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집돌이’라고 말하는 그는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집에서 보낸다.
데님 블라우스, 쇼츠 모두 가격미정 오디너리피플. 블로퍼 가격미정 장광효 카루소. 양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드라마 <터널>을 끝낸 지 두어 달 됐죠. 어떻게 지냈나요?
<터널>은 꼬박 5개월을 찍었으니 다른 미니시리즈에 비해 촬영 기간이 긴 편이었어요. 거의 5개월을 드라마
촬영에 매달린 셈이죠. <터널>이 끝난 후 포상 휴가를 다녀왔어요. 그 후에 개인적인 휴가를 보냈고요. 뉴욕으로 보름쯤 여행을 다녀왔는데 새로운 친구가 많이 생겼어요.
최근 광고계의 러브콜을 많이 받고 있다고 들었어요. 광고야말로 인기의 척도죠.
광고 섭외가 많다는 기사 사실 제가 썼어요. 하하. 농담이고, <터널>과
<나 혼자 산다> 등이 좋은 반응을 얻은 덕분인 것 같아요. 사실 장르물에 출연한 배우에게 광고 섭외가 많진 않죠. 아무래도 극 중 역할이 젠틀하고 바른 캐릭터라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저 감사하죠.
<터널>은 성적도, 평도 좋았죠. 그런데 윤현민의 필모그래피를 보니 생소한 작품이 거의 없더군요. 대부분의 작품이 중간 이상은 했다는 뜻이니, 좋은 작품을 잘 추려내는 눈을 가졌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실제로 ‘감’이 좀 있는 편인가요?
에이, 그렇진 않아요. 하지만 사실 제 의지로 선택한 작품이 많아요. 저는 작품을 고를 때 캐릭터가 우선이에요. 어쨌든 좋은 캐릭터가 좋은 이야기를 만든다고 생각하는 편이니까요. 캐릭터가 탄탄하지 않으면 초반엔 재미있을 수 있어도 뒤에 여지없이 문제가 드러나더라고요. 그런 점에 집중해 작품을 고르다 보면 자연스레 좋은 작품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사실 승률이 100%일 순 없죠.
윤현민이 연기에 임하는 자세를 두고 ‘대본 집착’이란 말이 있더군요. 극 중 캐릭터를 연구해 완벽하게 몰입한다고 들었어요. 동시에 전직 야구 선수 그리고 뮤지컬 배우로서 다재다능한 면도 지니고 있죠. 성실함과 재능 중 어느 것을 더 믿는 편인가요?
성실함이오. 제가 연구하듯 캐릭터에 몰입하는 데는 사실 자격지심이 한몫해요. 저는 연기 전공자가 아니잖아요. 어렸을 때부터 그라운드 위를 뛰어다니기만 했지 연기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단 말이죠. 서른이 다 돼서야 드라마를 찍게 됐고요. 타고난 재능을 믿는다는 건 저에게 사치예요. 저는 남들보다 훨씬 더 진지한 마음으로 임해야 다른 배우들을 따라갈 수 있어요.
체크 슈트로 멋을 낸 채 피자를 들고 장난스러운 포즈를 취하는 그.
셔츠 20만8천원, 재킷 20만8천원, 팬츠 26만8천원, 모두 비욘드 클로젯 컬렉션. 샌들 32만8천원 렉켄. 양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러고 보니 데뷔가 늦었죠. 스무 살 때 프로야구에 입단했고 뮤지컬 배우로 연기를 시작한 때가 스물여섯이었으니까요. 조급한 마음이 생기진 않았나요?
야구를 그만둔 때가 스물다섯이었어요. 야구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는데 관둔 거죠. 지금 같아선 제 친구가 만약 그런 결정을 한다면 뜯어 말릴 거예요. 하지만 그땐 어렸고, 무식했고, 과감했죠. 하지만 내가 남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했단 걸 알고 있어서 일종의 기대감 같은 게 없었어요. ‘나는 5년 안에 주연급 배우가 돼야지, 톱스타가 돼야지’ 뭐 그런 거요. 한 마흔 정도가 되면 주인공 역할을 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그럼 지금 생각보다 훨씬 빨리 가고 있는 거겠군요.
