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혼행’ 중독자들의 고백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휴대폰 속에 ‘셀피’와 풍경 사진만 가득 채워 돌아오더라도 나 혼자 떠나는 해외여행이 좋은 이유. | 혼행,혼자여행,혼자여행지,욜로,휘게

혼자 여행하는 이유는 국제적 ‘썸’타기 때문 아닐까. 적어도 내 경우엔 그렇다. 그간 혼자 여행하면서 항상 새로운 누군가를 만났는데, 그 만남이 여행지에서만 불타오르고 한국으로 돌아올 땐 깔끔하게 끝나기에 더 좋은 것 같다. 조건이나 스펙 따위의 압박에서 벗어나 부담 없이 연애 혹은 그 비슷한 설렘을 느낀다는 것, 생각만 해도 좋지 않은가. (31세, 남)동행자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여행할 수 있어서 좋다. 특히 철저한 ‘저녁형’ 인간인 내게 더욱더. 몇 차례 친구와 함께 여행한 적이 있는 데 그때마다 “여기까지 와서 늦잠이냐”는 잔소리를 들으며 아침을 맞이해야 했다. 그 후론 상대에게 맞추느라 아까운 휴가를 소비하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는다 (32세, 여) 돈 계산이 편하다. 방값이나 항공권처럼 굵직한 리스트를 처리할 땐 괜찮지만, 길거리 음식을 사 먹고 싶을 때 친구의 의견(허락에 좀 더 가까운 듯)을 물어야 하고, 커피 한 잔,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 먹어도 ‘N 분의 1’로 계산하는 방식이 나에겐 너무 힘들다. 좀생이 같아 보여서 내가 계산한 적도 많은데, 애들은 그냥 ‘원래 돈 잘 쓰는 애’ 정도로 생각하더라. (28세, 남) 여행 계획을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다. 1년에 한 번 정도는 꼭 해외로 여행을 가는데, 한 번에 여러 도시를 둘러보는 걸 좋아한다. 동행이 있으면 여행 계획을 수정하는 게 힘들겠지만, 혼자라 도시마다 머무는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이를테면 생각보다 좋은 도시에 며칠 더 머물고 기대 이하인 곳은 계획보다 빨리 떠나는 식. (30세, 남)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객과 쉽게 친구가 될 수 있고, 현지인의 삶에 더 깊게 들어갈 수 있다. 이것이 진정한 문화 체험 아닐까. 반면 한국 친구와 함께 다니면 종일 한국말로 떠들고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눈으로 보는 풍경만 외국일 뿐, 친구와 홍대나 이태원에서 노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27세, 여) 여행도 하고 영어도 공부하고, 혼행은 일거양득 패키지라는 게 나의 지론이자 혼행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지도를 보고 목적지를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영어와 부딪히게 된다. 그 횟수가 늘어날수록 영어 실력이 향상되는 기분이다. 또 사소한 것도 혼자 해낼 때마다 묘한 성취감이 들기도 하고. (25세, 여) ‘혼밥’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난 맛집 방문이 취미인데, 한국에서 혼자 밥을 먹으면 타인의 시선 때문에 스마트폰만 쳐다보며 음식을 먹게 된다. 당연히 밥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해외에서는 날 아는 사람이 없거니와, 혼밥 문화가 상대적으로 자연스러운 것 같아 충분히 음미하며 먹을 수 있다. (32세, 남) 전혀 다른 나처럼 행동할 수 있어서 좋다. 이미지 따위 신경 쓰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보는 게 가능하다는 이야기. 물리적인 여행인 동시에 정신적 여행까지 가능한 기분이랄까. 누구나 가끔은 나를 벗고 일탈하고 싶은 기분이 드니까. (34세,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