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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에서 로그아웃하세요

디지털 중독은 우리의 일과 삶의 균형만 깬 것이 아니다. 미래학자들은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존재 가치를 위협할 것이라고 말한다. 코스모가 전문가들과 함께 21세기의 빅 브라더, 디지털 세계가 보내는 경고를 짚어봤다.

BYCOSMOPOLITAN2017.09.20


디지털 로그아웃의 또 다른 필요성과 현실적 실천법  

기술의 통제로부터 자율성을 획득하는 건 단순히 디지털 기기의 전원을 꺼버린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유발 하라리는 집중력과 정신적인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매일 2시간 명상’이라는 원칙을 세우고 지킨다. 그리고 일 년에 60일 안팎 IT 기기가 없는 환경으로 떠나 스스로 연결을 끊는다. 디지털 로그아웃의 필요성은 존엄성뿐 아니라 인간만이 갖고 있는 집중력과 지적 능력, 창의적 사고력을 지키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프란시스 부스는 저서 <디지털 디톡스, 디지털 세상에서 벗어나 집중력을 회복하는 방법>에서 디지털 세계와의 끊임없는 연결이 인간의 능력을 퇴화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이메일을 체크하고 트위터나 구글, 페이스북을 확인하는 등의 반복적이고 단순한  행위는 의도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는 일입니다. 이런 행위들이 뇌의 경로를 만들기 시작하면 그 경로가 점점 강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경로를 방치시키죠. 즉 우리의 지적 기능과 추구를 지지해주는 경로들이 해체된다는 뜻이에요.” 이는 매일, 하루에 평균 10시간 안팎으로 인터넷을 사용한 19세 청소년의 뇌에서 ‘집중’과 ‘감정’을 조절하는 부위가 수축하는 현상을 발견한 중국의 연구 결과가 입증하고 있다. 

전문가의 연구 사례까지 들지 않더라도 ‘연결 과잉’이 집중력 저하를 초래한다는 사실에 공감하는 이는 많다. 회사원 김해솔(28세) 씨 역시 이와 같은 문제를 호소한다. 


“스마트폰에 의존하면서 건망증이 심해지고 집중력도 저하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기억력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요즘은 방금 들은 이야기도 금방 까먹고 책을 읽을 때도 집중을 잘 못해 같은 문장을 두세 번씩 읽어야 겨우 이해가 됩니다. 업무 중에도 상사의 말을 까먹는 일이 많아 핀잔을 들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고요.” 프란시스 부스는 이러한 문제를 ‘디지털 산만’으로 정의했다. 그녀는 사람들이 이메일을 체크하면서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가 SNS에 친구와 찍은 셀피를 포스팅하는 건 멀티태스킹, 즉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도 제대로 못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이들은 항상 스위치가 ‘on’된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어떤  상황이나 순간에 깊게 오래 몰입하지 못하는 사람이죠.” 


경북대학교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종석 임상교수는 집중력을 저하시키는 디지털 기기와의 지속적인 연결을 끊을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을 알려준다. “과도한 디지털 기기 사용은 대뇌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시스템의 기능 이상을 야기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도파민은 우리 몸의 에너지원, 활력을 담당하는 기능을 하는데 집중력과 주의력을 유지시키는 역할도 합니다. 따라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평소 혹은 장시간 사용 중간에,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거나 간단한 근력 운동을 통해 부족해진 도파민을 보충해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참고로 디지털 기기 중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안구건조증, 시력 저하, 불면증, 우울증과 같은 직접적 신체 증상을 동반합니다. 당장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는 것이 여의치 않다면 우선 액정에서 나오는 블루 라이트를 차단하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거나 해당 기능을 설정하고, 밤 시간에 스마트폰을  사용할 땐 주변의 불을 켜두세요. 눈의 피로도를 줄이는 동시에  불면증도 점차 해소될 수 있습니다.” 


한편 디지털 산만은 손상된 자존감과 만성 우울감을 유발하고 대인관계 능력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내가 올린 포스팅에 누가 ‘좋아요’를 눌렀는지 늘 신경 쓰여 자주 체크해요. 친구가 내 포스팅엔 아무런 반응이 없는데 다른 친구에겐 ‘좋아요’를 눌렀는지 체크한 적도 많고요. 그럼 서운한 마음이 들면서 순식간에 우울해지더라고요. 그들에게 왜 내 거엔 ‘좋아요’를 안 누르냐고 장난인 척 강요하다가 저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져 SNS 계정을 삭제했죠. 며칠 안 돼 새로운 계정을 만들긴 했지만요.” 대학원생 박지윤 씨의 고백이다. 박종석 교수는 이러한 강박을 일종의 행위 중독, 관계 중독의 증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타인의 관심에 집착하게 되는 원인은 낮은 자존감과 불안, 현재 상태에 대한 불만족에 있습니다. 여기서 벗어나는 방법으로는 우선 본인의 현재 상태와 문제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수용하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가장 스트레스를 받고, 가장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찾아내는 거죠. 그리고 이 문제가 부분적으로나마 해결될 때까진 자신만의 원칙을 세운 뒤 SNS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디지털 산만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자발적으로, 간절하게 들지 않는다면 ‘집중’과 ‘몰입’ 상태에서 자신이 얼마나 즐거움이나 행복감을 느꼈는지 되돌아보자. 우리가 주변의 소음, 강력한 방해(친구의 유혹, 술자리 등등)에서 벗어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만큼 어떤 일에 몰입한다면 차분한 마음, 스트레스가 거의 없는 상태에 도달할 것이다. 당신이 ‘연결’된 상태로부터 완벽히 단절되고 싶다면 내가 가장 쉽게, 혹은 지속적으로 집중할 수 있으며 나 또는 나를 둘러싼 주변과 환경에 유익한 활동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것. 누군가에겐 이른 아침 출근 전에 하는 조깅이, 누군가에겐 조용한 카페에서 그림을 그리는 일이, 혹은 독서가 그런 일일 수 있겠다. 일주일 혹은 하루 몇 회 스마트폰의 전원을 끄고 자신이 즐거움을 느끼며 집중할 수 있는 그 일을 시도해보자.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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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류진
  • 참고서적 <호모 데우스>(유발 하라리), <디지털 디톡스>(프란시스 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