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일과 밤에 나눈 대화들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어스름한 저녁부터 깜깜하게 밤이 내려앉기까지 배우 박해일과 대화를 나눴다. 박해일은 오래 생각하고, 주저했으며, 천천히 답했다. 영화 <남한산성>에서 연기한 인조의 치열한 고민을 그에게서 본 듯도 했다. | 셀렙,스타,화보,박해일,남한산성

말을 하지 않아도 박해일의 얼굴은 많은 이야기를 한다.니트 톱 13만7천원 맨온더분. 일년 만입니다. 뭐가요? 화보를 찍은 지가요. 지난해 <덕혜옹주> 홍보차 한 게 마지막이에요. 일 년 동안 열심히 영화만 찍다 다시 화보 촬영을 하려니 하나도 모르겠네요. 인터뷰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어쨌든 재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오늘 화보는 정해진 콘셉트 없이 자연스러운 박해일을 담는 것이었어요. 첫 컷을 찍고 단박에 “나도 이제 나이가 보인다”라고 했죠. 네, 바로 첫 컷에서요. 아무런 터치 없이 해 아래에 서니 지금껏 살아온 내 나이가 보이는 것 같았거든요. 스트라이프 슈트를 입은 그가 창밖을 응시한다. 슈트 79만7천원 맨온더분. 셔츠 10만원대 S.T.듀퐁 클래식.좋은 거죠? 좋든 안 좋든 그건 그냥 사실 그대로의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패션지 화보 작업을 할 때는 뭐랄까, 그런 느낌이 있거든요. 내 몸이 이에 맞게 움직여야 할 것 같은 거요. 그런데 어차피 저는 그저 연기하는 사람이고 배우가 가지고 있는 물리적인 나이대를 그대로 존중한다면 영화를 알리는 과정에서 하게 되는 이런 화보 촬영도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배역에서 벗어나 박해일이라는 배우가 그대로 담기는 거니까요.영화를 알리는 중간 과정, 이른바 ‘홍보 기간’이라 불리는 시간에 대한 부담감이 있으셨나요? 음… 배우가 가지고 있는 작품에 대한 애정을 여러 매체를 통해 보여주는 거라는 생각을 해요. 반복적으로 인터뷰와 화보 촬영 등을 해오긴 했죠. 물론 생각만큼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때도 있었어요. 결과가 어떻든 간에 그 시간을 그리고 상황을 즐기는 게 자연스럽고 솔직한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이런 것들이 힘들게 느껴지지 않으려면요. 신발을 벗어버린 박해일은 그제야 편한 듯 웃어 보였다. 니트 톱 가격미정 노앙. 팬츠 가격미정 맨온더분. 우리는 그 중간 과정에서 <남한산성> 이야기를 하기 위해 만났죠. 어떤 영화인가요? 캐스팅되고 준비하면서, 그리고 지금까지 한결같은 마음이었어요. 병자호란 때 임금과 조정이 청의 대군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숨어들고, 나라를 구하기 위해 대신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역사적 사실이 지금 이 시대에 왜 영화로 보여져야 하는지를 생각하며 찍었거든요.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결국 하나의 역사가 되겠죠. 그들이 과거의 역사를 목격하고 무언가를 느끼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역사는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닌 지금껏 이어지는 우리의 굴레라고 생각하며 영화를 보시면 어떤 공감대나 역사를 내다보는 시각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시대극만큼 사람들을 들끓게 하는 것도 없죠. 잊고 살았던 역사적 사실을 목도하고, 공감하게 되잖아요.목도? 목도란 말이 이번 우리 영화에 어울리는 결의 단어인 것 같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시대극이 가진 힘이란 생각도 들어요. 