네, 맞아요. 저는 10년 운동해서 프로야구 선수가 됐으니 무언가를 하려면 그 정도의 시간은 들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10년은 연기해야 내가 남들에게 말할 이야깃거리가 생기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요. 그래서 ‘난 왜 주인공이 빨리 안 되지?’, ‘난 왜 광고가 안 들어오지?’ 같은 조급함이 전혀 없었어요. 저는 차근차근 가는 게 훨씬 더 적성에 맞아요.
기대감이 없었음에도 연기를 해야만 했던 이유는 뭐였나요? 어느 정도 앞길이 보장된 프로야구 선수였을 텐데요.
당시엔 뭘 해도 야구보다는 덜 고통스러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 있었죠. 야구를 과감하게 관두고 나니 맘이 편했어요. 그리고 찾은 게 연기였죠. 사실 처음엔 공연하는 배우가 꿈이었고, 뮤지컬을 연이어 몇 편 했어요. 지금도 무대에 서고 싶은 건 여전해요.
운동선수 생활을 하면서 생긴 근성이 지금 배우 생활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운동선수 때 좋아하던 일이 지옥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지금도 그게 가장 겁나요.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중압감을 털어내고 컨트롤하면서 일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리본 디테일의 루스핏 셔츠에 옐로 틴트 선글라스를 쓴 그가 카메라를 응시한다.
셔츠 가격미정 장광효 카루소. 선글라스 19만5천원 스테판 크리스티앙.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인간 윤현민’의 면면도 많이 공개됐죠. 심지어 강아지 이름까지도요. 하하. 혹시 불편한가요?
오롯이 좋은 점만 있을 순 없겠지만 긍정적인 면이 많죠. 사실 <나 혼자 산다>를 촬영하기 전 PD님께 “저 진짜 재미없는 사람인데 괜찮겠냐. 심지어 거의 매일 집에만 있는다”라고 몇차례나 말씀드렸거든요. 방송 전까지 불안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막상 나가고 난 뒤 많은 분이 알아보며 좋아해주셔서 의아하면서도 감사하더라고요. 그런 저의 소소한 일상을 재미있게 봐주시니까 전 좋아요.
<나 혼자 산다>엔 계속 출연할 예정인가요?
네. 당분간은요. <터널>을 찍느라 하지 못했던 촬영을 최근에 재개했어요. 멤버들과 여름 캠프를 다녀왔는데 허당 기질이 있는 걸 다 들켜버려 놀림을 많이 받았죠. 시청자들이 어떻게 보실지 걱정이네요.
실제로 쉴 땐 뭘 하는 편이에요?
저 진짜 집돌이인데 반려견인 꼬봉이와 칠봉이가 있으니 더욱더 집에만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깨끗하고 정갈한 집, 칼 같은 다림질 등 ‘각’ 잡힌 삶이 화제가 됐는데 윤현민이 뭔가 엉망일 땐 없어요? 엉망으로 취한다든지 집이 엉망이라든지.
있죠. 술에 잔뜩 취해 욕조 안에서 잔 적도 있고, 허물 벗듯이 옷을 여기저기 벗어놓고 방 청소를 며칠씩 미룬 날도 있어요. 그런데 방송에 비친 이미지 때문에 늘 깨끗하고 깔끔해야 할 것 같은 일종의 책임감이 생기더군요. 하하.
올해 작품을 통해 많은 모습을 보여줬죠. 곧 대중을 다시 찾을 계획인가요?
네. 지금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작품이 있어요. 아직 확정 전이라 말씀드리긴 그렇지만 아마 영화 한 편, 드라마
한 편으로 찾아뵙고 올해를 마무리하지 않을까 싶어요. 곧 찾아뵙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