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휴가가 필요한 이유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지독한 독감에 걸려서, 생리통이나 장염 때문에 병가를 낸 경험은 대부분 있을 터. ‘몸’이 아플 때 우리는 기꺼이 휴가를 내고 치료를 받으며 휴식을 취한다. 그런데 왜 정신적인 피로감이 들 땐 그냥 참을까? 코스모가 전문가들과 함께 당신의 ‘뇌’를 위한 휴식이 필요한 이유를 찾았다. | 보디,건강,휴식,정신건강,리플레시

저스틴 비버가 지난여름, 그의 월드 투어 ‘퍼포즈’를 돌연 취소하며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슬쩍 내비친 변. “나의 커리어를 오랫동안 잘 쌓고 싶지만, 한편으론 내 마음, 내 정신도 오랫동안 건강하게 유지하고 싶다.” 누군가는 이 말이 수많은 팬이 예매한 공연을 취소할 정도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비버 자신을 위해선 옳은 결정일 수도 있다. 일거수일투족이 화제에 오르고 늘 세간의 주목을 견뎌야 하는 그에게 정신적인 휴가가 필요할 거라는 건 굳이 의사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이니까.지금 미국, 유럽 등지에선 정신적인 휴식, 즉 ‘멘탈’이 느끼는 피로감을 돌보고 치료하는 데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리처드 슈스터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매일 쌓이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정신과 마음을 쉬게 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기업 역시 직원들의 정신적 휴가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추세이기도 하고요”라고 말한다. 미시건주 앤 아버에 사는 웹 개발자 마달린 파커의 이야기는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일례다. 그녀는 자신의 SNS에 팀과 주고받은 한 이메일의 내용을 게시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의 정신적인 건강을 위해 오늘과 내일 휴가를 가질 예정이에요. 빨리 회복한 후, 다음주에 100%로 충전된 모습으로 만나요.” 놀랍게도, 그녀의 상사 벤 콩글턴의 답장 내용은 “당신 미쳤어?”가 아니었다. 그는 오히려 “병가라고 둘러대는 대신, 정신적인 건강을 위해 휴가를 쓴다고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다. 당신이 우리에게 필요한 좋은 본보기를 보여줬다”라는 내용의 답장을 써서 팀 전체와 공유했다. 여전히 보수적인 조직 문화가 팽배한 우리나라에서 마달린 파커의 용기를 따라 해보는 것은 무리수일 수도 있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정신’을 위한 휴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다.정신, 즉 멘탈에 피로감을 느낄 때 꼭 휴식을 취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경북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종석 임상교수는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으면 우리 뇌의 시상하부에서 코르티솔 분비가 증가합니다. 이로 인해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와 면역반응에 문제가 생기고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성이 약화됩니다. 또 코르티솔 분비량이 늘어날 때 우울, 불안한 감정에 더 취약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때문에 적절한 휴식을 통해 이를 예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라고 설명한다. 특정할 만한 스트레스가 없어도 신체와 정신적인 피로감에 시달린다면 당신의 ‘뇌’가 혹사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 뇌과학자이자 한국자연의학종합연구원 원장인 이시형 신경정신과학 박사는 저서 <뇌력 혁명>에서 “스트레스가 신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느끼는 불안과 위협의 감정이라면 뇌의 피로는 이성과 감성이 서로 다른 의지를 가졌을 때, 뇌의 시상하부에 부하가 걸리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한다. 시상하부는 우리 몸의 혈압, 호르몬, 체온, 맥박을 조절하는 부위로 만약 우리 신체에 이 기능의 저하로 인한 증상이  나타났다면 그 원인이 뇌의 피로로부터 비롯됐다고 생각하면 된다. 당신이 ‘지금 이 일이 하기 귀찮다’는 생각과 ‘오늘 안으로 이 일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 사이에서 자주 분투한다면 그때마다 뇌는 피로를 축적하는 것이나 다름없다.심리학자 파라호크는 직장으로부터 물리적 거리를 두는 것만으로도 근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일터에서 벗어나 재충전을 하면 평소 당신의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였던 상사나 동료 등 다른 직원들의 방해도 좀 더 여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죠. ‘마음’을 위한 휴가를 갖는다면, 그 쉼이 당신을 더욱 생산적으로 만들어줄 겁니다.”또 파라호크는 우리가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도 ‘뇌’는 사실상 쉬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가한 시간을 이용해 흩어진 기억을 하나로 통합하고, 분산된 주의력을 모으고, 우리에게 남아 있는 자잘한 문제를 해결한다고. 즉 우리의 뇌를 집중력과 창의력이 향상된 상태로 만들어준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서 관리자들의 84%가 직원들에게 정신적인 휴가를 주는 데 동의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은 직원들이 정신적 피로를 적극적으로 해소함으로써 생산력 향상과 업무 효율이 극대화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감기에 걸렸을 때, 치통이나 복통과 같은 뚜렷한 통증이 있을 때 우리는 기꺼이 병가를 내고 병원에 가거나 집에서 휴식을 취한다. 그런데 왜 우리의 정신과 마음에 상처를 입었을 때, 혹은 피로감을 느낄 때도 그런 따뜻한 보살핌과 치료, 쉼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외면할까? 회사원 김현정(31세) 씨는 “생리휴가를 쓰는 데도 눈치를 봐야 하는데, 휴가 사유에 정신적인 여유를 찾겠다고 쓸 엄두는 더더욱 안 나죠”라는 말로 현실적인 한계를 토로한다. 그러나 정신 건강을 위한 휴식이 필요해서 회사에 휴가를 요구할 때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국제인사관리협회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업이 허용한 ‘병가’에는 육체적·정신적 아픔과 상해 모두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자신의 몸뿐 아니라 마음을 위해 휴가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