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드라마 작가가 말하는 현실 연애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자고로 연애란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것이랬다. 진부한 신데렐라 스토리가 가고 지극히 현실적인 로맨스 웹 드라마가 호응을 얻는 것도 그런 이유일 테다. 그렇다면 도대체 ‘현실 연애’란 어떤 모습일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사랑을 마주하고 있는지 ‘연애 웹드’를 만드는 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다. ::연애, 현실연애, 웹드라마, 로맨스, 현실로맨스,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 연애,현실연애,웹드라마,로맨스,현실로맨스

요즘 ‘연애 웹드’가 대세예요. 사람들이 이렇게 로맨스 웹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요? 이나은(<전지적 짝사랑 시점> PD 겸 작가) 제가 쓰고 있는 <전지적 짝사랑 시점>(이하 ‘전짝시’)이란 작품은 정말 일상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어요. TV 드라마에서는 좀 더 판타지에 가까운 소재나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가 많은 반면 이 작품은 굉장히 사소한 이야기를 다루거든요. 그러다 보니 ‘내 얘긴데? 굉장히 솔직하게 이야기해주네’라고 생각하고 공감하는 것 같아요.이동희(<모먼트> 작가) 처음에는 웹 드라마라고 하면 긴 드라마를 끊어 만든 느낌이었죠. 이제는 그것이 하나의 장르적 특성을 가지면서 더 관심을 받게 된 것 같아요. 게다가 로맨스라는 주제는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소재이기도 하고요. 작품 속 다양한 에피소드 가운데 가장 반응이 좋았던 건 어떤 장면이었나요?이나은 <전짝시>에서는 술취한 여주인공 ‘혜지’가 편의점에서 일하는 훈남 알바생이랑 처음 만나는 장면이 큰 반응을 얻었어요. 독특한 캐릭터의 등장이 신선했던 데다 한 번쯤 꿈꿀 법한 설정이잖아요. “편의점 알바를 해야 하나”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죠.차현진(<연애세포> 작가) 약간의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장면이 인기였던 것 같아요. 우리 보통 장난으로 “나 연애 세포가 죽었어”라는 말을 하곤 하잖아요. <연애세포>에서도 김유정이 변하는 장면이 가장 인기였어요. 연애 세포가 죽기 직전 몸에서 뛰쳐나와 예쁜 여자로 변신한다는 내용이었죠,임현욱 (<알 수도 있는 사람> PD)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봤을 때 <알 수도 있는 사람>의 군대 에피소드가 가장 큰 공감을 얻었던 것 같아요. 남주인 ‘진영’이 군대 간 동안 여친 ‘이안’은 어학연수를 가요. ‘진영’이 제대하는 날 ‘이안’도 귀국해 공항에서 만나기로 한 거죠. 근데 ‘이안’이 날짜 계산을 잘못해 약속한 다음 날 공항에 도착한 거예요. 미국에서 한국으로 올 때는 하루를 더해야 하니까요. ‘진영’은그것도 모르고 인천공항에서 군복을 입은 채로 온종일 기다리다 노숙을 하고, 다음 날 둘은 감동적인 재회를 한다는 스토리죠. 아무래도 20대 초반의 연애에서 군대는 빠질 수 없는 이슈이기 때문에 남녀 모두 공감할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모먼트>는 어떤가요? 이동희 ‘민호’와 ‘향숙’은 같은 학교를 다니는 친구예요. 두 사람이 처음으로 마음을 확인하며 스킨십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그 신의 조회수가 가장 높았어요. 오랫동안 쌓아온 감정을 마침내 키스를 하며 터트렸거든요. 신기한 건 그다음 편의 반응도 좋았다는 거예요. 아무래도 얘네가 어떻게 될 건지, 결국 사귈 건지 말 건지를 궁금해하는 시청자가 많았던 것 같아요. 실제로 요즘 남녀들은 썸에서 연애로 넘어가는 과정이 힘들다고들 하죠. 다시 말해 썸은 타지만 연애로 넘어가기 어렵다는 것인데,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나은 요즘은 취업도 힘들고, 학교 생활도 힘들고, 직장도 힘들고, 힘든 게 많잖아요. 