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서,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특정 유형의 범죄에 취약한 계층이 있다. 데이트 폭력이나 성폭력은 젊은 여성이 피해를 입기 쉬운 범죄다. 하지만 그 피해를 사람들은 유독 숨겨야 할 것으로 여긴다. 다른 범죄와 마찬가지로 적극적으로 신고하고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 여자,범죄,데이트폭력,성폭력,신고

언제 어디서든 불쾌한 상황에 처하면, 피하고 거절하고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한다.“여기 사는 친구가 여자예요, 남자예요?” 지난달 친구들을 초대했더니 출입문을 열어주시던 경비원 아저씨가 이런 뜻밖의 질문을 하시더란다. “몇 호에 왔어요?”를 예상했던 친구들이 의아해하자 “아니, 얼마 전에 6층 아가씨가 험한 일을 당할 뻔했다더라고…” 하며 얼버무리셨단다. 직업상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6층 아가씨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성별, 연령, 상황에 따라 특정 유형의 범죄에 취약한 계층이 따로 있기 마련이다. 매일  운전하는 사람은 당연히 교통사고를 당할 확률이 높고, 돈을 많이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도둑맞을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데이트 폭력이나 성폭력은 젊은 여성이 피해를 입기 쉬운 범죄다. 하지만 그 피해에 대해 사람들은 유독 수치스럽고 숨겨야 할 것으로 여긴다. 경찰이기 이전에 같은 여자로서, 그것이 결코 혼자 숨기고 힘들어할 일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다른 범죄와 마찬가지로 위험할 것 같은 상황은 피해야 하고, 피해를 입으면 적극적으로 신고하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어떤 범죄든 ‘피해자가 잘못해서’ 일어나는 경우는 없다. 언제 어디서든 나쁜 놈, 이상한 놈, 불쾌한 놈을 만난다면, 피하고 거절하고 적극적으로 신고하라! 여자라서 공포스럽다! 불안한 귀갓길어느 늦은 밤 A는 집으로 돌아오는 어둑한 길에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며 따라오고 있는 것만 같았다. 불안해진 A는 뒤를 힐끔 보며 걸음을 서둘렀지만 이상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A의 착각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A는 그 후로 밤늦게 집으로 혼자 걸어올 때마다 그때의 섬뜩한 기분이 떠올랐다. 정말 자신에게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도망갈 수 있을지, 소리를 질러야 하는 건지, 여차하면 이로 콱 물어야 하는지, 심야의 귀갓길은 늘 무섭고 불안했다. 이럴 때 A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일단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는 ‘순찰신문고’가 있다. 경찰청에서 작년 9월부터 시행하는 제도로 누구든지 ‘순찰신문고’ 홈페이지(patrol.police.go.kr/usr/main.do)를 통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경찰이 순찰하도록 신청할 수 있다. 순찰 요청 건수와 112 신고 건수를 기준으로 선정해 순찰 노선에 반영하는 식이다. 만약 A를 쫓던 눈길이 스토커였다면? 현행법상 스토킹은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지속적 괴롭힘이나 불안감 조성 등으로 처벌하거나, 주거 침입이나 협박 등으로 이어진다면 형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 현장에서 112에 신고하거나 사진이나 동영상, 문자 등을 증거로 수사 기관에 고소하는 방법이 있다. 사안이 심각한 경우에는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할 수도 있는데, 심의를 거쳐 자동 신고 기기(스마트 워치)를 지급받거나 112 신고 접수 시스템에 신변 보호 대상자로 입력돼 정기적으로 담당 형사의 안전 여부 점검(모니터링)을 받게 되는 식이다. 여자라서 불안하다! 몰카(불법 촬영)B는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곤 했다. 어느 날 지하철역 상행 에스컬레이터에 서 있는데 그다지 붐비는 상황이 아닌데도 유독 뒤에 바짝 붙어 선 낯선 사람이 거슬렸다. 수상쩍은 느낌이 들어 곁눈질로 보니, 부자연스럽게 쥔 서류가방 속에서 액정이 켜진 휴대전화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몰카라는 게 있는 줄은 알았지만 막상 자신이 그 대상이 되고 보니 그저 오싹할 뿐 도망쳐야 맞는지 꺼내 보라고 해야 하는 건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이런 경우에는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즉시 주변에 도움을 청하거나 112에 즉각 신고하는 것이 방법이다. 만약 전화 통화가 곤란한 경우에는 112로 문자를 보내거나 ‘112긴급신고 앱’으로 신고할 수도 있다. 알고 보니 그저 전화기를 켜놓은 것일 뿐인데 잘못 신고해 무고죄로 처벌받는 건 아닐까 우려할 수도 있다. 충분히 의심할 만한 상황에서 신고했는데 그 신고 내용이 결과적으로 사실과 다르더라도, 상대방을 처벌받게 할 의도로 거짓 내용을 신고한 것이 아니라면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으니 안심하자. 현행법상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라는 조건이 붙는다)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하는 경우, 촬영에까지 이르지 않았더라도 성적 욕구를 만족시킬 목적으로 화장실, 탈의실 등 다중 이용 시설에 침입하는 행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해 처벌된다.여자라서 불쾌하다! 음란 동영상(사진) 유포 및 명예훼손C는 어느 날 사람들이 단체 채팅방에서 한 ‘여성’에 대해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떤 것은 사실이고 어떤 것은 사실이 아니었지만, 수치스럽고 모욕적인 표현이 언급된 것은 물론, 해당 여성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하고 인격을 모독하는 내용에 다름 아니었다. 그리고 간간이 그 채팅방에서는 여자라면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을 만한 유명인들의 사진과 화제의 동영상이 공유되기도 했다. C는 음란 동영상의 당사자가 왜 그토록 괴로워하며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하게 되는지, 그 기분을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때 C의 입장에서도 법적인 대응을 할 수 있을까?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또는 영상 등을 유포하는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해 처벌받는다. 만약 C가 해당 내용의 당사자였다면? 어떤 구체적인 사실이 그 사람의 인격적 평가를 저해할 만한 내용이고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면 형법상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다. 이때 C가 내용이 거짓이라고 증명할 수 없으면 사실로 추정되긴 하지만, 죄가 성립되는 건 마찬가지다. 단, 메신저나 문자 등은 매체의 특성상 시일이 지나면 삭제돼 복구가 어려울 수도 있으니 피해 사실을 알게 되면 신속하게 증거를 수집(화면 캡처, 통화 내용 녹음 등)하고 사건을 접수해야 한다. 특히 명예훼손죄는 수사 또는 재판 중에도 상대방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사건이 종결되니 참고하자. About 김누나코스모폴리탄과 네이버 포스트가 함께한 ‘스타에디터 시즌 3’를 통해 ‘혼자를 지키는 삶’이라는 시리즈로 스타에디터에 선정됐다. 본명은 ‘김승혜’. 경찰로 일하는 자신의 경험이 싱글 여성들이 더 ‘안전한 삶’을 누리는 데 보탬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