사실 ‘비운의 역사’라고 말하는 병자호란 시대가 왜 즐거움을 주는 영화라는 매체에서 다뤄져야 하는가를 납득시키는 것은 저의 숙제죠. 관객들에게 우리가 이 영화를 만든 목적을 재미있게 알리는 게 가장 중요한 지점인데 그것을 놓치지 않고 계속 촬영했던 것 같아요. 배우와 스태프 모두가요. 말씀하신 것처럼 이번 영화에서 비운의 역사 속 왕을 연기했죠. 인조를 연기하는 마음은 참담함에 가까웠을까요? 그런 마음이 들긴 했어요. 열강에 둘러싸인 조선, 힘의 논리가 팽배하게 작용하는 그 속에서 신중히 판단하지 않으면 나라 전체가 위험에 빠지는 상황이잖아요. 그러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는 정극 안에서 연기를 한다는 건 보이지 않는 중압감을 느끼는 일이었어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가 그런 공기를 느끼면서 촬영했죠. 충심은 같으나 이념은 너무나도 다른 ‘최명길’과 ‘김상헌’이란 두 사람 사이에서 인조가 지켜야 할 권력자로서의 자존심을 보여줘야 했어요. 저라는 사람이, 그 ‘인조스러운’ 기운을 표현해내는 것이 쉽지 않았죠. 한동안 생각에 잠기다가 음악이 들리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장난기를 보이는 그는 천상 배우다.셔츠, 팬츠 모두 가격미정 오디너리피플.배우가 한 작품을 끝내기까지는 어떤 힘이 필요한가요? 작품을 선택할 때 ‘이 작품을 끝맺음할 때까지 내가 어떻게 버텨나갈 것인가?’를 생각해요. 작품에 관한 직관적인 느낌과 강력한 호기심 등이 작품을 만드는 시간을 버티는 힘이 되겠죠. 아주 단순하게는 ‘내가 이걸 하지 않으면 후회할까?’라는 생각을 해봤을 때 긴 호흡을 유지하며 작업할 수 있는가 등에 대한 답이나오는 것 같습니다. 버틴다는 말이 인상적이네요. 누구든 시간을 버텨야 하는 이유가 필요하죠. 배우가 아니라도 같겠죠, 아마. 박해일은 호기심을 일으키는 배우죠. 많은 선후배와 감독이 박해일과 작업하길 원해요. 선택받을 수 있는 비결이 도대체 뭡니까? 영업 비밀입니다. 하하.  사실 한 배우가 가지고 있는 게 그리 많지 않아요. 저라는 사람 그리고 저라는 하나의 색깔을 이용해   여러 작품에서 작동을 하죠. 그러니까 나를 좀 더 유기적으로 활용하고 잘 끄집어내줄 수 있는, 때로는 조금 부족하다 싶어도 기다려주고 이끌어줄 수 있는 그런 감독과 상대 배우, 스태프들을 만나 계속 작업하고 싶은 것뿐이에요. 그게 다예요. 그들도 같은 마음 아닐까요?  저를 선택해줘 고맙긴 하지만, 기대를 저버리게 되는 상황도 있으니까 사실 부담도 돼요. 한편으론 박해일이 어떤 사람인지 짚어보면 알쏭달쏭한 기분이 들어요. 오로지 작품만으로 대중을 만나니까요. 저에겐 그게 더 맞는 방법이에요. 요즘 배우들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가 많이 생기긴 했죠. 전 작품에 참여하기 전 좀 더 나라는 사람을 돌아보고, 챙기는 편이에요. 그 시간엔 누군가에게 보여지기보단 그냥 내가 어디를 보는 느낌이 좋은 것 같아요. 사람들 시선에서 벗어나서요. 자기답게 하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잠깐 담배를 피우며 쉬고 있는 그. 슈트 88만원 디바인라운드, 셔츠 21만5천원 시스템 옴므. 슈즈 1백28만원 쥬세페 자노티. 시선에서 멀어진 박해일은 뭘 하나요? 오늘 들고 온 가방이 꽤 묵직해 보이던데. 뭘 무겁게 드는 걸 좋아해요. 한번 물건을 넣으면 빼지 않아요. 읽으려고 했던 책이나 노트북이 들어 있기도 하고. 오늘은 일하는 거니까 책 읽을 시간이 없는 걸 알아도 그냥 들고 와요. 비우는 게 귀찮아서. 자기답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는데 참 박해일다운 말이네요.   일관된 하나의 정서를 가지는 건 좋으니까요. 예를 들면 도레미파 중에 ‘도’로 계속 가는 거죠. 인터뷰를 하다 보면 나를 돌아보고 내 그릇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할 때가 있어요. 오늘이 그날이네요. 그릇은 중요하지 않아요. 작은 소주잔엔 소주를 따르고 큰 맥주잔엔 맥주를 따르는 것처럼 내가 뭘 담을지가 중요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