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서의 판타지 제주 | 코스모폴리탄 코리아 (COSMOPOLITAN KOREA)

파도가 좋을 땐 서핑을, 잔잔할 땐 고요한 해변에서 요가와 명상을 즐긴다. 작은 텃밭을 가꾸며 종종 낚시를 하고, 심심할 땐 책을 읽거나 슬렁슬렁 산책도 한다. 가끔 불쑥 집에 찾아오는 친구들과 마당에서 음악을 듣고 춤을 추며 밤을 보낸다. 제주로 간 배우 윤진서를 만나기 전까지 이런 삶은 판타지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바다 곁에 사는 그녀가 누리는 낭만적인 일상의 장면들.



반려견 팔월이와 함께 즐겨 찾는 송악산 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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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로 이사한 이유가 뭐예요?

서핑하려고요. 도시를 떠나서 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래서 여행하면서 살 곳을 좀 살폈는데, 제주도가 제일 좋더라고요.


아까 천진난만한 얼굴로 “파도 다섯 개만 더 타고 나오면 안 돼요?”라고 한 말이 인상 깊었어요. 서핑한 지 얼마나 됐어요?

2년 반이오. 몇 년 전에 <산타바바라> <태양을 향해 쏴라>라는 영화를 촬영할 때 LA에 머물렀거든요. 그 뒤로 또 드라마 촬영 때문에 LA에 갔고요. 반년 동안 캘리포니아에서 지내면서 바닷가 앞에 캐러밴 세워놓고 매일 서핑하며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을 봤어요. 저도 그렇게 살고 싶은 욕망이 생기더라고요.


캐러밴은 왜 샀어요?

제주도에서 마련한 집이 좀 낡아서 허물고 다시 짓는 동안 살 곳이 필요했거든요. 캐러밴에서 석 달 내내 지냈어요.


캐러밴 생활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아요.

거의 야만인으로 살았죠. 이 말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는 거 같아요. 비 오는 날이 제일 힘들었어요. 그래도 나무를 구해 데크도 짜고, 베란다도 만들고, 이것저것 해봤죠. 사람이 창의적으로 변하더라고요.


그래도 꽤 낭만적으로 보여요.

부지런해야 해요. 할 일이 많거든요. 커피

한 잔 마시려면 모카 포트를 꺼내야 하고, 그럼 또 음악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아 음악을 찾아 트는 식이었어요. 분위기는 끝내줬죠. 차양을 스크린 삼아 빔 프로젝터로 영화도 보고, 날씨 좋은 날엔 차 지붕에 올라가 잠도 자고. 지금은 차 뒤에 매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캠핑을 즐기고 있어요.


제일 좋아하는 정박지가 어디예요?

바닷가 앞이오. 파도가 좋으면 바로 뛰어들 수 있으니까. 한 3년쯤 더 끌고 다니다가 모터 홈으로 바꿀 생각이에요. 그 모터 홈을 끌고 다른 나라를 여행하고 싶어요.



윤진서의 앙증맞은 캐러밴. 그녀가 제주 곳곳에 베이스캠프를 칠 수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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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 안 할 땐 주로 뭐 해요?

조용한 해변에서 요가를 해요. 파도를 찾아다니다가 우연히 사계 해변과 송악산 중간쯤에서 인적이 전혀 없는 모래사장을 발견했어요. 제게 요가를 배우는 사람들이 있는데, 거기에 모여서 같이 수업을 해요. 서핑하는 사람들이 몸의 밸런스를 잡는 데 요가가 꽤 도움이 되거든요.


바다 앞에서 하면 명상도 잘될 것 같아요.

요가의 동작을 ‘아사나’라고 해요. 저는 아사나가 끝나고 명상이 시작되기 전의 순간을 좋아해요. 호흡을 깊고 길게 하는 과정인데, 나중에 프리 다이빙을 해보고 싶어 연습하고 있어요. 프리 다이빙은 물속에서 숨을 오래 참아야 하기 때문에 이 과정이 굉장히 도움이 되거든요.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랑 대화를 해보면 삶의 포커스가 모두 ‘서핑’에 맞춰져 있어요. 파도만이 삶의 구원 같달까?

그렇죠. 행복을 느끼는 기준이 달라지니까. 저도 서핑을 시작하고 나서 낙관적이 됐어요. 아무리 고민이 많고 힘들어도 파도가 오면 다 잊어요. ‘지금 파도가 왔는데 고뇌할 시간이 어디 있어? 파도보다 중요한 건 없어!’ 하면서.


삶이 심플해지나 봐요.

돈도, 명예도 별로 욕심이 안 나요. 그냥 지금 이렇게 서핑할 수 있는 게 너무 행복하니까. 돈은 그냥 서핑 여행 다닐 정도로 벌면 될 것 같아요. 비행기 표 한 장, 수건, 코인 세탁소에서 빨래할 돈, 보드 부서지면 수리할 돈… 뭐 이 정도만 있으면 돼요. 나중에 나이 들어서까지는 아직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가끔은 도시의 삶이 그립지 않나?

