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 언니 손혜원과 사이다 오빠 주진형을 만났다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답답한 속을 뻥 뚫어주는 ‘사이다’ 같은 말들로 변화가 필요한 현실에 돌직구를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 코스모가 현상 유지보다는 상황을 불편하게 만들고 판을 깨더라도 기어이 할 말을 하며 자신과 세계를 변화시키는 사람들을 만났다. | 손혜원,국회의원,주진형,경제학자tt,사이다

세상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할 말을 해야죠. 그 말 안에 자기 확신과 중심이 바로 서 있다면 못 할 이유가 없습니다. 할 말들이 모여야 행동이 되고, 힘이 생겨요. -손혜원(국회의원) 답을 빨리 내야 한다는 조바심을 버리세요. ‘답을 얻지 못한 상태’의 불확실성이 좀 더 깊게 생각하는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합니다. 인식을 바꿔야 해요. 세상엔 정답이 없어요. -주진형(경제학자)요즘 젊은 세대가 쓰는 말 중 ‘할말하않’이라는 은어가 있습니다. “할말은 많지만 하지 않는다”는 문장의 줄임말인데요, 농담처럼 쓰지만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박탈당한 이들의 자조가 반영된 말이기도 합니다. 두 분의 의견은 어떤가요? 손혜원 말해봤자 소용이 없어서, 혹은 불이익이 돌아올까 봐  할 말을 하지 않는 분위기는 정치권에도 팽배해 있죠. 세상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할 말을 해야죠. 그 말 안에 자기 확신과 중심이 바로 서 있다면 못 할 이유가 뭔가요? 할 말들이 모여야 행동이 되고, 힘이 생겨요.주진형 왜 그것을 요즘 세대로 국한하죠? ‘할 말이 있지만 하지 않는 사람’은 옛날에도 있었어요. 다만 예전엔 할 말이 많지 않았을 거예요. 지금 세대들은 ‘할 말’이 좀 생긴 거죠. 다음 세대는 그 ‘할 말’을 잘하는 세대가 될 거고요.예전에 오히려 할 말이 더 많았을 텐데요? 주진형 그렇긴 하지만 무엇에 어떻게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았지요. 지금 세대는 잘못된 것을 인지할 수 있기 때문에 할 말이 비로소 생겼는데, 해봤자 안 바뀔 거라고 생각하니까 하지 않는 거고.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순응주의’로 자랐어요. 남과 다른 생각을 할 기회 자체를 스스로 차단하고, 비판은 미덕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불만을 가져야 하는 상황인데 불만이 없어요. 지위와 연배가 지금보다 낮던 시절에도 두 분은 할 말을 잘하는 사람이었나요? 주진형 두 번째 직장에서 나왔을 때 사람들이 회사 생활이 어땠냐고 물었어요. 별생각 없이 “입 다무는 거 배우고 나온 것 같다”고 했거든요? 동료들이 그러더라고요. “네가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지!”손혜원 저는 반대예요. 주진형 선생이 현상을 전복적으로 바라보며 판을 깨는 말을 했다면 저는 긍정적인 할 말을 하는 사람이었죠.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제시했거든요. 상사한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네 사업 할 때 그렇게 해”였어요. 그런데 상처를 잘 안 받았어요. 사람들이 내 얘길 듣지 않아도 내가 틀렸다고 생각한 적이 없거든요. ‘내가 굉장히 앞선 생각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저들이 아직 날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죠. 그리고 내 생각이 받아들여졌을 때의 성취감이 나를 지치지 않게 만들어줬고요. 할 말을 한다는 건 결국 자기 주장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 주장이 힘을 가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손혜원 어떤 화두나 주제가 있으면 그것에 대해 계속 생각해요. 어떤 사안이 OK가 됐다고 하면 다들 ‘끝’이라고 생각하는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에요. 내가 해왔던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은 답이 없는 분야였으니까. 그래서 끝없이 질문하고 생각하고 파고들어야 했어요. 이게 최선일까? 다른 방법은 없을까? 질문을 잘하는 사람은 답을 얻는 능력이 탁월해요. 그 과정을 반복하면 자기 말에 힘이 붙겠죠. 주진형 한국 사람들은 숙의를 안 해요. 윗사람의 말을 대충 듣고 시키는 대로 그냥 해요. 상사와 부하가 같은 목적을 위해 잘해보자고 논의해야 하는데 답을 빨리 내야 한다는 조바심을 먼저 갖죠. 그 ‘답을 얻지 못한 상태’의 불확실성을 못 견뎌요. 바로 그때 좀 더 깊게 생각하는 힘을 발휘할 수 있는데. 인식을 바꿔야 해요. 세상엔 원래 정답이 없어요. 