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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애널 섹스의 밤

일기장에 고이고이 적어두고 싶은 밤이 있다. 4명의 여자가 그들의 몸을 달아오르게 했던 기념비적인 섹스를 추억했다. 2018년은 지난해보다 더 뜨겁길 바라며.

BYCOSMOPOLITAN2018.01.14


이국적인 애널 섹스의 밤

지난여름 나는 자전거 동호회에 가입했다.  순수하게 자전거를 타기 위해 가입하는 이들도 있을 테지만 난 아니었다. “요즘 동호회에서 그렇게 눈이 맞아 연애들을 많이 한다지?”라고 지인이 툭 던진 한마디에 나는 계획에도, 흥미도 없는 주말 한강 라이딩을 했다. 전 남친과 헤어진 지 3년. 돌이켜보면 그와 나의 속궁합은 제법 괜찮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눈에 거슬리던 그의 허벅지. 내 것보다 가는 게 명백했던 그 허벅지가 문제였다. 나는 어둠 속에서 그의 허벅지가 앞뒤로 열심히 움직이는 게 거슬려 눈을 감아버린 적이 많았다. 그러니까 내가 땀 흘리며 한강을 돌았던 이유는 단 하나, 허벅지 때문이다. 라이딩 후 술자리에서 나는 허벅지가 단단한 남자를 오늘 밤 내 옆에 눕힐 마음으로 열심히 술을 마셨다. 자기소개 기회가 많았다. 나는 내 소개에 혼자서 산다는 말을 꼭 넣었다. 사람들을 식당으로 안내하고 챙기던 인사성 밝은 한 남자가 눈에 띄었다. 그 ‘인사남’은 집 방향이 같다며 술에 취한(것처럼 보이는) 나를 따라나섰다. 내 소개를 끝까지 잘 들어 기억해놓은 게 분명했다. 수요와 공급이 일치했다. “라면 먹고 갈래요?” 따위의 드립을 칠 새도 없이 정신을 차려보니 우리집 한복판에서 서로의 몸을 더듬고 있었다. 내 티셔츠 속으로 낯선 이의 손이 불쑥 들어오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나는 전 남친의 몸과는 다른, 그의 단단한 몸에 빠져 여기저기를 손으로 쓸었다. 그렇게 한참 낯선 이의 몸을 열심히 탐색하고 있는데 인사남이 갑자기 애널 섹스를 하자고 제안했다. 한국에도 애널 섹스를 하자고 제안하는 이들이 존재한단 말인가?  그것도 첫 만남에서. 당황스러움과 불쾌감, 호기심, 어느 정도의 흥분 등이 뒤섞인 채 ‘예스’를 외쳤다. 부끄러울 게 없었다. 급한 대로 윤활제는 주말에 파스타를 해 먹으려 샀던 비싼 오일로 대체했다. 허벅지도 훌륭했지만 나를 만족시키기 위해 화려하게 움직이는 인사남의 손가락을 더 칭찬해주고 싶었다. 좋았다. 익숙하지 않으니 더 흥분됐다. 하지만 뒤에서 오는 자극보다 더 흥분되는 건 자꾸만 터져 나오는 그의 신음 소리였다. 친숙하면서도 이국적인 맛. 처음 먹었던 피시앤칩스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자꾸만 된장찌개가 생각나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자신의 성기만으론 여성의 욕구를 채우지 못하는 것을 너무나 잘 아는 인사남은 매번 애널 섹스를 제안해왔다. 나는 단 두 번의 애널 섹스로 그와 관련한 모든 것에 질려버렸다. 두껍던 허벅지도, 그의 인사성도. 마지막엔 그의 카카오톡 메시지까지. 보통의 섹스로 만족할 줄 몰랐던 그에게 나는 작별 인사를 보냈다. 곧바로 자전거는 중고나라에 올렸는데 아직도 팔리지 않고 있다. 아마 코끝이 시린 추운 겨울이 온 탓일 게다.  

-입맛이 토속적인 된장찌개녀, 31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