그러니 연애마저 실패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차현진 결국 그것이 연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이어지면서 책임이 필요 없는 썸만 타게 되는 거죠. 또 세상이 불안하니까 오히려 그걸 견디기 위해 작은 불안을 즐기는 썸을 선호하고요. 임현욱 그러다 보니 상대방에게 굳이 맞출 필요도 못 느끼는 것 같아요. 상대방의 98%가 좋고 2%가 마음에 안 들면 본인이 노력을 하든지 상대방이 바뀌든지 해야 하잖아요. 근데 요즘은 그 2%가 마음에 안 들면 굳이 만나지 않으려고 하죠. 그럴 시간도 없고, 그럴 여유도 없으니까요. 맞는 사람을 찾기는 더더욱 힘들어지고요. 그래서 “주변에 괜찮은 이성이 없다”라는 고민 사연도 자주 들려와요. 이동희 <모먼트>라는 작품을 쓸 때 20대 친구들에게 많이 물어봤어요. 전 30대고 제가 느끼는 연애 감정은 2017년을 사는 20대의 그것과 다를 테니까요. 그러던 중에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어요. 이러한 논의를 하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진다는 거예요. 사실 “주변에 남자가 없다”는 고민은 흔히 30대 여자들이 많이 하거든요. 나이가 들수록 결혼을 하지 않은 남자들이 점점 줄어드니까요. 근데 이제는 25살 친구들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거예요.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위험 부담을 줄이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아요. 세상에 위험 요소가 많아지고 아까 얘기한 것처럼 실패할 일이 많으니까 일단 낯선 남자는 배제하는 거죠. 남사친과 여사친이 연애 감정의 대상이 되는 것도 그런 이유예요. 아는 사람이고, 장단점을 알고 있으니 내가 맞출 수 있는 부분을 줄일 수 있잖아요. 남자들은 어떤 것 같아요?임현욱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다만 남자들은 여자들에 비해 무던한 경우가 많죠. 특히 요즘은 혼자 놀 수 있는 방법이 너무 많거든요. 연애를 안 해도 되는 거죠. 주변에서도 ‘굳이 내가 찾아가서 누구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드물어요. 게다가 가뜩이나  바쁜 세상이라 혼자만의 시간에 대한 필요도 늘어나고 있어요. 제 지인 중에는 결혼도 했는데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기 전 야외 벤치에 10분 동안 앉아 있다 가는 사람도 있거든요. 연애나 결혼을 하더라도 그걸 이해해주는 상대를 만나기가 쉽지 않죠. 그렇다면 현실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괜찮은 남자를 만날 수 있을까요?이나은 제가 얼마 전에 이 주제를 가지고  페이스북에 포스팅을 한 적이 있어요. 앞서 언급한 ‘혜지’가 편의점 알바생에게 다가가던 장면은 사실 제 경험담을 각색한 거거든요.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한정적인 상황이라면 ‘혜지’가 그랬던 것처럼 미친 척하고 돌발 행동을 해야 해요. 사실 잘 생각해보면 우리 일상에도 말도 안 되는 우연이 많아요. 그걸 우리가 놓치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품 속에서는 친구 사이, 혹은 아는 사이에 감정을 키워나가는 경우가 많던데요, 그렇게 보면 남녀 사이에 우정은 불가능할까요?임현욱 사실 그건 어떻게 보면 답이 없는 문제인 것 같아요. 이것이 수십 년 동안 영화랑 드라마 주제가 된 이유도 여전히 답이 없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소재이기 때문이거든요. 올 상반기 큰 인기를 끌었던 <쌈, 마이웨이>라는 작품을 생각해보세요. ‘남사친과 여사친이 사랑을 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는 2017년인 현재에도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한다는 거죠. 그만큼 어려운 질문이고 ‘케바케’인 것 같아요. 그러고 보면 현실 속 연애는 한없이 짠하거나 찌질해지기도 해요. 사랑하는 감정이 약점으로 보이기도 하고요. 그 찌질함의 장벽을 넘어 주체적으로 사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차현진 우선 상대방이 무엇에 지쳐 있는지를 파악해야 해요. 