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민의 치열한 고민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김과장’의 캐릭터를 채 벗기도 전에 새로운 작품 <조작>으로 돌아온 남궁민의 연기 인생은 ‘치열함’ 혹은 ‘집요함’이란 단어로 설명된다.


오픈해 입은 셔츠 사이로 오랜 시간의 운동으로 만들어진 그의 다부진 몸이 보인다.

슈트, 셔츠 모두 가격미정 코스.


드라마 <조작>은 괄목할 만한 시청률을 기록한 <김과장>으로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때에 선택한 작품이죠. 출연 결정에 대한 고민이 길지는 않았다고 들었어요.

요새 제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대본이 마음에 와닿느냐인 것 같아요. 대본이 마음에 들면 일단 겁 없이 도전하고 보죠. 사실 계산적인 의미에서 보면 이번 드라마 <조작>에서 맡은 역할인 ‘한무영’을 연기하는 것은 연기자 남궁민에게 아주 유리한 싸움은 아니었어요. 신문사 기자로 적폐 언론에 당당히 맞서는 자칭 타칭 ‘기레기’라 불리는 ‘무영’은 어찌 보면 <김과장>에서 맡은 역할인 ‘성룡’과 비슷한 점이 많죠. 정의감으로 똘똘 뭉쳐 있고, 성격도 밝고요. 캐릭터가 비슷해 보일 수 있다는 건 애초부터 알았어요. 시청자 입장에선 똑같은 걸 반복한다 느낄 수 있고 두 역할을 차별화하는 게 쉽지 않겠죠. 그럼에도 제 입장에선 이것저것 재지 않고 선택할 수밖에 없었어요. 작품이 좋았으니까요.


<리멤버-아들의 전쟁> <미녀 공심이> <김과장>이 연이어 히트를 치면서 남궁민 앞에는 ‘흥행 매직’, ‘시청률 보증수표’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죠. <조작>의 흥행에 대한 부담감이 있나요?

작품을 끝낼 때마다 사람들이 저더러 전성기라고 하는데 사실 그 단어가 편하지만은 않아요. 일종의 부담감 내지 책임감을 느끼니까요. 저는 대중 예술을 하는 사람이고, 제가 하는 작품은 나를 만족시키는 동시에 대중을 만족시켜야 하죠. 제가 대중에게 “이거 괜찮은 작품이에요”라고 말씀드렸는데 안 좋은 평가를 받으면 마음이 좋지 않죠. 그러니까 결론적으론 부담을 느끼는 셈이에요. 하지만 시청률이 저조하고 대중이 만족하지 않더라도 내가 얼마나 노력했고 성장했는지를 느끼면 적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은 비축한단 생각이 들어요.


바로 전작인 <김과장>에서 연일 연기로 호평을 받았음에도 정작 배우로서 연기에 대한 고민은 깊어졌다 들었어요. 이번에 맡은 ‘한무영’을 연기하면서는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한무영’은 정의감에 불타는 인물이죠. ‘한무영’이 사건을 파헤치는 방식을 보며 일종의 집착을 배웠어요. 그 사람을 연기하기 위해선 제가 연기에 집착해야 한다는 것도요.


배우의 집요함이 보이네요. 얼굴에 든 멍에서도요. 액션 신이 많다면서요?

네. 항상 다치고, 무릎에 멍이 가실 날이 없죠. 굉장히 박진감 넘치는 액션 신을 많이 찍는데 이것도 할수록 느는 것 같아요. 아직까진 액션 신을 찍는 것이 재미있어요.


로브를 입은 채 집 안을 거니는 모습이 편안해 보인다.

네이비 로브 14만8천원, 스트라이프 로브 24만8천원 모두 로브로브. 팬츠 가격미정 오디너리피플.


사실 ‘한무영’을 설명하며 말했던 ‘집요함’ 내지 ‘집착’은 남궁민의 필모그래피에서도 보여요. 근 2년간은 거의 공백기 없이 작품을 했잖아요.

맞아요. 최근 2년 동안은 미친 듯이 작품을 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많이 했죠.


그런데 그 역할 간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요. ‘남규만’으로 섬뜩한 얼굴을 보였다가 ‘안단태’로 달콤했다가 ‘김성룡’으로 발랄했죠.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 건 배우에게 일종의 소명일까요?

글쎄요.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생각을 해요. ‘연기를 하지 않는다면 제가 배우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느끼고 또 끓어오르는 고민을 과연 어디로 분출시킬 수 있을까’ 하고요. 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어서 잘은 몰라도 어떤 그림을 보면 그린 사람의 만족과 기쁨 이런 것이 느껴지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항상 연기 때문에 힘들고 고민하며 고통스럽지만 연기를 하면서 그리고 내가 한 연기를 보면서 일종의 희열과 만족감,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느끼죠. 제가 연기로 인한 고통을 감내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남궁민씨는 배우를 해야만 살 수 있는 분 같아 보이네요.

그런 것 같아요, 지금은.


동시에 부단한 노력이 보여요. 뭐랄까 남궁민의 연기는 ‘연륜’이나 ‘스킬’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여전히 너무 치열함이 보여서요.

운이 정말 좋아 연기를 잘 못해도 계속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래야 해요. 보통 사람이 가지고 있지 않은 비범함이나 성격적인 특징만으로 연기가 되는 게 아니니까요. 놀고,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이런 것에서 예술적 감흥이 생겨나는 게 절대 아니거든요. 배우라는 직업은 끊임없이 자기를 괴롭히고 발전시켜야 해요. 캐릭터를 끝없이 분석하고 철저하게 준비한 후 자신을 현장에 풀어놓았을 때 제대로 감정이입이 되는 거라 생각해요. 그때 예술적 감흥이 발휘되는 것이라 생각하고요.


실키한 셔츠를 입은 남궁민은 평소 옷에도 관심이 많다.

셔츠 18만원 몬테비아1930. 팬츠 가격미정 코스.


연기란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해도 여전히 어려운 거군요.

맞아요. 연기는 하면 할수록 이게 만만한 일이 절대 아니라는 게 계속 느껴져요.


말씀하신 것처럼 자신의 직업에 대해 일종의 경외심을 가지는 건 중요하단 생각이 들어요.

연기는 정답이 없는 일인 것 같아요. 어떤 신에 따라선 경험이 없는 어린 연기자가 저보다 더 잘해낼 수도 있는 거고요.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알지 못하는 부분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죠. 예측할 수 없어요. 어쨌든 제가 할 수 있는 건 부단히 노력하는 것뿐이에요.


남궁민은 매사에 꾸준해요. 작품 활동에 대한 말에 해당하지만 운동도 꾸준히 한다고 알고 있어요. 외적인 아름다움을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 운동한다’는 사람들이 있던데, 그런 편인가요?

맞아요. 저는 20대 후반에 허리 디스크가 생겼고 그것 때문에 한 3년이 고통스러웠거든요. 신경을 누르는 고통은 사람을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만들어요. 그런데 꾸준히 운동을 하다 보니 3년 만에 고통을 떨칠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지금도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고요. 그러다 보니 운동 기구를 모으는 것이 취미가 되기도 했죠. 하하. 생각해보니 전 정말 ‘살기 위해서’ 운동한 셈이에요.


‘살기 위해서’ 운동하고 연기하고, 남궁민은 그런 건가요?

그러네요. 그러고 보니 저 참 재미없는 사람 같다. 그쵸?

‘김과장’의 캐릭터를 채 벗기도 전에 새로운 작품 &lt;조작&gt;으로 돌아온 남궁민의 연기 인생은 ‘치열함’ 혹은 ‘집요함’이란 단어로 설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