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먹방이라고 들어는 봤나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시애틀에서 하루 세끼만 먹는 건 이 도시가 건네는 호의를 내치는 일이다. 매일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시장과 레스토랑, 카페와 베이커리, 펍과 바를 종횡무진하며 위장을 혹사시켜도 매번 ‘첫 끼’처럼 즐거웠다. 전 세계의 커피 신과 다이닝 신을 주도하는 미식 도시, 시애틀의 새로운 ‘유니크 바이츠’ 탐험기. ::미국, 시애틀, 커피, 맥주, 미식도시, 여행, 먹방,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 미국,시애틀,커피,맥주,미식도시

시애틀 도착 첫날, 파이어니어 스퀘어의 스미스 타워 루프톱 바에서 시애틀 관광청의 마케팅 디렉터 마커스 카니와 나눈 대화. “시애틀은 슈퍼스타가 되길 원하는 도시가 아니에요. 자신의 세계를 잘 펼쳐나가는 이들을 인정하고 지지하는 도시죠. 이 도시 사람들은 ‘from Seattle’이라는 태그에 프라이드를 갖고, 인디펜던트에 기반을 둔 라이프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마커스의 이 시애틀 족집게 브리핑을 상기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from Seattle’을 경험하고 있다. 당신이 오늘 점심에도 들른 스타벅스의 발상지가 시애틀인 건 ‘우연’이 아니다. 커피 좀 아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본 ‘스텀프타운 커피’를 비롯해 많은 쿨한 브랜드가 이 도시에서 탄생했다. 오래전부터 유행보다 개성을 , 대기업보다 독립 브랜드를 존중하는 문화가 지속된 덕이다. 브루클린, 샌프란시스코, 포틀랜드 같은 도시가 ‘힙스터’와 ‘핫’, ‘쿨’이라는 수식어를 사이좋게 나눠 갖기 전까지 이 단어들은 꽤 오랫동안 시애틀의 것이었다. 도시를 가장 원초적으로 경험하는 방법은 ‘먹는 일’. 시애틀 여행의 시작이자 이 도시의 부엌,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부터 힙스터들이 모여드는 동네 캐피톨 힐, 발라드엔 새로운 미식 이슈가 가득하다. 매일 1만 보 대신 1만kcal를 채우며 경험한 시애틀 ‘먹방 여행’ 루트를 공개한다.마켓 프런트에서 아침을  시애틀과 늘 함께 거론되는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110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이다. 1년에 무려 1천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전형적인 관광 명소에 모처럼 핫 스폿이 떴다. 지난해 가을,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과 엘리엇 베이 사이에 들어선 ‘마켓 프런트’가 그것.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이 이 도시의 전통적인 식생활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라면, 마켓 프런트는 시애틀의 현재다. 2,787m2 부지에 펼쳐진 이 새 아케이드에선 지금 이 도시의 젊은 로컬이 주목하는 브루어리와 초콜릿 팩토리, 카페, 시푸드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다. 로컬 디자이너의 작업을 만날 수 있는 크래프트 마켓과 엘리엇 베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 데크 등 다양한 볼거리도 가득하다. 마켓 프런트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을 한번에 둘러보려면 ‘세이버 시애틀 푸드 투어(www.savorseattletours.com)’의 ‘얼리 엑세스 VIP 푸드 투어’에 참여해보자. 아침 8시부터 현지인들도 잘 모르는 시장 내 숨은 맛집 8곳에서 16가지 이상의 음식을 시식할 수 있다. 빵, 베이컨, 오믈렛으로 때우는 호텔 조식 대신 ‘시애틀’을 아침상으로 받는 경험을 놓치지 말 것. 밤에는 발라드로 캐피톨 힐이 친구와 시간을 보내고 싶은 동네라면, 발라드는 연인과의 데이트에 어울리는 동네다. 다운타운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품은 이 지역은 원래 새먼 베이에 정착한 스칸디나비아 이민자들의 거주지였다. 그들이 지어 올린 19세기 건물에 지금은 로컬 아티스트들의 작업실과 파인 다이닝, 트렌디한 카페, 편집 매장, 레코드 숍 등이 들어서 현지인들의 주말 ‘행 아웃’ 공간으로 사랑받는다. 