 냉정하게 따져보자.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상대방이 잘 못하는 걸 지적하지 말고, 내가 잘하는 걸 그냥 하자함께 일을 하다 보면 내가 잘하는 일, 상대가 잘하는 일이 각각 다르다. 상대가 잘 못하는 일을 왜 못하느냐고 지적하기보단, 내가 잘하는 일을 그냥 하는 것이 낫다.    업무 내용과 업무량의 균형을 맞춰라만약 한 사람에겐 이 일이 생계와 커리어가 달린 일이고, 다른 사람에겐 본업 외의 활동이라면 사업을 대하는 둘의 태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동업을 시작하기 전에 그 일의 중요도, 업무량, 수익 배분 등의 문제에서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서로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일이어야 한다연인 혹은 부부가 한 사업장을 갖고 운영할 때, 어느 한쪽이 자신의 계획을 뒤로 미루고 상대를 도와주기 위해 일방적으로 배려하거나 희생해선 안 된다. 그 일이 둘 다 하고 싶은 일, 혹은 자신의 꿈과 계획을 위해 경험을 쌓고 싶은 분야라면 자잘한 문제가 생겨도 자발적으로 잘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