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휘게 라이프, 들어봤나요?

킨포크의 포틀랜드식 슬로 라이프, 필요 없는 것은 모두 버리는 곤도 마리에의 미니멀 라이프에 이어 새로운 삶의 방식이 떠오르고 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느긋하게 함께 어울리는 덴마크의 휘게 라이프와 환경을 생각하며 자신이 이미 가진 것에 충실한 삶을 사는 스웨덴의 라곰 라이프가 그것!

BYCOSMOPOLITAN2017.04.30



백지혜 Q제리코 레서피 대표)


안락한 행복, 휘게 라이프

휘게(Hygge)는 덴마크어로, ‘편안함, 따뜻함, 아늑함, 안락함’ 정도의 뜻으로 번역된다. 코펜하겐 행복 연구소의 마이크 비킹 소장은 이 생소한 언어를 다음과 같이 풀어 설명한다. “휘게는 간소한 것 그리고 느린 것과 관련이 있다. 새것보다는 오래된 것, 화려한 것보다는 단순한 것, 자극적인 것보다는 은은한 분위기와 더 가깝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잠옷을 입고 영화 <반지의 제왕>을 보는 것, 좋아하는 차를 마시면서 창가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는 것, 여름휴가 기간에 친구나 가족과 함께 모닥불을 피우는 것 등이 모두 휘게다.” 지난해 옥스퍼드 사전에 등록된 이 신조어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반향을 일으켰다. 덴마크 사람들이 추구하는 휘겔리한 삶, 즉 일과 삶을 균형 있게 배분하고 가족,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많이 갖는 것이 부를 축적하는 삶보다 더 나은 삶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 세계 행복 지수 순위에서 덴마크가 늘 상위권을 유지하는 것은 ‘휘게’의 가치를 입증한다. 




친구, 수강생들과 음식과 차를 나누는 공간.


‘휘겔리’한 삶을 살고 싶은 이를 위한 가이드 

1 나만의 안식처를 만들어라 

휘게크로그는 책 한 권, 차 한 잔 들고 쿠션과 담요 속에 푹 파묻히기 좋은 공간을 뜻한다. 퇴창이 있는 덴마크의 건축물에선 그 퇴창 안쪽마다 휘게크로그를 만들어 즐긴다. 꼭 창이 없어도 집의 한 공간에 오로지 ‘안락’만을 위한 장소를 꾸며볼 것. 부드러운 조명과 푹신한 쿠션, 좋아하는 책 몇 권을 쌓아둘 만한 공간만 있으면 된다. 

2 자연을 들이자 

덴마크 사람들은 ‘휘겔리’를 위해 숲을 집 안에 들여야 한다고 믿는다. 나무로 만든 가구 혹은 오브제, 잔가지나 나뭇잎, 꽃과 식물 등 자연의 일부라면 ‘휘게’에 적합한 아이템. 

3 오래된 것을 사랑하라 

덴마크 사람들이 새 물건보다 헌 물건을 좋아하는 이유는 물건에 담긴 감정적인 가치와 이야기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휘겔리’한 삶을 원한다면 신상 명품 가방보다 엄마가 물려준 빈티지 백,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단단한 나무 책상 등에 관심을 가질 것.




1 작은 마당에선 가끔 빈티지 마켓을 열기도 한다.  2 집 안 곳곳 가득한 그녀의 취향.

3 엄마에게 물려받은 진짜 빈티지.  4 책 읽으며 쉬는 공간, 백지혜의 휘게크로그.


공간  

집에 있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제게 집은 중요한 공간이에요. 그래서 집은 몸과 마음이 온전히 쉴 수 있고, 예쁘고 기분 좋아지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늘 생각했어요. 제일 신경 쓴 곳은 부엌이에요. 요리하는 걸 좋아하고, 쿠킹 클래스를 여는 일터이기도 하니까. 거실 한쪽에 꾸민 서재는 원래 냉장고 자리였는데 냉장고만 놓기엔 너무 아까운 거예요. 그래서 좋아하는 책과 빈티지 소품을 쌓아놓고, 직접 만든 뜨개 방석을 놓아 꾸몄죠. 안락한 시간을 보내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에요. 


취향  

예전부터 빈티지를 좋아했어요. 남과 같은 것, 빠른 속도로 변하는 트렌드를 따라 하는 것은 제 성격과 맞지 않아요. 제가 색에 굉장히 민감한데, 빈티지 아이템이 색에 대한 욕구를 채워주죠. 뜨개질을 하는 것도 같은 이유예요. 매년 겨울이면 시간이 날 때마다 뜨개 바늘을 들어요. 만든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팔기도 하고, 선물하기도 해요. 




서울에서 ‘휘겔리’한 삶을 추구하는 제리코 레서피의 백지혜 대표. 


삶의 태도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해 맛있는 음식을 해 먹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행복하지 않았던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좋아하는 걸 일로 삼았어요. 제리코 카페, 제리코 바 앤 키친을 거쳐 쿠킹 스튜디오 제리코 레서피(blog.naver.com/cafejerico)를 열었죠. 카페는 살롱 같은 공간이었어요. 10cm, 옥상달빛 같은 가수들이 와서 노래도 하고, 시도 읽고, 받은 편지들을 챙겨 와서 낭독회도 하며 놀았어요. 지금 제리코 레서피만 하는 건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서예요. 그리고 사람들에게 자신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일이 자존감을 회복하는 한 방법이라는 것도 알려주고 싶고요. 부자는 아니지만 잘하는 일을 하면서 좋아하는 이에게 밥 한 끼 대접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벌고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즐겁게 살 수 있는 삶을 잘 찾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