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K의 소개팅 앱 사용기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그 어떤 핫플보다 남자가 많다는 소개팅 앱. 솔로가 그 핫하다는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어 설레는 마음으로 손가락을 들이대봤다. 저, 이렇게 솔로 탈출에 성공하는 건가요? | 소개팅앱,소개팅,연애,남자,남친

그 많던 남자는 다 어디로 갔을까?“어디서 만났어?” 솔로 탈출에 성공한 친구들만 보면 묻는 질문이다. 남들은 저리도 쉽게 남자를 찾아 남친으로 레벨 업시키는데, 왜 내 주변엔 회사도 여자, 친구도 여자밖에 없는 걸까? 이건 마치 포켓몬GO를 하며 ‘구구’만 잡고 있는 기분! 그런 내게 30대 중반의 선배 에디터 A가 뜻밖의 정보를 제공했다. “나 최근에 소개팅 앱을 쓰기 시작했는데, 지금 연락하는 남자만 다섯이야.” 고~뤠에? 혹하는 마음도 잠시 ‘다 그렇고 그런 애들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 B도 “소개팅 앱 한번 해볼까?”라는 내 말에 길길이 날뛰며 “요즘 어떤 세상인데!”를 외쳤다. 한때 소개팅 앱 좀 써봤다는 동생 C는 “언니, 거기엔 원나이트 상대 찾는 애들밖에 없어요”라며 아는 척을 해댔다. 하지만 원나이트에 질색하며 뒷걸음질치기엔 이미 알 건 다 아는 나이요, 언제까지고 가뭄에 콩 나듯 들어오는 소개팅만 바라고 있기엔 남자가 너무 없다! 결국 비장한 각오를 한 채 검지를 스마트폰 화면 속 다운로드 버튼으로 옮겼다. 들어간다, 선수 입장! 소개팅 앱을 다운로드한 지 이틀째, 선배 A의 말이 맞았다. 잘 나온 사진 하나 올렸을 뿐인데, 남자들에게서 쉴 새 없이 쪽지가 왔다. 어쩐지 인기 많고 치명적인 여자가 된 듯. 푸하하! 배터리는 충전하기가 무섭게 닳았으나 내 입꼬리는 나날이 올라갔다. 며칠 사용해보니 남자도 두 분류로 나뉘는 것 같았다. 연애를 하고 싶은 사람과 섹스에 굶주린 사람으로 말이다. 진지하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오는 이가 있는가 하면 “ㅎㅇ”라며 자음 두 개만 덜렁 보내는 이도 있고, “섹파할래?”라고 욕정부터 들이미는 발정 난 XX도 있었다. 또 그놈의 라면은 어쩜 그렇게들 좋아하는지! 처음엔 당황했던 나도 어느덧 “너 왜 반말이니? 엄지손가락만 한 게. ^^”라고 응대하는 여유를 부렸다. 근데 이건 많아도 너무 많은걸?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셜 데이팅 서비스 사용자 중 약 23%가 성적 접촉 유도를 받아본 적이 있다고 했다. 남자를 찾는 것도 어렵지만 막상 남자가 줄을 서도 옥석을 가려내기란 쉽지 않았다. 무작정 내 스타일이라고 ‘좋아요’를 남발할 게 아니라 기생수처럼 손가락에도 뇌가 있다는 마음으로 상대의 프로필을 신중하게 살피기 시작했다.우리 만날까요?수많은 매칭과 수십 명과의 짧고 허무한 대화 끝에 한 남자를 만났다. 나이는 연하. 우선 프로필에 출신 학교 정보(솔직히 구글링 안 했다면 거짓말이다)가 있었고, 그 많은 남자 중 유일하게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물론 그 내용도 꽤 건전했다. 어머, 그럼 나 이제 연애하는 거야? 그러나 김칫국을 보지도 않고 마실 순 없으니 그와 제대로 약속을 잡았다. 실제로 본 그는 사진보다 훨씬 준수한 외모에 매너도 좋았다. 하지만 아버지 가라사대 남자란 술을 먹여봐야 안다고, 취기가 오르자 그는 “라면 먹고 싶어(또 라면!)”, “난 침대 위에선 개방적이야”라며 흑심을 드러냈다. 와, 섹스 한 번 하자고 여태까지 건전한 척했단 말이야? 배신감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렇게까지 애쓴 이 중생이 안타까웠다. 