미식 도시, ‘유니크 바이츠’라는 수식어를 앞세우는 시애틀의 수준을 가늠하고 싶다면 발라드의 머린 하드웨어(www.ethanstowellrestaurants.com)가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시애틀에 14개의 레스토랑을 보유한 셰프이자 사업가 이선 스토웰의 작품으로, 창의적인 레시피의 스몰 플레이트를 셰프의 특선 코스와 알 라 카르테 스타일로 선보인다. 특히 헤드 셰프 마이클 기포드의 독특한 아이디어로 완성된 5가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파이브 코스’와 그 음식에 맞게 와인 디렉터 저스틴 로스겐이 제안하는 와인 페어링을 놓치지 말 것. <뉴욕 타임스>의 푸드 저널리스트 캐서린 M. 알친은 이 디너 코스를 경험하고 “시애틀 미식 신의 재발견”이라고 극찬했다. 시애틀라이트처럼 먹고 싶다면 캐피톨 힐로   낯선 도시에서 취향 좋은 현지인이 가는 동네를 찾으려면 다음의 키워드를 입력하면 된다. 저렴한 집세, 예술가의 주거지. 뉴욕의 브루클린, 베를린의 미테 같은 동네가 지닌 정서에 감응한다면 시애틀에서 당신이 향할 곳은 캐피톨 힐이다. 가이드북은 이 동네를 ‘펑크 록의 성지’, ‘시애틀 독립 커피의 본거지’ 정도로 요약한다. 물론 다른 즐길 거리도 많다. 캐피톨 힐이 부여하는 이미지의 수혜를 받고자 앞다퉈 들어선 세련된 다이닝은 미식가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그중 멜로즈 마켓(www.melrosemarketseattle.com)을 랜드마크로 꼽는 데 이의를 제기할 이는 없을 것. 1919년에 지은 이 건물은 가구점과 자동차 정비소를 거쳐 21세기에 지금의 모습이 됐다.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인 시트카 앤 스프러스를 비롯해 로컬 식료품점과 샐러드 바, 정육점, 꽃집 등이 미래형 시장 안에 들어서 있다. 멜로즈 마켓에서 ‘한 곳’만 선택해야 한다면 ‘테일러 셸피시 팜스 오이스터 바(www.taylorshellfishfarms.com)’를 권한다. 바다를 낀 도시에서 싱싱한 굴 요리를 놓치는 건 두고두고 후회할 일. 1890년부터 시애틀에서 굴 양식장을 운영하는 회사에서 직영하는 오이스터 바로, 살아 숨 쉬는 굴의 탱글한 속살과 짭조름한 굴즙을 맛볼 수 있다. 6가지 종류의 굴 12개가 빙 둘러진 플래터에 위스키 한 잔 곁들이면 시애틀이 내 것이 된 기분마저 든다. 커피 빼면 섭하지 스타벅스 1호점을 방문해 퇴근길 지하철 2호선을 방불케 하는 관광객 인파를 뚫고 텀블러를 구매한 후 기념사진 한 장 남기는 것이 시애틀 커피 투어의 전부는 아니다. 이 도시가 커피와 카페 문화를 사랑하는 커피 러버에게 제안하는 대안은 많다. ‘스타벅스’라는 콘텐츠를 좋아한다면 캐피톨 힐에 위치한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테이스팅 룸으로 향하자. 안으로 들어서면 거대한 로스팅 기계가 시선을 잡아끌 것이다. 로컬 아티스트와 협업해 만든 수베니어는 오직 이곳에서만 살 수 있는 한정판이다. 캐피톨 힐엔 이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중 하나인 비앤오 에스프레소(B&O Espresso)나 캐피톨 힐의 초창기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커피 메시아(Coffee Messiah)도 있다. 세련된 트렌드보다 오래되고 낡은 것, 클래식을 추구하는 커피 러버를 위한 장소다. 시애틀 스페셜티 커피 신의 최신을 경험하고 싶다면 엘름 커피 로스터스(Elm Coffee Roasters)나 라 마르조코(La Marzocco), 퀘드(Qed) 등이 만족스러운 목록이 돼줄 것이다. 좀 더 특별한 ‘커피 경험’을 하고 싶다면 봉고에 오르자. 로드 독스 시애틀 브루어리 투어(www.roaddogtours.com)에선 잡지나 가이드북에선 발견할 수 없는, 독특한 독립 카페로 커피 여행자를 안내한다. 1940년대에 생산된 로스팅 머신에서 장작불로 빈을 볶아내는 카페 아파시오나토(Cafe Appassionato), 시애틀 커피의 ‘조상’ 격인, 이탤리언-시애틀 스타일의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카페 움브리아(Cafe Umbria) 등에 방문해 스토리텔링이 있는 커피 테이스팅을 경험할 수 있다. 시애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드라이브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로드 독스의 봉고차에 오를 이유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