그 지쳐 있는 포인트에 내 에너지를 집어넣어주는 거죠. 마치 상대방의 슈퍼맨이 되어주는 것처럼요. <연애세포> 9화의 엔딩신에서는 화가 난 여자 주인공이 찌질한 남자 주인공의 집에 찾아와요. 여주는 직업이 아이돌이라 사인하는 것에 지쳐 있는 상황이에요. 그때 우연히 남주가 여주를 대신해 사인 연습을 했던 종이가 바람에 날아가요. 그걸 보고 여주의 마음이 흔들리죠. 이나은 제 작품 속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짝사랑을 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주체성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한다는 거예요. 대부분 짝사랑하는 쪽을 ‘을’이라고들 생각하잖아요. 마음을 꽁꽁 숨기고 상대방의 기분에 따라 내 기분도 오르내리니까요. 근데 <전짝시 시즌3>에서 짝사랑을 하는 여자가 이렇게 말해요. “처음부터 나였다. 내가 놓으면 언제든 끝나는 관계였기 때문에.” 다시 말하면 짝사랑은 ‘을’이 아니라 ‘갑’이라는 거예요. 시작도 끝내는 것도 결국 자신이거든요. 다시 말해 내가 이 관계, 즉 사랑의 주체라는 거예요. 이런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요?그렇게 생각하면 사랑에 있어 더욱 주체적이고 당당해질 수 있겠네요. 각각의 작품을 통해 현실 남녀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차현진 연애를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설렘을 서로에게 줘야 한다는 것. 이거야말로 현실 남녀에게 꼭 필요한 태도고 예의라 할 수 있죠.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가르쳐주는 존재’라 생각했으면 해요. 이동희 사실 <모먼트>에서 두 주인공이 계속 어긋나는 이유는 계속 주저하고 망설이고 솔직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이 두 사람의 캐릭터는 ‘연알못’이거든요. 근데 그게 잘못은 아니에요. 늘 주저하고 답답하지만 그것조차 예쁘게 보일 수 있다는 거죠. 키스신 이후로는 조금씩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말하고 나아가는데,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상대방의 입장도 배려해야 한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좋아하는 건 내 마음이지만 이 사람이 날 싫어한다고 해도 그건 그 사람의 마음이잖아요. 그러니까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되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연애를 했으면 좋겠어요. 임현욱 저 같은 경우엔 <알 수도 있는 사람>을 통해 헤어지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냥 헤어지는 게 아니고 잘 헤어지는 방법을요. 실제로 대부분의 연애는 행복하게 끝나는 일이 드물잖아요. ‘진영’이 죽으면서 ‘이안’에게 스마트폰을 남겨요. ‘이안’은 10번 안에 비밀번호를 풀어야 스마트폰을 초기화시키지 않고 ‘진영’이 남긴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어요. 그 비밀번호는 두 사람의 추억과 얽힌 것이에요. 그걸 하나씩 돌이켜보면서 남자 친구와의 기억을 자연스럽게 정리하는 거죠. 물론 잘 헤어지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전 남친이 죽고 나는 계속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방법을 통해 ‘이안’이 온전히 살 수 있을 정도의 동력만 가져도 최선이라 생각했어요. 이나은 <전짝시>는 처음부터 내레이션과 대사가 번갈아 나오는 구성이에요. 전지적 시점으로 짝사랑을 바라보는 거죠. 근데 결말부로 가면서 내레이션이 다 빠지고 대사만 나와요. 결국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거였어요. 속으로 생각하지 말고 다 내뱉으라는 거예요. 마음을 다 써야 짝사랑도 정리되고, 헤어진 남친도 잊을 수 있죠. 그리고 더 나아가 지금 사랑이든 다음 사랑이든 확고한 마음으로 제대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