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돔 없이 했다고요? | 코스모폴리탄 코리아 (COSMOPOLITAN KOREA)

코스모는 꾸준히 콘돔 사용을 주장했다. 건강한 성생활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콘돔이다. 하지만 조사 결과 한국은 여전히 OECD 국가 중 콘돔 사용률이 11.5%로 최저를 기록한다. 혹시라도 당신이 나머지 89%가 아니길 바라며 다시 한번 콘돔 이야기를 꺼낸다.



올해 EBS에서 방송된 <까칠 남녀>의 ‘피임전쟁’ 편은 인터넷상에서 꽤 화제가 됐다. 콘돔 대신 랩이나 비닐을 사용했다는 청소년의 고백으로 시작된 피임에 관한 인식과 현황에 대한 문제는 청소년에서 끝나지 않았다. 만 18~69세의 한국 성인 남자 콘돔 사용률이 겨우 11.5%라는 수치는 충격적이었다.

‘노 콘돔 노 섹스’라는 캠페인을 아무리 벌여도 사람들은 여전히 콘돔 없이 섹스를 한다는 거다. ‘성적인 만족감’ 혹은 ‘콘돔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에 대한 쑥스러움’, ‘분위기’ 등의 같잖은 이유로 말이다.


콘돔 없이 했습니까?

23세 A양도 그랬다. “남자 친구와 첫 섹스를 하게 됐는데, 둘 다 콘돔을 가지고 있지 않았어요. 콘돔 없이 섹스하는 것이 걱정되긴 했지만 콘돔을 사오란 말을 하는 게 쑥스러워 그냥 했죠. 분위기를 깰까 봐 걱정도 됐고요. 무엇보다 남자 친구가 체외 사정을 하면 괜찮다고 말했어요.” 당신의 첫 섹스를 돌이켜보면 이런 경우가 특별하지 않다는 걸 알 거다.

32세 B양의 사연은 조금 헷갈릴 수도 있다. “어느 날 둘이 집에 있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섹스 전 상황으로 돌입했죠. 그런데 갑자기 남자 친구가 우물쭈물하며 뭔가를 주저하는 듯 보였어요. 왜 그러냐고 했더니 ‘오늘은 콘돔 없이 하면 안 되냐’라고 하더군요. 콘돔을 안 가지고 왔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콘돔을 착용하지 않았을 때 훨씬 더 만족도가 큰 것 같다는 게 이유였죠. 저도 콘돔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그렇다고 피임 확률이 낮은 체외 사정으로 관계를 맺을 수는 없어 그날은 그냥 넘어갔지만 계속 남친이 조르면 제가 경구피임약을 먹어야 하나 생각 중이에요. 저만 좋자고 하는 건 아니니까요.”

29세 C양의 이야기는 좀 더 심각하다. “잠깐 만났다 헤어진 남자가 있었어요. 두 달쯤 만나고 섹스를 하기 시작했죠. 그날은 우리가 두 번째로 관계를 맺는 날이었는데, 여러 차례 삽입 섹스를 했어요. 후배위로 섹스를 하고 있었는데, 그는 좀 더 오래 버티기 위해 잠깐씩 피스톤 운동을 멈췄어요. 그러던 중에 그가 동의 없이 콘돔을 벗겨버렸단 걸 안 건 섹스가 끝난 후였죠. 별일은 없었지만 그날의 수치스럽고 화끈거렸던 기분을 잊을 수 없어요.”