제주도에도 즐길 만한 곳이 많아요. 그리고 여기에도 특이하고 신기한 사람이 정말 많거든요? 그런 친구들과 제 집 마당에서 음악 틀어놓고 춤추면서 재미있게 놀아요.


집에 사람들을 자주 초대하나 봐요.

초대하는 게 아니라 그냥 와요. 대문을 열어두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게 제주 문화예요. 도시에선 친구 집에 미리 전화하고 약속한 다음에 가잖아요. 갑자기 누가 찾아오면 “왜 왔어?” 이게 아니라 “어, 들어와” 하죠.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저희 집 대문 많이 열어요. 하하. 처음엔 불쑥불쑥 들어오시니까 놀라기도 했는데 이젠 뭐, 자연스럽고 되게 익숙해요.



파도가 좋은 날엔 8시간 이상 바다에서 서핑을 한다. 가장 좋아하는 포인트는 색달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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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생활이 연기자 윤진서에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예전엔 귀를 좀 의식적으로 닫았어요. 듣기 싫은 얘기, 쓸데없는 얘기까지 다 듣고 스트레스 받지 않기 위해서. 그런데 지금은 내 귀에 어떤 말들이 들려도 크게 개의치 않아요. 누가 내 앞에서 나를 욕한다고 해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아요. 그건 그 사람의 생각이니까, 내가 영향을 받을 필요가 없거든요.


‘멘탈’이 강해졌네요.

도시 사람들은 그게 강해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냥 이게 정상인 거예요.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뭘까요?

휴대폰을 안 봐요. 당장 전화를 받아야 할 일도 별로 없고. 그리고 운동하는 시간이 많아진 것? 예전엔 하루에 2~3시간 동안 서핑하면 기진맥진했는데, 여기 온 후로 매일 서핑을 하다 보니까 파도만 좋으면 한 번에 4시간 정도까진 괜찮더라고요. 해 뜰 때, 해 질 때 두 번 바다에 나간 날은 하루에 8~9시간까지 서핑해요.


자주 글을 쓰고 매일 책을 읽는 생활도 변함은 없나요?

굉장히 다른 방식으로 변했어요. 제주도에 와서 삶이 완전히 바뀌었거든요. 도시에 있을 땐 문학이, 만들어낸 이야기인 허구가 좋았어요. 현실에서 빠져나오고 싶은 욕망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주에 와서 소설보다는 논픽션이, 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가 좋아졌어요.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싶은 욕망도 있고, 실존하는 인물들에 대한 존경심을 훨씬 더 많이 갖게 된 것 같아요. 동네에서 만나는 할머니, 할아버지, 어부, 해녀 이런 분들이오.


해녀 친구도 많이 사귀었어요?

오일장에 가면 은퇴한 해녀 할머니들이 늘 소주 한잔하면서 놀고 계세요. 제가 지나가면 “여기 앉아봐라. 일단 마셔라”라고 하시거든요? 그런 게 너무 좋아요.


그래도 외롭다고 느낄 때가 있을 텐데요.

오히려 도시가 사람을 외롭게 만드는 것 같아요. 혼자 시간을 보내기엔 지나치게 번잡하고, 뭔가를 안 하고 있으면 도태된 것처럼 느끼게 하니까. 여기에선 혼자 뭔가를 하는 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당연히 외로울 때도 있지만 그 감정이 도시에서보다 더 진하진 않아요.


제주도에서 서핑, 요가말고 또 뭐 할 거예요?

최근 <대담한 항해>라는 다큐멘터리를 인상 깊게 봤어요. 14살 소녀 로라 데커가 요트를 타고 2년간 세계 일주를 하는 이야기인데, 굉장히 어려운 난관에 부딪히지만 결국 모험에 성공했고 최연소 세계 여행자라는 타이틀을 얻었죠. 그걸 보고 바다의 항로를 따라 여행하는 것에 궁금증이 생겼어요. 제주도에 요트 자격증을 따는 데가 있다고 해서 공부해보려고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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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좋을 땐 서핑을, 잔잔할 땐 고요한 해변에서 요가와 명상을 즐긴다. 작은 텃밭을 가꾸며 종종 낚시를 하고, 심심할 땐 
책을 읽거나 슬렁슬렁 산책도 한다. 가끔 불쑥 집에 찾아오는 친구들과 마당에서 음악을 듣고 춤을 추며 밤을 보낸다. 제주로 간 배우 
윤진서를 만나기 전까지 이런 삶은 판타지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바다 곁에 사는 그녀가 누리는 낭만적인 일상의 장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