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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러쉬의 오늘, 그리고 내일

크러쉬는 오늘 열심히 살았으니 내일도 열심히 살 수 있어 행복하다고, 새해에도 열심히 살 자기 자신이 가장 기대된다고 말했다.

BYCOSMOPOLITAN2017.12.20


느릿한 말투로 싱긋 웃다가도, 집중이 필요할 땐 날카로운 눈빛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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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강에 가요.  바깥이 영하 12℃예요. 

거… 걱정이 조금 되네요. 어제도 너무 추웠는데 더 추워진다는 얘기 듣고, ‘음, 만약 내가 지금 촬영 장소를 바꾸자고 하면, 다시는 코스모폴리탄에서 화보 못 찍겠지?’ 이런 생각 했어요. 흐흐. 


그런 말 안 해줘서 고마워요. 신곡 ‘내 편이 돼줘’는 어떤 노래예요? 

그 노래를 처음 만들기 시작한 때가 되게 더운 여름이었어요. 1절 정도까지 작업을 했는데, 그 당시엔 뭔가… 제가 창작한 결과에 좀 결여를 느끼던 시기였어요.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었거든요. 작곡하는 사람은 다 공감하겠지만 ‘다음엔 어떤 노래를 만들어야 하지?’라는 부담감이 컸다고 할까. 그런 고민을 하던 시기에 그냥 갑자기 팬들이 생각났어요. 사실 제가 아이돌 그룹이나 다른 멋진 가수들처럼 엄청난 팬덤이 있는 건 아니지만… 팬들은 저한테 되게 큰 힘이 되거든요. 그게 새삼 고마워서 만든 노래예요. 


노랫말이 무슨 내용이에요?

음… 그 당시 제 감정을 좀 담았어요. 구애하는 노래일 수도 있어요. 나는 이렇게 지금 힘든 상황에 있고, 항상 혼자 있는 것 같고, 외롭지만… 네가 내 편이 돼줘. 


일기네요.

아, 맞아요. 일기 같은 노래죠. 사실 이렇게 내 이야기를 하게 된 지는 얼마 안 됐어요. 예전엔 사랑에 막 열정적이고, 이별에 되게 아파하는 내용의 노래를 만들었는데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저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저 자신에게 집중하는 노래를 만들기 시작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크러쉬에 대해 얘기할 때 “힘을 툭 뺀 듯한”이라는 말을 많이 해요. 근데 이게 우리의 판단일 수도 있지 않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음… 힘을 툭 빼면 이렇게 못 하지 않을까요? 저 생각보다 되게 치열하게 살고 있어요. 고민도, 결정해야 할 것도 되게 많고요. 지난 12월 7일이 첫 음반을 낸 지 5주년이 된 날이었는데,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정말 4년 동안은 하루도 안 쉬고 계속 달렸던 것 같아요. 그래서 2017년은 힘을 좀 빼고 저 자신을 돌아보는 한 해로 만들었어요. 지금은 이 밸런스를 잘 유지하려고 해요. 


크러쉬의 노래를 들으면 그냥 지나쳤던 일상의 어떤 순간을 새삼 다시 들추게 돼요. 그게 우리한테 주고 싶었던 거예요? 

예전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려고 애썼는데,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저 자신이 없어지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내 얘기를 하자고 생각했어 요. 스스로 위로하고 싶다는 마음으로요. 


노들섬의 아름다운 노을 속, 몽환적인 분위기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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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노래하려면 재미있게 살아야 해요. 연애든, 여행이든. 크러쉬는 뭐 해요?

음… 여행을 좀 가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어떤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흡수하는 성향이 생겼어요. 시야를 좀 더 넓게 가져보려고요. 


최근엔 어디에 다녀왔어요?

일본! 쇼핑하고 왔어요. 스타일리스트 친구들이 옷에 관심 좀 가지라고 해서요. 


원래 패션에 관심이 많았어요?  

