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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 키친] 놀이터 같은 부엌

당신이 꿈에 그리던 로망의 부엌은 어떤 모습인가. 김양출 셰프는 놀이터 같은 부엌을 꿈꿨다.

BYCOSMOPOLITAN2017.06.16






2014년 5월, 강남 신사동에 작은 밥집 ‘양출쿠킹’이 문을 열었다. 그때만 해도 집밥이 지금처럼 유행도 아니었다. 까끌까끌한 현미밥에 멸치볶음이며 감자샐러드며 집에서만 먹을법한 반찬들을 내는 밥집에 금세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양출쿠킹의 주인인 김양출 셰프는 찾아오는 손님들을 친구처럼 대했다. 먼저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묻고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리고 손님과 주인이 가까워지는 데는 공간의 분위기도 한몫했다. 좁은 공간에 짙은 색의 나무 가구들이 가득했다. 나무 테이블, 나무 그릇장, 부엌의 선반과 프레임 역시 모두 나무로 채웠다. 심지어 식기와 커트러리도 모두. 나무는 분명 공간에 온기를 주었고 밥집의 정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최근 김양출 셰프는 새로운 부엌을 마련했다. 좀 더 넓은 곳에서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하고 싶었고, 더 아늑한 부엌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처음 부엌을 만들기로 했을 때, 어떤 공간이 되길 바랐나요?


쿠킹클래스 인원도 늘어났고, 에어비앤비를 통해 찾아오는 외국인 수강생들도 많아졌어요. 좀 더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죠. 넉넉한 공간만큼 많은 사람들을 담을 수 있는 아지트 같은 부엌을 늘 꿈꿨거든요. 수수한 공간이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이 마음 편히 모일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랐어요.




디자인적인 관점에서는요?


저 뿐만 아니라 부엌을 찾는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화려한 소품이나 컬러를 활용해 애써 꾸미려고 하지 않았죠. 그래서 기존 양출쿠킹 밥집처럼 나무 소재를 많이 활용했고, 밝고 따뜻한 이미지를 위해 화이트 커튼을 곳곳에 사용했어요. 









새로운 부엌 역시 나무로 만든 것들이 참 많네요.


요리학교를 다니면서 얼마간 일본에서 살았어요. 그때 나무의 매력에 눈을 뜬 것 같아요. 나무는 오래볼수록 점점 좋아지는 소재예요. 나무가 있는 공간에 머물면 마음이 편해져요. 쉽게 싫증도 안 나고요. 그래서 부엌 아일랜드 작업대는 원래 스테인리스로 만든 것인데, 겉면에 나무 판을 덧대어 붙였어요. 아일랜드 작업대 뒤에 있는 선반과 그릇장 모두 나무 판으로 직접 만든 곳이고요.




눈에 띄는 소품도 많아요


부엌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물어 보는 주방 가전이 오븐과 믹서, 냉장고예요. 사실 부엌 인테리어를 새롭게 하다 보니 비용이 많이 들었어요. 괜한 데 큰돈을 쓰는 것도 부담이 되어 주방 가전들은 기본 기능에 충실하면서 저렴한 것들을 찾아봤죠. 오븐과 믹서 역시 인터넷 최저가 탭에서 고른 것인데, 스틸 재질에 미니멀한 디자인을 담고 있어 미적으로도 훌륭하죠. 냉장고도 그래요. 여자라면 누구나 ‘스메그’ 냉장고를 꿈꾸지만 사실 용량이 작고 수납공간도 마땅치 않아 비효율적인데 가격은 너무 비싸죠. 그 대신 심플한 디자인에 블랙 컬러로, 분위기는 잘 살려주는 ‘코스텔 냉장고’를 장만했어요. 24개월 동안 렌탈비를 내고 사용하면 되는 걸로요. 그 이후엔 제 물건이 되는 것이고요.







부엌에 있을 때 언제가 가장 좋아요?


음식을 만들어서 내놓는 순간도 행복하지만 모든 친구들이 떠나고 혼자 남겨졌을 때의 느낌도 참 좋아요. 자유로운 느낌, 해방되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리고 햇볕이 내리 쬘 때 창밖을 보면서 설거지하면 이게 행복이구나 싶기도 해요. 물이 반짝이고, 그릇이 뽀득뽀득하고. 삶이 따뜻해 지는 느낌이에요.




부엌은 셰프에게 어떤 의미예요?


놀이터죠. 부엌은 제게 놀이터 같은 공간이에요. 


여기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해요. 식자재만 있으면 그것들로 무엇을 어떻게 만들지 저절로 떠오르게 되는데, 그럴 때 저절로 흥이 나요. 그렇게 재미있게 만든 음식들을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 기뻐요. 이런 순간들을 떠올려 보면 부엌에 있을 때 제가 가장 빛이 나는 것 같아요.




 


 양출 셰프의 로망 키친 리스트 







프린트 접시


지난 5월 일본 패션 브랜드 ‘언더커버(Under Cover)’가 디자이너 쿠타니 실(Kutani Seal)과 함께 협업해 만든 그릇 컬렉션. 눈 달린 사과 프린트가 트레이드마크다.







친환경 주방 세제


호주 친환경 세제 브랜드 ‘본다이 워시(Bondi Wash)’. 레몬과 허브 향이 은은하게 나는 식기용 세제를 특히 애용한다. 찬물에서도 뽀드득 깨끗이 닦이고, 천연 성분이라 혹여 세제 잔여물이 그릇에 남아 음식에 닿아도 걱정이 없다.







새싹 항아리(Sprouting Kit)


일본 츠타야에서 구입한 ‘스프라우팅 키트(새싹 항아리 세트)’. 작은 콩 종류를 원통 안에 물을 넣고 며칠 보관하면 싹이 난다. 콩과 싹을 함께 먹을 수 있다. 신개념 홈메이드 채식 재료.







미니 절구 


샐러드드레싱을 만들 때, 참깨 가니시를 할 때. 양출 셰프가 요리를 하면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키친툴 중 하나다. 









최저가 오븐과 블렌더


위즈웰 오븐과 한일전자 블렌더의 스틸 재질과 미니멀한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가격은 웬만한 디자인 주방 가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저렴하다. 기본 기능에만 충실한 것. 오븐은 스테이크나 스콘을 굽고, 믹서는 불고기 소스나 주스 만들 때 자주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