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빨리 바뀌고 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그리고 ‘오래오래’ 일해야만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당장의 압박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일터에서의 우리를 더욱 지치게 만드는 가운데, ‘나’를 지키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일하려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을 출간한 강상중 교수에게서 그 답을 구해봤다. | 비지니스,커리어,나를지키며일하는법,강상중교수,코스모폴리탄

 너와 나, 우리 모두의 고민 최근 부쩍 주변의 많은 사람이 퇴사 혹은 전직을 선언했다. 대체로 이유는 둘 중 하나다. 시대의 변화 혹은 신상의 변화. ‘디지털화’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의 여파는 생각보다 많은 업계의 리듬을 흔들어놓았다. 적응하며 나아가는 사람만큼이나 일의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도 많았다. 아니면 나처럼 어딘가가 고장 나거나. 사회생활 10년 차 이상에 접어드는 내 주변인들과 한참 어린 후배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힘들어도 버텨왔는데, 점점 나 자신이 예민하고 까칠하게 변해가더라고요. 가족들에게도 별거 아닌 일로 매일같이 화를 냈고요. 하루는 스트레스도 풀 겸 몇 달 만에 친구들을 만나 술 한잔하는데 친구들이 그러는 거예요. ‘호전적이 됐다’라고요. 뒤통수가 데엥~ 울렸죠. 나는 무엇을 위해서 여기서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회사에 가면 또 쳇바퀴 같은 일상에 휩쓸려 지내기를 반복했죠. 문득 내가 재밌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지금은 하나도 재미없게 느껴지고 마치 나를 옥죄는 족쇄처럼 여겨졌어요. 10년 뒤 내 모습이 그려지지도 않았고요. 그게 퇴사를 결심한 결정적인 원인이었어요.” (P, 30세, 기획자) “열심히 하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럴수록 일만 늘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쳐내기 바쁜데 잘해내고 싶은 욕심은 있고…. 늘 시간과 완성도를 두고 나와의 싸움을 벌였어요. 어느 순간 주위를 돌아보니 나만 일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화가 났어요. 다른 누구에게가 아니라, 시키는 대로 넙죽 다 했던 나 자신에게요. 결국 나를 지킬 수 있는 건 나 자신뿐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와서 깨달은들 달라지는 건 없었죠. 그걸 깨기 위해서라도 이직이 필요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어요.” (S, 31세, 편집자) “디지털 시대잖아요. 메인 플랫폼이 바뀌면서 일의 특성이 너무 달라져 혼란스러웠어요. 문제는 하던 업무가 대체되기보단, 하던 일에 또 다른 일이 얹어진 셈이 됐다는 거였죠. 버거웠어요. 이 일을 계속하고 싶긴 한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에요.” (K, 32세, 기자) 아마 코스모 독자의 대부분이 회사에서, 집에서, 술자리에서, 매일같이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당사자이자 주변인에 해당할 거라 단언한다. 한국 사회의 현실을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취업난, 실업률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세계 최고령 국가 등극을 앞둔 우리에겐 근본적인 문제까지 더해진다. 수명은 길어졌지만 일할 수 있는 기회와 기간은 점점 줄어들면서 발생하는 압도적인 불안감이 그거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유물로 전락한 마당에, 어쩌면 늙어 죽을 때까지 구직 활동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종종 아직 젊은 우리까지도 무기력에 빠뜨린다. 일하고 있는 사람과 일하길 원하는 사람 모두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들고 무거운 시간을 지나고 있다는 얘기다. 세상은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고, 와중에 ‘일의 세계’는 취업부터 이직, 퇴직에 이르기까지 뭐 하나 녹록한 게 없으니 말이다. 지금 같은 시대에 ‘나를 지키며 일한다’는 것은 그저 ‘로망’에 불과한 게 아닐까? 이 질문의 답을,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의 저자인 강상중 교수에게 직접 구해봤다.한 가지 일에 올인하지 말아라“우리는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살기 힘든 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한국의 젊은이들이 묻는다면 전 ‘이것이 없어도 저것이 있다’, ‘저것이 없어도 이것이 있다’고 생각해보면 어떨지 대답하고 싶습니다. 일이나 삶에 있어 ‘이것밖에 없다’고, 한 가지에만 자신의 인생 모든 것을 거는 것은 피해야 할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일에 전부를 쏟아붓지 않는 것, 즉 스스로를 궁지로 내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알 수 없으니 우리에겐 더더욱 자기 방어책이 있어야 할 테니까요.”일희일비하는 대신 뻔뻔해져라“누군가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사회적 위기나 세상의 붕괴보다는 당장 자신에게 닥친 작은 고통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정도로 사람은 사소한 좌절에 일희일비합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한국은 곧 세계 최고령 사회가 된다는 예측이 있습니다. 일상의 일들로 일희일비하면 체력적으로 버틸 수 없을 겁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야말로, 어떻게든 될 거라는 뻔뻔한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요?”나를 지키며 일한다는 것은 ‘로망’이 아니다“앞서 말했듯, 세계 최고령 사회를 향해 가는 한국에서 자신의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될 때까지 일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일을 해야만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어리석은 짓입니다.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는 근무 방식과 라이프스타일이 필요한 거죠. 지금 같은 시대에 나를 지키며 일한다는 건 어쩌면 로망에 불과한 거 아니냐고요? 그것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돼야 한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그러한 인생은 단순한 이상향이나 로망이 아닙니다. 그것이야말로 자신을 지키며 오래도록 행복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이니까요.”불확실하기에 더더욱 ‘지금, 여기’를 살아라“미래가 불확실하기에,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더욱 지금, 여기를 열심히 살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의 비극은 ‘미래를 예측하고 싶어 한다’는 것과 ‘기억한다’는 것에서 기인합니다. 과거를 아쉬워하고 미래를 불안해하기에 마음의 병을 얻게 된다는 거죠. 사람에겐 각자의 ‘때’가 있고, 그 ‘때’가 기다려준다는 안심, 그것이 있으면 사람은 ‘지금, 여기’를 열심히 살아갈 수 있습니다. 만약 ‘서두르지 않으면 늦는다’거나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같은 초조함에 휩싸여 행동에 나선다면, 마음이 깃들지 않은 어중간한 상태로 일하게 될 뿐이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말은 사실상 냉정하고 침착한 예지입니다. 지금은 불우해도 반드시 다가올 시간을 믿고 기다릴 것, 그저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를 열심히 살면서 기다릴 것. 바로 그런 의미니까요.”‘ONLY ONE’을 꿈꾸는 대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라“현대사회는 ‘자유’가 보장된다는 명분 아래, 개인의 운까지도 자기 책임이 되는 사회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자아 찾기’에 대부분의 에너지를 쏟게 되기 마련이고요. ‘BEST ONE은 될 수 없어도, ONLY ONE인 내 모습이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본연의 나’, ‘나에게밖에 없는 개성’을 찾아 헤매는 거죠. 그런 ‘자아 찾기’ 끝에 남는 것은 오히려 더 깊어진 고뇌이거나, 섣부르게 롤모델을 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집착이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지워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입니다. 스스로 찬찬히 생각해보세요. 자신이 긴장하지 않고 편안하고 즐거운 때는 언제인지, 어떤 사람과 있을 때인지, 혹은 혼자 있을 때 무얼 하면 즐거운지, 이런 것들을 말이죠. 그러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지, 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깨달을 수 있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