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나만의 집, 나만의 공간

해가 바뀔수록 증가하는 1인 가구 인구, 이로 인해 대두된 라이프스타일 키워드 ‘혼삶’. 싱글 라이프의 바이블인 코스모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게 이를 주목해왔다. 그리하여 지난 10월 25일부터 11월 26일까지, 네이버 포스트와 함께 펼친 <스타 에디터 시즌3>의 주제는 ‘나 혼자서도 잘 산다’.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5명의 스타 에디터와 15명의 필진이 전한 주옥같은 ‘혼삶론’을 공유한다.

BYCOSMOPOLITAN2018.01.19


독립, 그 낭만과 현실에 대하여 by 곰작 

독립을 생각한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소리에 굉장히 민감하다는 거였다. 사람 사는 집에서 이런저런 소리가 나는 건, 당연한 일. 하지만 글을 읽고 쓰는 일을 하다 보니 당연한 생활 소음에도 예민해지곤 했다. 그릇 달그락대는 소리, 대화 소리와 TV 소리 등등…. 그리고 때로는 벌컥 열어젖히는 문 소리와 잔.소.리. 그래서 ‘작업’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조그만 소음에도 눈치를 주는 도서관에서는 키보드를 두드려댈 수 없었고, 집 근처 카페는 남녀노소  밤낮없이 엄청난 소음을 냈다. 생각해보면 이건 민감한 청각의 문제였다기보다 나의 산만함과 정리되지 않은 마음 탓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카페 옆자리 커플이 싸우면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다가 ‘별 같잖은 이유로 싸우고들 난리네. 야, 그냥 헤어져’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어쨌거나 나만의 공간을 만들지 않는 이상, 공부나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곳은 없는 것 같았다. 충동적으로 월세방을 구하면서도 신경 쓴 건 조용함이었다. 내가 고른 주상복합 건물은 거주층과 상가층 사이에 필로티 구조의 주차장이 자리해 저층에 살더라도 상가 소음에 시달릴 것 같지는 않았다. 부동산들은 하나같이 이 건물이 오피스 타운과 가까우면서 아파트 단지에 바로 면하고 있어 편리하면서도 조용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평화로운 토요일 오후에 건물을 둘러보고, 2층 방을 덜컥 계약해버렸다. 쇠뿔도 단김에 빼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 결과? 생활 감각의 부족에서 비롯된 쓸데없이 강한 추진력 때문에 나는 지금도 소음으로 고통받고 있다. 아파트 근처라는 건 그 발생 시점과 데시벨을 예측할 수 없는 어린이들의 소음이 있다는 뜻이었고, 오피스 타운 근처 주상복합이라는 건 상가에 들러 알코올을 들이부은 후 길바닥에서 웃어젖히거나 울부짖는 우리네 직장인들의 소음이 있다는 뜻이었다. 여기에 더해 ‘입주민 대부분이 여성일 만큼 안전한 건물’이라는 광고는 곧 자취 여대생과 그 남친이 건물 바로 앞에서 밤새도록 죽일 듯 싸우는 소리를 들어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집을 알아볼 때 내부만큼이나 꼼꼼하게 점검해야 할 것은 집 주변. 낮과 밤에 모두 방문해보는 것이 좋다. 내가 낮에 보았던 평화로운 아파트 앞길이 밤마다 흥에 겨운, 혹은 서러움에 북받친 취객의 장으로 변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일이었다. 시내 근처의 집은 당연히 월세가 터무니없이 비싸다. 혹자는 내게 “매월 TV를 한 대씩 사고 있는 꼴”이라며 팩트 폭력을 시전했다. 이런 비싼 월세 덕에 얻는 한 가지 장점이라면, 굳이 원룸에 혼자 살며 비싼 세를 감당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돈 버느라 바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슬프지만 고마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