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단식이 필요한 이유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디지털 중독은 우리의 일과 삶의 균형만 깬 것이 아니다. 미래학자들은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존재 가치를 위협할 것이라고 말한다. 코스모가 전문가들과 함께 21세기의 빅 브라더, 디지털 세계가 보내는 경고를 짚어봤다. ::디지털, 단식, 중독, 삶, 균형,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 디지털,단식,중독,삶,균형

21세기 빅 브라더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코타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 중인 인공지능 개인 비서다. 앞으로 출시할 새로운 버전의 윈도우엔 코타나가 필수 사양으로 포함된다. 프로그램 사용자들은 자신의 이메일, 파일, 응용 프로그램 등에 코타나의 접근을 허용하도록 권유받는다. ‘주인’의 데이터에 마음껏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획득한 코타나는 당신에게 저녁 식사 후에 약을 먹으라고 알려주고, 부모님과 배우자의 생일임을 알려준 뒤 선물 종류까지 제안한다. 또는 사용자의 건강 상태를 체크한 후 병원 방문을 권유하거나 커리어에 유익한 이직을 제안할 수도 있다. 구글의 ‘나우’와 애플의 ‘시리’ 역시 현재, 혹은 멀지 않은 미래에 코타나와 같은 권한을 갖게 된다. ‘디지털 단식’ 기사에서 갑자기 왜 인공지능 기술을 운운하냐고? 기술이 인류를 통제하는 미래를 냉철하게 예측한 책 <호모데우스>의 저자이자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최근 국내의 한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지적한 충격적인 팩트 때문이다. 그는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 개·고양이 동영상을 보다가 몇 시간을 훌쩍 보낸 경험, 그러니까 우리 모두가 일상처럼 하고 있는 이 경험을 인간이 기술에 통제당하는 가장 쉬운 예라고 경고했다. ‘인공지능’이라는 영역까지 거론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나의 정보에 손쉽게 접근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무심코 누른 ‘좋아요’와 검색창에 입력한 단어들이 개인과 사회의 빅데이터가 되고, 그 빅데이터가 알고리즘을 만드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를 좀 더 쉽게 풀어보겠다. 내가 방문했던 사이트 기록, 검색했던 단어, ‘좋아요’를 눌렀던 콘텐츠, 접근을 허용한 개인 정보에 기반해 나의 타임라인에 ‘클릭할 확률이 높은 광고’를 띄우는 SNS와 웹사이트의 오지랖을 경험한 적 있는지? 이 참견은 그 온라인 플랫폼의 센스 있는 취향 저격이 아니다. 빅데이터가 만든 알고리즘이 나의 감정이나 욕망, 취향을 나 자신보다 더 잘 알고 이해하는 시대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인간은 자신의 주도권을 자발적으로 이 알고리즘에 양도하게 된다. 인간 스스로 결정하는 능력을 퇴화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전지적 네트워크가 의학 분야에까지 진출하면, 즉 다가올 미래에 사람들이 몸에 생체 기기를 장착한 후 그것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는 시대가 되면, 우리는 디지털과 단 1초도 연결을 끊을 수 없는 시점에 이른다. 연결이 끊기는 일이 곧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기술이 인간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시대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가까이 와 있다. 유발 하라리가 책 <호모 데우스>에서 밝힌 이러한 예측은 다음의 질문을 갖게 한다. “그런 미래가 오면 인간이 과연 기술의 강력한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미국의 IT 시사 매거진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단호히 “No!”라고 답했다. “21세기의 신기술이 만드는 디지털 세계는 곧 인간의 권한을 박탈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기술에 통제되지 않도록 스스로 끊임없이 경계해야 합니다.” 디지털 단식의 필요성은 매일 컴퓨터와 스마트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이라면 이미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이전엔 개인의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를 갖는 것이 주 동기였다. 유발 하라리가 예언하는 미래에 디지털 세계와 자발적으로 거리를 두는 일은 인간의 존엄성 사수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지키는 것과 직결된다. 디지털 단식이라는 과제에 좀 더 진지한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