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이자 사업 파트너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친구끼리는 돈거래도, 동업도 하는 게 아니라는 ‘어른들 말씀’을 거역하고 ‘동업’과 ‘창업’의 험난한 전선에 뛰어든 커플들이 있다. 카페와 서점을 열고 브랜드를 론칭한 세 커플을 만나 물었다. 일과 사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은 비결. | 비즈니스,동업,창업,커플,코스모폴리탄

뮤지션 유승보+프리랜스 라이터 김혜미 그림책 서점을 함께 운영하는 그룹 ‘더 포니’의 유승보와 프리랜스 라이터 김혜미의 목표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다. 좋아하는 일을 사랑하는 사람과 ‘지금’ 함께하고 싶어서다.함께 서점을 연 계기는 무엇인가? 유승보(이하 ‘유’) 연애 초반 때 나는 사회 복무 요원으로 복무 중인, 그냥 낙서 수준의 그림을 그릴 줄 아는 뮤지션이었다. 소집 해제 후에 뭘 하고 살지 고민이 많았는데, 기자로 일하던 여자 친구가 “난 글을 쓰고 넌 그림을 그릴 수 있으니 같이 그림책을 만들어보자”라고 하더라. 그래서 함께 서점에도 자주 가고, 책도 많이 보고, 독특한 책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즈음 우연찮게 집에 놀러 온 친구가 집 곳곳에 쌓인 책을 보고 “서점 차릴 거야?” 하고 놀리더라. 근데 그게 되게 괜찮은 아이디어 같았다. 어차피 작업실도 필요했고. 그래서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렇게 서점을 오픈하게 됐다. 서점을 열었을 때 나이가 고작 20대 중반이었다. 망설여질 만한 요소가 너무 많은 나이 아닌가? 김혜미(이하 ‘김’) 하나에 꽂히면 이런저런 생각하지 않고 바로 행동에 옮기는 게 내 장점이자 단점이다. 하하. 유 나는 이것저것 재고 따지는 성격이라 리스크가 많은 건 선택하지 않는 편인데, 어느 날 덜컥 “부동산 계약했다”라고 하더라. 사실 둘 다 막연하게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두려운 게 별로 없었다. 덕분에 운영하면서 문제가 많이 생겨 혼이 좀 나긴 했지만. 하하. 일을 어떻게 분담하고 있나?유 서로 잘하는 게 완전히 달라 업무 분담도 순조로웠다. 여자 친구는 세무 처리, 작가·출판사와의 메일링 등 책상 앞에 앉아서 하는 업무에 강하고, 나는 손님을 응대하거나 서점에 입고할 그림책을 큐레이션하는 일 등이 잘 맞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서점을 운영하고 유지할 수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이 으레 궁금해하는 것, 수입은 어떤가?유 경제적 수익을 내는 일이 시급하다면 서점을 열지 말라고 하고 싶다. 서울에서 서점을 여는 건 되게 무모한 행동이니까. 그리고 우리는 나이도 많이 어렸다. 그럼에도 그냥 서로를 믿고 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동업이 둘의 관계에 미친 좋은 영향이 있다면 뭘까?김 사실 나는 장사를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별의별 희한한 사람이 진짜 많다. 그냥 막 와서 다짜고짜 책을 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그런데 남자 친구는 그런 상황을 유연하게 잘 넘긴다.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혼자 했으면 금방 접었을 것 같다. 서로 잘하는 것도, 성격도 다르면 많이 싸우기도 하지 않나? 김 올해로 7년째 만나고 있는데, 이렇게 오래 사귀고 햇수로 4년째 서점을 함께 운영할 수 있는 건 막 피 튀기게 싸워도 금방 까먹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사업 파트너라기보다 ‘가족’이라는 느낌이 있어 손익 관계를 덜 따지는 것 같다. 수익 배분은 어떻게 하나? 유 서점으로 번 돈은 다시 서점에 투자한다. 둘 다 인건비를 받지 않고 그 돈으로 책이나 아트 워크를 더 산다. 이 공간이 우리의 생계를 오롯이 책임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각자 자신의 직업이 있고, 돈은 그 일을 해서 벌면 된다. 서점을 함께 운영하는 일이 둘의 관계를 더 공고하게 하는지? 유 연인 관계는 서로를 ‘리스펙트’해야 성립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을 여자 친구가 이렇게 잘 알고 있구나, 나도 다음엔 그렇게 해봐야지’ 하고 배우는 점이 있다. 상대의 몰랐던 부분을 발견하면 그 사람이 더 가깝게 느껴지고, 더 좋아지는 것 같다. 그리고 둘 다 낯선 세계에 발을 들이고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서로를 의지하게 된다. 그래서 무슨 일이 닥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계획도 함께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의미가 있다. 다음 계획이 무엇인가?김 베로니카 이펙트를 단순히 그림책을 만나는 공간이 아닌 다양한 문화 공간으로 확장시키고 싶다. 여길 베이스로 삼아 공연도 기획하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도 만들고, 출판도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