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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명의 스타들, #여자 그리고 #나이 에 대해 말하다

사회가 규정한 여성의 나이에 대한 시선 때문에 압박감을 느낀 적이 있는지? 대부분의 여성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삶에 대한 영감을 주는 글로벌 프레스티지 뷰티 브랜드 SK-Ⅱ가 나이라는 잣대로 여성의 주체적인 삶을 구속하는 편견에 도전장을 던졌다. 세상이 요구하는 타임라인 대신 주체적인 삶을 사는 여성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 #INEVEREXPIRE 캠페인을 소개한다.

BYCOSMOPOLITAN2017.06.20


 

(팬츠)콜라보토리. (블라우스)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자신의 나이를 받아들이고 앞을 향해 나아가세요"  모델 이소라


이소라 하면 ‘슈퍼모델’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올라요. 당당한 애티튜드, 자기 관리가 빛나는 외모 덕분이겠죠. 늘 바른 자세로 생활하고, 꾸준히 자기 관리를 하는 삶은 왠지 피곤할 것 같은데, 오히려 그런 긴장감을 즐기는 건가요? 

어려서부터 꾸준히 훈련하다 보니 제겐 바른 자세가 습관이 됐어요. 익숙한 거죠. 그리고 전 그런 걸 긴장감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긴장을 느끼면 스트레스로 연결되니까요. 한동안 의식적으로 긴장감을 끊어버리는 훈련도 했고요. 


긴장감을 끊어버리는 훈련이오? 

책에서 본 훈련 방법이에요. ‘예전에 그가 나를 무시했었지’, ‘저 사람은 나한테 왜 그러지?’ 하고 안 좋은 생각이 들 때가 있잖아요? 그런 순간에 나쁜 생각을 끊고,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이미지 하나를 떠올리는 거예요. 그리고 최대한 그 이미지를 붙잡고 있어요. 전 지젤 번천이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떠올려요. 누군가에겐 그 이미지가 바다가 될 수 있고, 엄마가 될 수도 있죠. 


촬영한 사진 중 한 컷을 보고 케이트 모스가 생각난다며 맘에 들어 했잖아요? 동시대의 아이콘 가운데 본인의 일상에 기분 좋은 자극을 주는 모델이 있다면요? 

사실 케이트 모스의 라이프스타일을 좋아하진 않아요. 나오미 캠벨도 그렇고요. 나이가 들었음에도 여전히 20대에 머물러 있는 삶은 바라지 않거든요. 전 어린 시절의 모델 생활에서 벗어나 사람들과 나누는 삶을 살아가는 모델들을 좋아해요. 크리스티 브링클리가 대표적이죠. 자신과 가족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 다 함께 동참하는 삶을 추구하잖아요. 저도 앞으로 그런 삶을 살고 싶어요, 나누는 삶이오. 나와 내 가족만을 위해 산다면 나이가 더 들었을 때 인생의 의미를 많이 찾지 못할 것 같아요. 앤디 맥도웰의 나이 드는 모습도 멋지죠. 얼마 전 칸영화제 레드 카펫 사진을 봤는데, 웃을 때 주름이 자글자글한데도 당당하고 아름답더라고요. 그 모습이 유럽 여자 같다고 할까요? 왜 미국 여자들은 나이 들수록 얼굴에 시술도 많이 하고 화장도 두꺼워지는 데 반해 유럽 여자들은 자연스럽게 나이를 받아들이면서 살잖아요. 


프랑스 여자가 나이 드는 모습은 정말 부럽죠. 

할머니와 어머니 세대의 문화가 후대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죠. 나이 든 여자의 매력을 더 인정해주는 분위기도 있고요. 


외모의 아름다움을 떠나 지적이고 매력 있는 여자를 ‘벨 레이드’라 예찬하잖아요? 

맞아요. 얼마 전 메이크업 아티스트 톰 페슈를 만났는데, 그가 제게 ‘벨 레이드’라고 했어요. ‘명민하다’고 말이죠. 정말 기분 좋던데요?