이제는 관심이 많이 생겨 뭔가 공부도 하고 싶고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어요. 흐흐. 음악처럼 매뉴얼이 있는 게 아니니까요. 쇼핑이 재미있기는 해요. 그런데 이런 얘기하면 좀 이상해 보일 수도 있지만, 항상 물질적인 소비를 했을 땐 공허함이 찾아오더라고요. 열심히 고민해 노래를 다 만들고 엔터 키를 딱 누르면 곡이 스포팅되잖아요. 물질적인 걸론 그런 기분을 느끼기 어렵더라고요. 그렇지만 쇼핑하는 건 즐거워요. 흐흐. 


안 궁금하겠지만, 저는 요즘 저한테 잘해주는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내요. 크러쉬의 일상은 많은 사람이 궁금할 거예요. 

오! 저도 그래요. 예전엔 항상 눈뜨면 밖에 나가 작업해야 하고, 누굴 만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는데, 저 자신에게 너무 친절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두유(반려견)도 본가에 맡겨놓고 혼자서 시간을 많이 보내요. 요리도 하고,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듣고, 책도 읽고…. 되게 좋더라고요. 가끔 친구들이랑 축구하러 나가기는 해요. 


축구 잘해요?

엄청 잘하죠! 저 엄청 잘해요. 흐흐. 


사람들은 크러쉬는 멍을 잘 때린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당신이 생각이 정말 많은 사람 같아요.  

맞아요. 생각이 진짜 많아요. 생각이 저를 지배해 잠도 못 잘 때도 있고요. 요즘엔 그래도 잠을 좀 잘 자는 편이에요. 저한테 ‘19일에 발매되는 디지털 싱글 앨범’이라는 확실한 목표가 있잖아요. 그래서 매일 열심히 살아요. ‘오늘처럼 내일도 열심히 살면 되겠다. 내일이 빨리 오게 하려면 자야지’ 하고 생각해요. 만약 그래도 잠이 안 오면… 잠들려고 애쓰지 않고 일어나서 해야 할 일을 해요. 중요한 건, 생각이 꼬리를 물게 하지 않는 거예요. 


소년과 남자의 매력을 모두 지닌 그의 얼굴. 

재킷, 후디, 반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많지 않은 나이에 자기 걸 만들었잖아요. 거기에 도취된 적이 있어요? 

도취의 기준이 뭐지? ‘와, 나 쩔었어!’ 이런 건가요? 흐흐. 자존감이 거의 바닥을 칠 때는 그렇게라도 하는 것 같아요. 제가 기분 좋게 만들었던 노래를 일부러 찾아서 듣고 그때의 기분을 상기하려고 하죠. 


자신의 먼 미래를 생각해본 적은요? 

생각해본 적은 있어요. 들으면 좀 어이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좋은 아빠가 되는 거요. 그리고 좋은 배우자…. 흐흐흐. 아무튼 먼 미래에도 계속 음악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그거 아니면 할 수 있는 게 없거든요. 전구도 못 갈아요. 


가까운 미래엔 뭐가 가장 기대돼요?

제가 진짜 열심히 살 거라는 사실이오. 하하. 진짜 하는 데까지 해볼 생각이어서 스스로 기대가 돼요.  


이 단어랑 크러쉬는 정말 안 어울리는 것 같지만… 당신의 야망은 뭐예요?

안 어울려요? 데뷔 전엔 사람들이 저한테 “쟤는 야망이 너무 커…”라는 말을 많이 했어요. 흐흐. 그땐 진짜 어떤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쾌감 때문에 막 잠도 안 자고 음악을 만들었거든요. 


야망이 잘 어울리는 남자라는 거예요? 

솔직히 야망이란 단어가 되게 공격적일 수 있잖아요. 음… 모르겠어요. 흐흐. 지금까지 대답을 잘했는데 야망에서 조금 말렸네요. 흐흐흐. 


‘야망’에서 말린 남자가 크러쉬예요. 

한 가지 확실한 건 그거 때문에 제 사람들이 상처받는 건 원하지 않아요. 그래서 어떤 독단적인 목표나 계획은 없어요. 하아… 야망은 참 어렵네요. 오늘 집에 가서 한번 생각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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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Photographs by Kim Cham
  • Feature Editor 류진
  • Stylist 박지연, 박상욱
  • Hair 윤혜영
  • Makeup 민지연
  • Assistant 정아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