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eer

출근 없는 직장인?!

‘디지털 노매드’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지? 이들을 ‘여행하며 일하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다면 오산이다. 코스모가 진짜 디지털 노매드들을 만나 그들의 실제 삶을 물었다.

BYCOSMOPOLITAN2017.08.08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업무 방식이에요”

 이현정 (34세, 마이크로소프트 마케팅 컨설턴트) 


이현정은 2006년부터 이미 원격 근무 방식의 업무 체제를 시행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코리아의 마케팅&오퍼레이션즈 사업본부에서 일한다. 그녀는 일할 시간과 장소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 강점으로 ‘효율적으로 일하면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을 꼽았다. 


본인을 ‘디지털 노매드’로 부르는 것에 동의하는가? 

사실 그 단어를 며칠 전에 처음 들었다. 하하. 포털에서 검색해서 찾아보니 발리 우붓의 코워킹 플레이스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같은 것들이 나오더라. 사실  IT업계에선 디지털 노매드라는 단어보단 스마트 워크, 원격 근무, 프리스타일 워킹 플레이스 같은 단어를 일반적으로 더 많이 사용한다. 디지털 노매드는 내겐 다소 생소한 용어지만, 사전이 정의하는 ‘내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시간에 자율적으로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핵심 개념은 동의한다.


디지털 노매드의 정의를 내려본다면?

세대가 교체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이 원하는 삶의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디지털 노매드는 그 자연스러운 변화에 따라 나타난 하나의 문화이자 삶의 방식이다. ‘디지털 노매드’하면 떠올리는 편견인 낮은 보수를 받고 일하는 프리랜서, 세를 여행하면서 일할 수 있는 사람 등과 같은 개념으로 국한되기보다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미래에 보편적으로 마주하게 될 라이프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스마트 워크’ 방식이 정착된 회사와 이전 회사의 근무 방식 사이에서 느낀 가장 큰 차이는 뭔가? 

이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도 컨설팅 업무를 담당했다. 주로 고객사의 출퇴근 시간, 업무 방식에 맞춰 자리를 지켜야 했는데 비효율적일뿐더러 꽤 힘들었다. 현재 회사에선 출퇴근 압박 없이 업무 효율이 가장 높은 시간에 집중해 일하고, 성과를 달성하면 일과를 마친다. 직무 특성상 많은 사람을 만나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해야 하기 때문에, 공간 제약이 없는 점도 일을 ‘잘’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서울은 아직 원격 근무 체제나 필요한 인프라가 잘 정착된 도시가 아니다. 원격 근무 방식으로 일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

회사마다 업무 방식에 큰 차이가 있어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 고객사 중 원격 근무 시스템이 잘 갖춰진 어떤 기업과는 스카이프로 미팅해도 충분한 성과를 내는데, 어떤 기업은 여전히 몇 시간에 걸쳐 본사가 위치한 지방까지 가서, 개인 소지품과 전자 기기를 전부 반납한 후 대면 미팅을 해야 한다. 두 업무 방식 사이에서 괴리감이 좀 크다. 전자와 후자의 업무 처리 속도가 무려 10배 이상 차이나니까. 업무 능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 


‘스마트 워크’ 근무자의 실제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늦잠을 잘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보통 오전 8시 30분에 일어난다. 싱가포르의 고객사와 일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땐 현지 시간에 맞춰 오전 8시부터 미팅을 시작하기도 한다. 일하는 공간은 그때그때 업무 내용에 따라 다르다. 이른 시간부터 일을 해야 하면 집에서, 날씨가 좋으면 일하기 좋은 카페를 찾은 후 그곳에서 업무를 처리한다. 미팅이 없으면 대부분 오후 4시 전에 업무를 마치는 편이다. 고향인 부산에 내려가서 일할 때도 종종 있다. 아직까지 해외의 특정한  도시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은 딱히 없다. 굳이 휴가를 내지 않고도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여행을 가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노매드를 가능하게 하는 원격 근무의 가장 큰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일’ 측면에서 보면 좋은 성과를 내기에 최적의 업무 방식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의무적으로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집중이 잘되고 영감이 떠오를 때 빨리 작업을 마친 후 남은 시간엔 일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생각하거나, 여가를 즐길 수 있으니까. 결국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온전히 집중해 할 수 있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이 가능해진다. 일과 삶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거다.  


디지털 노매드로 살고 싶은 이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뭐가 있을까? 

“나는 디지털 노매드가 되고 싶어”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먼저 해야 한다. 디지털 노매드가 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먼저 찾고, 그것을 원격 근무 방식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거다. 디지털 노매드도 결국 삶의 60~70% 시간을 일을 하며 보내는 사람들이다. 그 일이 즐거워야 삶의 60~70% 이상이 즐겁다. 사실 한국은 아직 원격 근무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기업이 많지 않고, 디지털 노매드를 위한 인프라가 훌륭한 도시는 아니다. 그래서 가능한 범위 안에서 디지털 노매드의 삶을 시작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