본인의 현재 나이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얼마 전 만난 동갑 친구가 “우리 나이 어떻게 해?”라고 묻더라고요. 전 “그냥 받아들여야 돼”라고 했어요. “받아들이고 앞을 향해서 나아가는 거야. 5년 뒤, 10년 뒤 내 모습을 상상하고 바라보면서 가는 거지.” 아마 듣기 싫은 대답이었을 거예요.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 그냥 젊게 살아”라는 말을 원했을 수 있죠. 하지만 나이가 드는 건 어쩔 수 없잖아요? 전 미래를 생각하면서 현재를 받아들여요. 


나이 드는 걸 두려워한 적도 있었나요?

서른이 될 땐 많이 두려웠죠. 제가 한창 일하던 시절엔 ‘여자는 서른이 넘으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래서 지금 나이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들의 마음이 이해가 돼요. 하지만 거쳐야 되는 과정이니까 잘 지나가길 바라죠. 그럴 땐 옆에 좋은 사람이 있는 게 정말 중요해요. 지금 내게 옳은 얘기를 해줄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친구 한 명이오. 


본인의 나이와 커리어 때문에 위축되는 후배들을 만나면 어떻게 하나요? 

후배들이 절 어려워하기는 해도 불편해하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내가 선배니까 너희는 나한테 이렇게 해야 돼’라는 식의 행동은 하지 않거든요. 함부로 충고를 하지도 않고, 들어주는 편이고요. 좀 경험해봤다고 해서 내 이야기만 하면 듣는 사람이 얼마나 피곤하겠어요? 


코스모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예뻐 보이는 거울을 찾으라고 했잖아요. 

스스로 ‘나 꽤 괜찮다’고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요. 그런데 너무나 괜찮은 여성들도 거울 앞에선 작아지는 것이 현실이에요. 누구나 거울을 보면서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건 어렵지만, 집에서 자신이 가장 예뻐 보이는 위치를 찾는 건 가능해요. 얼마 전 뉴스에서 본 건데, 요즘 일본에선 깜깜한 장소에서 혼자 하는 운동이 선풍적인 인기래요. 전 그게 맞다고 생각해요. “헬스장에서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고 전신 거울 앞에서 군살을 째려봐라” 하는 조언엔 반대하죠. 전 거울 앞에서 제 몸을 오래 들여다보지 않아요. 나이 들면 아무리 말라도 셀룰라이트가 생길 수밖에 없거든요. 그걸 째려본다고 셀룰라이트가 없어질까요?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죠. 전 제가 예뻐 보이는 모습만 봐요. 


혹시 이번 캠페인에 함께 서고 싶은 셀렙이 있나요? 

너무 많아요! 하하. 일단 레아 세이두. 그녀는 예쁜 ‘척’을 하지 않아요. 어느 자리에서나 겸손하고, 자연스럽죠. 그리고 케이티 홈스는 톰 크루즈의 그늘에서 벗어난 후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요. 본인은 대학원에 들어가서 다시 공부를 하고, 수리를 평범한 삶으로 들여보냈잖아요. 성형도 하지 않고 평소엔 너무나 평범한 삶을 사는 줄리아 로버츠도 멋지고요. 남자는, 다니엘 헤니? 하하. 제가 워낙 브래드 피트를 좋아해요. 그는 나이가 들어도 항상 소년 같아요. 80세가 돼도 그럴 것 같고요. 그 사람의 영혼이 그래서겠죠.   


“여자니까”, “나이가 많으니까”, “결혼을 안 했으니까” 같은 말에 제약을 느끼는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한창 회사를 운영할 때 그런 말 때문에 힘들었어요. “넌 여자니까”, “나보다 어리니까”, “패션을 전공하지 않았으니까”, “연예인이니까” 하는 말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나를 리더로 인정해주지 않는 것 같아 화가 났죠. 근데 지나고 나서 보니 제 자격지심 때문에 그 상황을 너무 크게 생각한 거였어요. 어느 날 박스에서 당시 직원들이 저한테 쓴 카드를 발견했는데, ‘저 사람이 나를 무시하나?’라고 생각했던 직원까지도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아 카드를 썼더라고요. 근데 당시의 전 그 진심을 보지 못하고 그 사람이 나를 무시한다는 생각만 갖고 있었던 거예요. 다른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만큼 나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아요, 자신의 삶이 너무나 바쁘니까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식하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춘 삶을 사세요. 그러기 위해선 취미를 만드는 게 정말 중요해요. 일상에만 갇혀 있지 않고 밖으로 한 걸음 나오는 거죠. 내가 좋아하는 걸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배우러 가는 거예요. 행동으로 옮겨야 해요.