콘돔 없이 하는 이유

그녀들은 왜 콘돔 없이 섹스를 하는 상황에 놓였을까? 우선 A양처럼 콘돔에 대해 제대로 말을 못 꺼내는 우물쭈물함 때문이다. 이건 결국 스스로 안전하지 못한 섹스를 하게 만드는 것과 같다. ‘분위기를 깰까 봐’ 콘돔 사용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하는 여자는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위험한 걸 알면서도 자신을 그 상황으로 내던지다보면 ‘좋지도 않고 걱정만 하는’ 섹스로 끝이 난다. 무엇보다 콘돔을 끼는 것이 섹스의 ‘흐름’을 깬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B양은 남자 친구의 성적 만족을 위해 혹은 콘돔을 끼고 섹스하면 자신이 아프거나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콘돔 사용 대신 다른 피임법을 강구하는 경우다. 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피임법을 찾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남자 친구의 성적 만족도를 위해 경구피임약을 먹는 건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다.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C양의 사례다. 그녀의 이야기는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스텔싱(Stealthing)’에 해당한다. 스텔싱이란 상호 합의된 성관계 도중, 남자가 상대방의 동의 없이 몰래 콘돔을 벗기거나 구멍을 내는 행위를 일컫는다. 합의 없는 피임 중단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많겠냐 싶겠지만 우리나라보다 일찍이 스텔싱이라는 용어가 생겨나고 이 문제가 공론화된 미국에선 스텔싱을 성병 감염과 임신 가능성에 노출되는 ‘성폭력 범죄’로 규정한 법안이 제출될 만큼 그에 대한 심각성이 제기되는 상태다. 인권 변호사로 일하는 알렉산드라 브로드스키는 “이런 일은 대부분 가볍게 만난 사이나 캐주얼한 섹스를 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는 수치스러움과 동시에 자기가 무시당하고 사기당했으며 심지어 강간을 당했다는 생각까지 든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녀는 “스텔싱은 꽤 오랫동안 존재하고 자행돼온 보이지 않는 형태의 폭력이 이제야 겨우 사회적으로 드러나게 된 것”이라고 강조한다.

위의 사례에 등장한 남자들이 콘돔 없이 하려는 이유는 단순하다. ‘성감이 떨어져서’ 혹은 ‘콘돔을 사용하면 분위기가 깨져서’ 등의 이유가 전부다. 혹은 술을 마신 상태에서 판단력이 흐려졌을 때 콘돔 없이 섹스를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스텔싱의 경우 이야기가 좀 더 복잡해진다. 스텔싱과 관련된 문제를 제기한 켈리 큐 데이비스 박사는 여자에 대해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남자들 사이에서 스텔싱이 일어나는 일이 많다며, 어떤 이들은 자신들의 이러한 행동을 두고 ‘남자의 권리’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엄밀한 폭력이라고 지적한다.


안전하게 섹스하는 방법

콘돔 없이 섹스를 강요하는 것은 명백한 성폭력이자 데이트 폭력의 일환이다. 안전한 섹스는 성관계뿐만 아니라 피임에 대해서까지 쌍방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데서 시작된다. 콘돔이 번거롭거나 분위기 혹은 성감에 방해가 된다는 고정관념만 버리면 훨씬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섹스를 즐길 수 있다. 섹스하기 전 남성용이든 여성용이든 콘돔을 미리 준비하자. 그리고 상대와 솔직하게 대화를 하자. 만약 상대가 콘돔 사용을 꺼리거나, 그를 아직 완전히 믿을 수 없다면 삽입 섹스를 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 <인간의 성에 대한 50개의 놀라운 미신>의 공동 저자인 페퍼 슈워츠 박사는 “오르가슴이 중요하다면 삽입 섹스 말고도 이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은 많다”라고 말한다. 삽입 섹스의 경우 서로 마주 보는 자세로 섹스할 때 그가 콘돔을 잘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정상위나 여성 상위 자세에서 이가 더 쉽다. 체위를 바꿀 때마다 손으로 그의 페니스를 잡고 당신의 질 속에 삽입하는 걸 도와주면서 콘돔이 잘 끼워져 있는지 확인해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앞서 말한 스텔싱의 위험은 누구에게나 해당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스텔싱에 대한 법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더욱더 조심할 필요가 있다.


코스모는 꾸준히 콘돔 사용을 주장했다. 건강한 성생활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콘돔이다. 하지만 조사 결과 한국은 여전히 OECD 국가 중 콘돔 사용률이 11.5%로 최저를 기록한다. 혹시라도 당신이 나머지 89%가 아니길 바라며 다시 한번 콘돔 이야기를 꺼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