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쏠이라 들었소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누구에게나 모쏠의 시절은 있다. 지금 생각하면 이불킥을 날려버리고 싶은 모쏠 시절의 행동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모쏠 시절 그들의 수줍은 스토리를 공개한다. | 사랑,연애,모쏠,모태솔로,코스모폴리탄

스킨십 공지 드림그녀와 사귄 지 한달. 우린 아직 손도 잡지 못했다. 이제 손잡을 때가 됐는데. 나는 고민했다. '우리 손 잡고 걸을까요?' '손을 한 번 잡아봐도 될까요?' 뭐가 더 예의 있는 말일까. 드라마처럼 무턱대고 확 잡아버리는 건 너무 폭력적일 것 같으니까 배려와 세심함으로 무장한 나는 분명히 그렇게 생각을 하고 실천에 옮겼다. 눈을 쳐다보면 그런 말을 또 할 수 없게 될까봐 전화로. "우리 오늘.. 청계천 가기로 했잖아. 거기서 손 잡고 걷는 거 어때?" "오늘부터 손 잡아 볼래?" 그때 내 나이 스물 아홉. 내가 모쏠인지 몰랐던 그녀는 많이 당황했겠지. - 허민수(33세, 대학원생)나만 준 거 아니었어?밸런타인 데이 아침이었다. 출근길에 만난 나의 훈남 사수, 나에게 ‘수줍게’(정말 수줍어 보였다) 예쁘게 포장된 초콜릿 상자를 내밀었다. 사실 평소 사심 가득한 눈으로 늘 그를 바라보던 나는 정말이지 심쿵. 이렇게 고백하는 건가? 아뿔싸. 난 초콜릿을 준비하지 못했는데? 나는 잠시 들를 때가 있으니 먼저 가시라며 그를 보내고 회사 옆 편의점에서 부리나케 초콜릿 한 상자를 구입했다. 예쁘게 쪽지도 써서 선물해야지. 그럼 오늘부터 우리 1일인 건가? 잔뜩 상기된 얼굴로 사무실에 들어와서, 나는 그제야 현실을 직시했다. 그가 수줍게 건넨 것과 똑 같은 초콜릿 상자가 우리 팀 모두의 책상 위에 놓여있었다는 것을. - 김남희(33세, PD)삼 세 번은 마주쳐야 운명이지우연히 버스정류장에서 내 이상형의 그녀를 만났다. 그런데 난 모쏠. 먼저 다가가 말 걸 용기 따윈 없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우리가 운명이라면' 다음에 또 만날 수 있을 거다. 그때 말을 걸어야지. 그런데! 하늘이 내 순수한 마음에 감동했는지 1주일 뒤에 다시 한 번 그녀를 보게 되었다. 이번엔 지하철 안에서. 그래. 물론 같은 동네에 살면 그런 이 당연히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같은 동네라고 해서 다 그렇게 마주치진 않으니까. 우린 운명일 거야! 하고 다가가려던 순간. 내게 떠오른 숫자 삼세번. ‘이정도론 안돼. 한 번 더 만나면 진짜 운명이겠지’라고 생각한 후 그녀를 보내버렸다. 당연히? 그 후론 그녀를 볼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첫사랑을 보내버렸다. - 김정훈(34세, 작가)연하남을 놓친 사연그와 만난 건, 지방에 있는 그의 대학교에서였다. 좀 더 다채로운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고자 겨울방학 기간을 활용해 두 달 간 그 학교에서 지냈다. 수업에서 팀플을 통해 만난 그에게 처음부터 호감을 갖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그 역시 나에게 호감을 보여왔다. 두 살 어린 연하남이었는데, 정말이지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팀끼리 다같이 밤을 지새며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서로에 대한 호감의 마음도 커져갔지만 단둘이 데이트한 적은 없었다. 두 달이 지나고 내가 서울로 올라간 이후 우리는 매일 연락을 하며 지냈다. 너무 보고 싶다고. 그리고 일주일 뒤 그는 나를 보기 위해 서울에 오겠다고 했다. 나는 너무 기뻤다. 나랑 데이트를 하기 위해, 서울까지 기차를 타고 오다니! 친구들에게 사방팔방 자랑을 했다. 최대한 발랄 상큼한 옷을 입고, 우리 학교 앞에서 제일 맛있는 돈까스집에 데려가 저녁을 먹고, 또 가장 맛있는 빙수 맛집을 데려가니 어느덧 밤 10시가 됐다. 10시쯤에는 기차를 타야 집에 내려갈 수 있을 텐데, 그가 별로 가려고 하지 않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누나인 내가 그의 귀가 시간을 책임져야지! 그래서 그에게 말했다. ‘에고, 벌써 10시네. 이제 기차 타고 집에 갈 시간이야. 시간이 정말 금방 간다, 그치?’ 그리고 기차역까지 그를 배웅해주는데, 그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후 예전만큼 자주 연락을 하지 않았다. 난 고민했다. 이렇게 맛있는 밥도 먹고, 빙수도 먹고, 즐거웠는데 왜?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너무 재미없는 대화를 해서인가? 막상 만나니 잘 맞지 않아서?’… . 그런데 이제야 알았다. 당시, 23세, 4학년이었던 나는, 혈기왕성한 그 귀여운 연하남의 마음을 1도 모르는 바보였다는 것을. 미안하다. 누나가 모쏠이었다. - 김지민(33세, 기자)칭찬이 무서워30세에 모쏠을 탈출했다. 나의 첫 남친은 너무나 다정하고 다감한 스타일이었는데, 툭하면 “예쁘다”, “연예인 같다” 이런 식의 칭찬을 던지곤 했다. 그런데 30년만에 처음 듣는 칭찬이라 그런지 너무나 오글거렸고, 결국 나는 “웃기고 있네”, “쓸 데 없는 소리하고 있네” 이런 식의 빈정거림으로 대꾸했다. 칭찬은 1도 안하는 현 남친을 보며 종종 모쏠 시절 칭찬을 두려워했던 내 모습이 떠올라 씁쓸해진다. - 이지아(29세, 건축가)장미 키워오라고 그래서장미를 선물한 적은 있어도 장미를 키워 본적이 있는 사람은 드물 거다. 난 모쏠 시절, 그걸 해냈었다. 무려 일주일이나. 물론 한 여자가 던져준 과제 때문이었다. 첫사랑인 그녀에게 고백하러 가는 날. 장미 한 다발을 들고 그녀의 집 앞에 찾아갔다. 그녀는 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그녀는 말했다. ‘나에 대한 마음이 진심이라면 일주일 뒤까지 이 꽃이 시들지 않게 해봐. 그럼 나도 그 시간 동안 다시 생각해볼게.’ 기회라 생각했다. 어린 왕자가 꽃을 돌보듯 열과 성을 다해 장미를 돌봤다. 각고의 노력 끝에 일주일 뒤에도 살아있는 장미 한 다발을 들고 다시 그녀의 집 앞에 찾아갔다. 하지만 그녀는 미저리를 보는 듯 질린 표정으로, ‘미…안한데 그래도 아닌 거 같아. 정말 미안해.’ 장미의 송이송이들이 한번에 시들어버리는 듯했던 그 순간의 마음이 지금도 떠오른다. 지금이라면 다시 하지 못했을, 모쏠 시절 그 열정의 고백. - 이한민(36세, 공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