 

(그레이)셔츠 디올, 귀고리·반지·뱅글 프리카, (박재범)재킷·셔츠 뷔엘, 귀고리 본인 소장품


 "생각이 운명을 바꿀 수 있어요. 긍정의 힘을 믿으세요"  뮤지션, 프로듀서 그레이

 "우리의 생이 끝나기 전까지, 우리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요"  뮤지션 박재범


남자 아티스트로만 구성된 AOMG에 여성 멤버인 후디가 영입됐죠. 여자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은 불편하겠다, 곁에서 보고 느낀 것이 있나요? 

그레이 “넌 여자라서 안 돼”라는 분위기는 절대 아니지만, 혼자라서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겠죠. 저희는 잘 몰라도 후디가 느끼는 불편함이 분명 있을 거예요. 다 같이 촬영할 때 혼자서 옷 갈아입을 장소를 찾아야 하는 것도 그렇죠. 

 

두 사람은 음악을 하면서 가장 한계를 느낀 순간이 언제였어요? 

그레이 재범이는 할 말이 많죠.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한국 음악 시장에서 힙합, R&B라는 장르가 지금처럼 사랑을 받게 될 거라곤 예상 못 했잖아요. 그런 시기에 음악을 거의 못 하는 상황까지 갔다가,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힙합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해 여기까지 왔으니까요. 만약 당시에 ‘역시 이 시스템에서는 안 되는 거였어’라고 생각했다면 그걸로 끝이었겠죠. 

박재범 전 어떤 일을 할 때 한계가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이 시스템 안에서 불가능한 일이라면 시스템을 바꾸려고 하고요. 저만의 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요.  


동료 중 누군가가 “계속 음악을 하고 싶은데 여자라서 힘들어”, “이제 힙합 할 나이가 아닌 것 같아”라고 한다면 뭐라고 조언할래요? 

박재범 안 된다고 생각하면 진짜 안 돼! 그레이 아, 최근에 양동근 형 인스타그램에서 본 글을 말해줄래요. “생각을 조심해라, 생각이 말이 된다. 말을 조심해라, 말이 행동이 된다. 행동을 조심해라, 행동이 습관이 된다. 습관을 조심해라, 습관이 성격이 된다. 성격을 조심해라, 성격이 운명이 된다.”  생각이 운명을 바꾸는 거예요. 긍정의 힘을 믿으세요. 


결혼관은 어떤가요? 

박재범 결혼은 선택의 문제죠.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고요. 

그레이 언젠간 하겠지만 저도 아직은 생각이 없어요. 결혼이란 인생에서 엄청난 변화가 생기는 선택이니까요. 책임감이 필요하고요. 한국 사회에선 여성들이 30대에 접어들면 ‘결혼 적령기’의 압박을 느끼거든요.

그레이 그런 건 대체 누가 정해주는 거예요? 본인이 정해야죠. 

박재범 맞아요. “나 이제 서른다섯이니까 결혼해야 돼”라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그레이 본인이 생각한 적령기가 있는데 그 시기를 넘겼다, 그럼 본인이 다시 정하면 되는 거고요. 


남자들은 일정 연령 이상의 비혼 남성을 보면서 왜 결혼을 안 했는지 궁금해하나요? 

그레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죠. 일을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 연애할 시간이 없었을 수도 있고, 연애보다 자신의 일을 더 사랑하는 경우도 있을 테고요. 

박재범 전 결혼은 무조건 사랑이랑 연결시켜 생각하지 다른 상황은 생각하지 않아요. 누가 결혼한다 그러면 ‘사랑해서 결혼하는구나’, 결혼하지 않았다고 하면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없구나’ 또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구나’ 하는 거죠.  


일정 연령 이상의 여성이 비혼인 경우, 뭔가 문제가 있을 거란 시선으로 보기도 하거든요. 

그레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문제죠. 

박재범 그 여자분이 만난 남자들이 문제였을 수도 있고요.  


평소 정말 멋지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있다면요? 

박재범 비욘세나 론다 로지처럼 유리 천장을 뚫은 여자들, 정말 멋지죠. 여자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무너뜨렸잖아요. 


이번 캠페인 #INEVEREXPIRE를 주제로 곡을 쓴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박재범 우리의 생이 끝나기 전까지, 우리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좋겠어요. 