과정만 존재하는 거지.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뭐가 제일 좋아?”라는 질문을 하는 게 이해가 안 돼요. 그런 게 어디 있어요? 하나의 답은 없어요. 자기가 답을 만들어야 해요. 현실에선 그러기가 쉽지 않아요. 상급자에게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돼 있고, 중간 관리자는 명령 하달의 역할에 그치고, 하급자는 ‘아니요’라는 말을 하기 어려워요. 주진형 그 관료주의가 실은 자본주의사회에선 기회예요. 큰 조직은 관료주의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혁신이 어려워요. 작은 회사가 그 혁신의 기회를 가져가는 거죠.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 있고, 그러면서 성공하는 사람이 생기고.    손혜원 그 ‘아니요’가 혁신을 만들어요. 우리나라가 정말 잘 만든 게 ‘김치냉장고’거든요? ‘믹스커피’도 그렇고요.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지키고 있어요. 그런데도 계속 안주하지 않고 다음 프로덕트를 내놔요. 그들이 끊임없이 더 나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비결은 질문을 멈추지 않고 새로운 답을 찾기 때문이에요. 그 과정에서 나오는 ‘아니요’라는 생각들이 이룬 성취죠.‘아니요’가 통하는 ‘직장 민주화’를 위해 젊은 세대가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   주진형 너무 어릴 때부터 등급을 매기는 한국의 교육 문화가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를 ‘별 볼 일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게 만들어요. 그래서 미리 포기를 하죠. ‘내가 해도 되겠어? 나보다 훨씬 잘난 사람이 있는데’. 회사에서 하는 업무라는 게 대단한 지성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에요.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어지간히 잘할 수 있는 일이 많아요. 자기 자신을 미리 깎아내릴 필요가 없다는 얘기예요. 그리고 시키는 일만 해야 하는 회사에 안주하지 말고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먼저 찾아가서 자기를 어필해야 해요. 두 분이 SNS에서 함께 진행하신 라이브, ‘경제, 알아야 바로 본다’는 기득권의 생각을 대중적인 언어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어요. 그것을 염두에 두고 언어를 고르신 건가요?손혜원 주진형 선생은 원래부터 언어를 적확하게 구사하는 사람이에요. 왜냐하면 평소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끝없이 파고들어서 완벽하고 깊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하고자 하는 말이 정확하게 압축된 언어로 나오는 거죠.손혜원 의원의 집요하고 거침없는 말이나 주진형 선생의 촌철 같은 말들은 호응 못지않게 파장을 부르기도 해요. 속이 끓고 부당한 비난을 참아야 하는데도 왜 계속하시는 거예요? 손혜원 단순해요.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것이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는 거예요.주진형 여러 번 나 자신에게 물었어요. ‘왜 이걸 계속하는 걸까?’ 미국에서 공부하다 한국에 들어온 뒤 초반 십몇 년 동안 ‘우리나라의 이 말도 안 되는 것들을 내가 한번 바꿔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자꾸 현실과 부딪히면서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못 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죠. 대신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다음 세대에 전해주면, 그들이 미리 선행 학습을 하고 개혁을 위해 수월하게 협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내가 원래 선생 기질이 있어, 사람들에게 복잡한 걸 쉽게 설명해주는 것을 즐겨 하기도 하고요. 그것을 할 수 있는 채널을 얻게 됐기 때문에 계속하는 것 같아요. 손혜원 매일 새로운 에너지를 갖고 나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근데 옳다고 생각하면 해야죠. 그렇지 않아요? 그리고 인간의 삶이라는 건 유한해요. 내가 지금 60세가 넘어 정치권에 들어왔는데, 가만히 보니까 이 안에 부조리한 일도 너무 많고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일이 정말 많아요. 근데 내가 지금 이 순간에 여기 들어와 있기 때문에 내 역할을 하고 있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