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함이 진화했다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섹시하다는 표현이 주는 이미지가 달라졌다. 더 이상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로 몸매를 과시하거나 관능미를 어필하는 섹시함이 아니다. 자신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진화한 섹시함. ::섹시, 관능미, 진화, 슬릿, 슬립, 탑, 턱시도, 코르셋,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 섹시,관능미,진화,슬릿,슬립

(왼쪽)과감한 슬릿으로 섹시함을 강조한 켄달 제너. (오른쪽)레이스 장식의 크롭 톱에 턱시도 팬츠를 매치한 아리아나 그란데.신사역 사거리 한복판에서 빨간 셔츠 드레스에 검정 코르셋 벨트를 두른 여자를 우연히 봤다. 건널목 앞에 서서 휴대폰으로 급하게 메시지를 보내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수세기에 걸쳐 진화한 코르셋이 일상의 영역까지 넘어왔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코르셋의 모양은 16~18세기에 즐겨 입던 후프 스커트의 유행으로 시작된 ‘코르’다. 꽉 졸라매 갈비뼈가 압박되며 숨 쉬기조차 힘들었던 그 속옷 말이다. 19세기 초에 코르셋은 가슴 부분의 모양을 내는 디자인으로 변화됐고, 19세기 후반부터 자신의 몸을 자유롭게 한다는 의미에서 여자들은 코르셋을 멀리했다. 이렇게 여자들의 몸을 옥죄는 나쁜 속옷으로 여겨지던 코르셋이 어떻게 해서 2017년 가로수길 한복판에서 볼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이 됐을까? 이는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요즘 세대의 유행과도 맞물린다. 예전에는 셀렙의 사진을 찾아보고, 그들의 옷차림을 선망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모두가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셀러브리티다.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고, 몸매의 강점을 자랑할 수 있는 앵글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 건 더 이상 쑥스럽거나 어색한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즐길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의 범위 역시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넓어지고 다양해진 것. 1 5만9천원 H&M. 2 35만8천원 에고이스트. 3 30만원대 디올. 4 1백53만원 발망. 5 가격미정 에탐.최근 코르셋 벨트는 코르셋의 전통적인 디자인에서 레이스업 스타일로 허리를 강조하는 방식의 벨트로 바뀌어 선보이고 있다(누군가의 눈에는 허리 디스크 환자의 보호대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재치 있게 승화시킨 섹시한 아이템은 코르셋 벨트뿐만이 아니다. 사이하이 부츠는 더 컬러풀해지고 디테일이 강화됐다. 영화 <프리티 우먼>의 줄리아 로버츠는 남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사이하이 부츠를 신고 거리에 나섰지만, 요즘엔 심플한 재킷과 셔츠 드레스 아래에 컬러풀한 사이하이 부츠를 신어 스타일 감각을 뽐내는 식이다. 긴 실루엣을 유지하기 위해 즐겨 신는 아찔한 높이의 스틸레토 힐은 유머와 재치를 더한 그래픽적인 요소로 업그레이드 중이다. 섹시한 아이템의 진화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예전에 비해 부담스럽고 거추장스러운 디테일은 덜어내고 대신 유머와 재치를 더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지향하는 보디라인을 만들기 위해 몸을 속박하는 코르셋과 가터벨트가 아니라 옷차림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코르셋 벨트를 입고 펑키한 포인트로 가터벨트를 걸친 이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것. 여기에 켄달 제너, 지지 하디드 등 데님 팬츠나 티셔츠 같은 캐주얼한 옷차림부터 오트 쿠튀르 드레스까지 다양한 범위를 넘나드는 패션 아이콘이 주목받는 것도 이런 유행에 한몫했다. 60년대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입었던 슬립 드레스가 실내에서 즐길 만한 것이었다면 이제 티셔츠에 슬립 드레스를 레이어드한 이들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스타일의 변화에 보수적인 이들도 초커나 란제리 스타일의 드레스 등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섹시한 아이템에 ‘나도 한번 도전해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말이다. 1 2014년, 빅토리아 시크릿 런웨이에 선 테일러 스위프트. 2 이효리. 3 1960년 영화 <버터필드 8>에서 선보인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전설적인 슬립 룩. 4 영화 <레옹>의 나탈리 포트먼. 또한 익숙한 아이템 역시 당당하고 건강한 이미지의 누군가가 착용한 걸 보면 새롭게 보이기도 한다. 최근 컴백한 이효리가 앨범 발매 쇼케이스에서 란제리 스타일의 검은 드레스를 입고 마지막 포인트로 더한 건 검정 초커였다. 영화 <레옹>에서 12살의 나이가 믿기지 않았던 나탈리 포트먼의 초커가 반항적이었다면, 1978년 영화 <프리티 베이비>에서 수잔 서랜든이 착용한 초커는 레이스풍의 드레스와 오묘한 조화를 이뤘고, 이효리처럼 요즘 스타일의 초커는 더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포인트가 된다. 사실 이제 사라지려나 싶었던 초커 스타일의 목걸이가 아직까지 인기를 누리는 것 역시 가느다란 목선을 강조해 섹시한 느낌을 주면서도 펑키하고 강한 이미지를 더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 말하는 섹시함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대신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현명하게 활용하는 수단이다. 코르셋, 사이하이 부츠, 보디컨셔스 드레스, 란제리풍의 슬립, 엄청난 높이의 하이힐 등은 몸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몸을 드러내고 싶을 때 더하는 아이템이 됐다. 섹시함을 더하는 것은 물론 펑키하게도, 유쾌하게도, 글래머러스하게도 보일 수 있는 다양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 자기 안의 매력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진화한 섹시함을 지금 과감하게 즐겨볼 것. 또 다른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