그레이 전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다라는 이야길 하고 싶어요. 물론 주변의 제약이 많은 상황에서 혼자 용기를 갖고 꿋꿋하게 이겨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그래도 남들의 생각에 크게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의 삶에 자신감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내 인생의 주인공은 오직 나 자신만이 될 수 있으니까요.



 

(셔츠)브로이어, (팬츠)S.T.듀퐁


 "확신하건대, 당신은 아름다운 일을 해왔어요"  배우 다니엘 헤니


이번 캠페인은 여자, 나이, 결혼이라는 조건 때문에 주변의 시선과 사회적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않은 여성의 삶에 관한 이야기예요. 한국에 와서 성별이나 나이, 결혼 여부에 관한 인식 차이를 느낀 적이 있나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인사 문화에 좀 놀랐던 기억이 나요. 일상적으로 하는 “밥 먹었어요?” 같은 인사에 “혹시 몇 년생이에요?”라는 질문이 이어지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에선 사람들의 관계에서 나이가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아, “결혼은 언제 할 거예요?”라는 질문도 낯설었어요. 미국에선 들은 적이 없거든요. 


요즘 전 세계적으로 ‘여성’이 화두예요.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면서 알게 된 여성 문제가 있다면요? 

메릴 스트립도 지적했지만, 요즘 할리우드에서도 여성들이 받는 불공평한 대우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요. 처음엔 할리우드에 아직도 이런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었어요. 그런데 인터넷에 공개된 남녀 배우의 출연료 격차를 확인하고 놀랄 수밖에 없었죠. 같은 역할을 맡고 있는데, 성별이 다르다고 해서 출연료를 차별적으로 준다는 건 말이 되지 않잖아요. 그들의 능력이 저 같은 남자보다 뛰어난데도 말이에요. 하지만 전 지금이 변화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5년 내지 10년 뒤엔 이런 문제가 사라질 거라고 봐요. 


한국 촬영장에서 느낀 여자 배우, 스태프의 상황은 어땠나요? 

제가 외국에서 와서 그런지 한국 남자 배우나 스태프들한테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남자들에 비해 여자들은 자신의 속마음이나 요구 사항을 말하는 걸 어려워하더라고요. 그렇게 뛰어난 능력과 성실함을 가진 사람들이 말이죠.


<크리미널 마인드:국제범죄수사팀>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여러 번 거절한 걸로 알고 있어요. 과연 동양인에게 입체적인 인물을 맡길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고 하던데, 할리우드에서 느끼는 제약에는 ‘동양인’이란 조건이 컸나요? 

동양인 배우뿐만 아니라 다른 인종의 배우들도 이런 문제를 겪고 있어요. 본질적으로는,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작가들 대부분이 백인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작가는 자신의 경험과 문화를 바탕으로 글을 쓰니까요. 그런데 한편으론 이런 문제도 있어요. 자신에게 기회가 오지 않는다며 답답해하면서도 정작 기회가 왔을 땐 준비가 안 돼 있는 경우요. 분명 제약이 있는 상황이지만, 자신에게 올 기회를 대비해 열심히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은 다니엘 헤니를 보며 “나이 들수록 멋지다”란 말을 많이 하죠.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아홉인데, 나이 드는 게 두렵진 않나요? 

어렸을 땐 나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한국에서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여러 작품을 하게 되면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게 됐는데요, 조금씩 지쳤고, 어느 순간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아마 스물여섯일곱쯤일 거예요. 나이가 들어도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죠. 그런데 서른두세 살쯤 되니까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전혀 의식하지 않을 순 없지만 전 최대한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즐겁게 살려고 해요. 그런데 사랑하는 우리 ‘망고’의 나이는, 받아들이기 힘들어요. 


지금 말한 나이는 미국 기준인 거죠? 

맞아요. 전 미국 나이가(만으로 하는 나이라) 좋거든요. 하하

  

그런데 여자들은 “나이가 들수록 아름답다”라는 말을 듣기가 참 어려워요. 여자의 나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느낀 적이 있나요? 