그래, 너도 나도 싱글인 처지에 원나이트가 죽을 죄도 아니고, <비포 선라이즈>처럼 불꽃이 팍팍 튀고 난 후에 서로가 절실해질지 누가 알아? 결국 그날 밤 나와 그는 홍콩행 급행 열차에 올라탔다. 간만에 내 앞에서 “너무 좋아!”를 외치며 땀 뻘뻘 흘리는 남정네를 보자니 기분이 꽤 우쭐해졌다. 덕분에 안 쓰던 허리까지 열심히 들썩이며 그와 함께 포효했다. 그래서 결과는? 만족스러운 풀 코스를 즐긴 뒤 내 생각 많이 하라고 가슴팍에 친히 키스 마크까지 새겨줬으나… 영화는 역시 영화겠지(그러므로 피임은 필수다)?이렇게 어려울 일인가?첫 만남 이후, 그에게선 계속 연락이 왔지만(키스 마크의 힘?) ‘여친’보다는 ‘섹파’를 원하는 눈치였기에 나는 또 다시 소개팅 앱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역시 물질 몇 번에 대어를 낚기란 어려운 것인가? 완벽한 내 스타일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항상 내 나름의 절충하는 순간이 필요했고, 그때마다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부터 짚어나갔다. 그렇게 해서 만난 두 번째 남자. 이번에도 홍콩에 갔냐고? (홍콩은 좋아하지만) 천만에! 만나자마자 내게 고양이를 좋아하냐고 묻던 그는 고양이 사진을 줄기차게 보여주더니 한 마리 키울 생각이 없냐며 알선까지 하셨다. 이건 뭐 신종 ‘도를 아십니까’도 아니고…. 이뿐만이 아니다. 식사가 끝난 뒤에야 보험을 들어보라던 열혈 영업맨(소개팅 앱까지 활용해 실적을 올리다니, 넌 진정한 ‘에이스’야), 새벽 3시만 되면 “어디야”, “자니”, “만날래”라고 들이대던 짐승남(10분 만에 차를 끌고 오겠다던 넌 지금도 종종 생각나. 야근한 날 택시가 안 잡힐 때!), 그리고 만나자는 말 한마디 없이 톡만 성실히 보내오던 ‘Mr. 사이버 러버’까지(너 혹시 Siri냐?)! 정말 세상은 넓고 남자는 많다. 근데 이상한 남자들도 너무 많다. 현실에서든 소개팅 앱에서든 인연을 찾는다는 건 여전히 어렵다는 걸 절실하게 깨달았다. 소개팅 앱, 너란 녀석소개팅 앱을 사용한 지 어언 한 달, 이제 내 매칭 리스트는 100명을 돌파했지만 난 여전히 남.친.구.함. 물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대화는 계속된다. 이 중 한 명과는 조만간 영화를 보기로 했다. 앱을 통해 만남을 가진다는 것이 단편적으로는 위험해 보일 수 있다. 그런데도 가만히 앉아 소개팅을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잦은 횟수로 다양한 남자를 만나볼 수 있다는 장점은 무시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내 매력과 가치를 돌이켜볼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이득이라 생각한다. 마치 긴 솔로 생활로 허리가 굽었던 연애 자신감이 간만에 기를 좀 편 느낌이랄까? 하룻밤이지만 나름 재미도 봤고 말이다(다시 말하지만 피임은 필수다. 이건 세 번 강조해도 부족하다). 결국 소개팅 앱으로 남자를 만날 순 있어도 솔로 탈출은 보장할 수 없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소극적인 기다림보다 주도적으로 설렘과 즐거움을 찾아 나서는 과정이 내게 생기를 주고 스스로를 우선순위에 두게 한다는 것. 물론 이러다 ‘솔탈’할 수도 있고!그 어떤 핫플보다 남자가 많다는 소개팅 앱. 솔로가 그 핫하다는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어 설레는 마음으로 손가락을 들이대봤다. 저, 이렇게 솔로 탈출에 성공하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