처음엔 많이 놀랐어요. 남녀의 나이를 다르게 바라보는 건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니까요. 그리고 나이도 나이지만, 전 다른 사람의 외모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보고 놀란 적이 많아요. 못생겼다, 뚱뚱하다 등 타인의 외모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많이 하더라고요. 이런 인식을 바꾸려면 가족 안에서, 부모와 자식의 대화에서부터 변화가 필요한 것 같아요. 부모가 자식에게 올바른 생각을 심어주는 게 매우 중요하니까요. 


결혼관은 어떤가요? 결혼에 ‘적령기’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결혼은 본인이 선택해야 할 문제라고 봐요. 그리고 제 생각에 결혼하기에 좋은 나이가 정해져 있는 것 같진 않아요. 물론 결혼해서 아이를 낳을 생각을 한다면 나이를 고려해야겠죠. 여성들은 더욱 그럴 거고요. 저희 부모님은 언제나 절 격려해주시지만 결혼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으세요. 제가 행복한 게 가장 중요하다고 하시죠. 일단 그런 ‘사랑’을 만나야 하고요.


어떤 미래를 꿈꾸나요?

한동안 매일 다이어리를 쓰면서 일 년 후에 이런 영화를 하고 싶다, 이런 드라마를 하고 싶다, 부모님께 어떤 지원을 해드리고 싶다 같은 내 목표와 꿈에 대해 기록했어요. 그중 많은 것을 이뤘고요. 지금 저한테 가장 중요한 건 부모님이 행복한 삶을 사시는 것, 제 옆에 좋은 친구를 두는 것, 그리고 제가 매일 좋은 사람이 되는 거예요. 어쩌다 남한테 상처 주는 말을 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일은 최대한 안 하고 싶어요. 꿈을 적는 다이어리, 추천합니다. 그 다이어리가 없었다면 아마 지금의 저도 없었을 거예요.  


평소 멋지다고 생각하는 여성을 이번 캠페인에 추천한다면요? 

유명인이 아니어도 괜찮다면 우리 엄마를 추천하고 싶어요. 엄마는 전쟁고아였고, 건강 상태가 나빠 병원에 있다가 미국으로 입양이 됐어요. 여러모로 여건이 좋지 않았지만, 엄마는 그 어려운 상황을 잘 이겨냈죠. 어린 시절, 저를 인종차별로부터 지켜주셨고요. 아, 엄마는 주사도 하나도 아프지 않게 놔요. 하하. 제게 엄마는 너무나 멋진 분이에요. 


본인만을 위한 리마인드로 ‘No One Else’라는 글귀를 팔에 새겼잖아요. 나이 때문에, 결혼 여부 때문에 자신의 아름다움을 바로 보지 못하는 여성들이 가슴에 새겼으면 하는 문장이 있을까요?

확신하건대, 그녀들은 아름다운 일을 해왔을 거예요. 아주 작은 일이라도요. 이렇게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I’ve Done Beautiful Things.”   



 

(드레스)알라이아


 "생각보다 사람들은 내 인생에 관심이 없어요"  배우 고아성


고아성 씨가 스물여섯 살이라고 하면 대부분 놀라더라고요. 아역 배우 출신의 필모그래피도 작용하지만, ‘동안’ 이미지도 한몫하는 것 같아요. 어떤가요? 

스물여섯 살에도 동안이란 이야기는 듣기 좋은 말인가요? 전 어렸을 때부터 일을 해서 그런지 나이 먹는 게 되게 반가운 일이에요. 어려서 하지 못했던 일에 참여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포지셔닝의 문제였겠죠. 나이가 들면서 제가 어떤 의견을 말했을 때 어른들이 받아들여주시는 것도 자연스러워졌어요. 일하는 사람으로서는 나이 드는 게 반가워요. 


여자로 살아가면서 생활에 제약을 느낀 순간이 있다면 무엇 때문이었나요? 

치안이라든가, 신변의 안전 문제로 제약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영화 <오피스> 때도 그랬고, 최근 종영한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에서 ‘은호원’을 연기할 때 주변 인물들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알고 있어요. 

드라마를 연출한 분이 여자 감독님이고, 방송국 직원이시잖아요. 회사원으로서 겪는 부당함, 비참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지난 학기 팀플에서 만난 어떤 분의 모습에서 특별한 영감을 얻기도 했고요. 조원들끼리 토론하는 수업이었는데, 아무래도 각자의 의견 차가 생기면 기분이 상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분은 전혀 개의치 않고 너무나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거예요. 전 매력적인 사람을 보면 모방을 하는데, 이번 ‘은호원’ 역할을 연기하면서 그분의 모습이 순간순간 나오는 걸 느꼈어요. 


여자라서, 나이나 결혼 여부로 행동의 제약을 받거나 가치 평가를 받는 일이 종종 있어요. 일상생활에서 ‘은호원’처럼 “부당합니다”라고 말하고 싶은 상황을 보거나 들은 적이 있나요?

전 일단 가장 크게 체감하는 게 임금 차이인 것 같아요. 그동안의 경력, 배우로서의 조건을 따졌을 때 나의 성별이 바뀌었다면 출연료도 달랐을 거란 생각이 많이 들거든요. 이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낸 건 처음이네요. 


남녀의 나이를 다르게 바라보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느낀 적도 있고요? 

많이 느끼죠. 실제로 남자 배우의 활동 기간이 훨씬 길기도 하고요. 그건 꼭 배우가 아니더라도 공공연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제가 대학원 다니는 친구한테 들은 얘기가 있는데요, 결혼 정보 회사에서 환영을 못 받는 직업 중 하나가 대학원생이래요. 20대 중·후반의 여성이 계속 공부를 한다는 게 점수가 낮은 이유인 거죠. 같은 등급의 남자 직업을 확인하고 나면 남자들이 여자 대학원생을 얼마나 기피하는지 알 수 있대요. 

  

결혼 적령기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여성의 결혼 연령이 30세 정도로 나와요. 사회에서 말하는 이런 결혼 적령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전 그 나이가 더 높아졌을 거라 예상했는데, 30세라니 좀 놀랍네요. 예전에 <비정상회담>에서 한 패널이 가족 이야기가 나왔을 때 이런 말을 했어요. “이상적인 가정이란 없는 것 같다. 한 부모 가정이든 다문화 가정이든, 다양한 가정 형태가 있는데 그중 이상적인 건 절대 없다”라고요. 결혼하는 나이 역시 그렇다고 봐요. 자신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할 때가 적기가 아닌가 싶어요. 


평소 결혼관은 어떤가요? 

개인적으로 주변에 행복하게 사는 부부가 많아요. 그런 모습을 많이 봐서 그런지 결혼에 대한 생각은 매우 긍정적이에요. 하지만 모든 부부의 생활이 그렇진 않겠죠. 만약 결혼을 하게 된다면 제 생활이 구애받지 않는 시점에 하고 싶어요.  


우리나라 여성들은 서른이란 나이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죠. 본인의 30대가 기다려지나요, 아니면 조금 걱정이 앞서나요? 

물론 지금 나이도 만족하지만 30대가 더 기대돼요. 개인적인 성향이나 경력을 따져봤을 때, 전 제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평소 주변의 평가에 예민한 성격은 아니라고 알고 있어요. 다른 사람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렛잇고’ 할 수 있는 마인드 컨트롤 방법이 궁금해요. 

일단 사람들이 생각보다 저한테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고요. 하하. 인생에서 나를 가장 잘 돌볼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나를 더 잘 챙겨야겠다 생각해요. 그런 생각으로 살다 보니까 자유로워지더라고요. 


나이가 많다고, 결혼을 안 했다고 주변의 평가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오래 살아본 건 아니지만, 세상은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걸 느껴요. 제가 중고등학교 땐 친구들 사이에서 결혼 이야기가 나오면 “너 결혼 몇 살에 하고 싶어?”라고 물었는데, 요즘 같은 주제가 나오면 “너 결혼할 거야?”라고 묻는 것만 봐도 그래요. 세상의 이런 변화를 상기한다면 조금 위로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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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프리랜스 에디터 김가혜, 사진 최문혁
  • 이소라 (헤어 강현진, 메이크업 안성희, 스타일리스트 윤인영)
  • 그레이,박재범 (헤어 김태현(미장원 by 태현), 메이크업 미애(미장원 by 태현), 스타일리스트 (그레이)한종완, (박재범)박지영)
  • 다니엘헤니 (헤어 태민(애브뉴준오 청담), 메이크업 노미경(에이바이봄), 스타일리스트 신지혜(인트렌드))
  • 고아성 (헤어 율하(제니하우스 청담힐), 메이크업 임미현(제니하우스 청담힐), 스타일리스트 강이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