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넓은 보트넥 니트 톱을 깔끔하게 연출하고 싶다면 니트 피케 셔츠와 함께 매치해볼 것.
니트 톱 22만5천원 코스. 니트 피케 셔츠 9만2천원 매료. 안경 17만5천원 베디 by 베디베로. 팔찌 3만9천원 티에르.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개인적으로 <낭만닥터 김사부> 재밌게 봤어요. 사실 별 기대 없이 보기 시작했다가 완전 빠져들었음을 인정합니다. 과장 좀 보태자면, 유연석이 ‘강동주’라는 캐릭터를 입은 건 이 드라마의 신의 한 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스로도 지금까지 맡은 역할 중 가장 본인과 비슷한 면이 많은 것 같다고 얘기한 적 있더라고요.
그 정도였나요? 하하. 사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땐, 저랑 싱크로율이 높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강동주’라는 캐릭터가 처음에는 자기밖에 모르고 오로지 성공에만 집착하며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모습이었으니까 누구라도 이질감이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동주’가 점점 성장하고 바뀌어가면서 동질감을 느끼기 시작했죠. 연기하기도 훨씬 편해졌고요.
캐릭터의 성장을 통해 배우 유연석도 성장했다는 얘기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드라마 자체가 사람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던져주잖아요. 저도 그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던 거죠. 드라마에서 ‘김사부’에게 “당신은 최고의 의사냐, 아니면 좋은 의사냐?”라고 물어보는 장면이 있어요. ‘김사부’는 이렇게 답하죠. “아니다, 나는 이 환자에게 꼭 필요한 의사다”라고요. 저한테도 같은 질문을 던져봤어요. 나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지, 최고의 배우가 되고 싶은지, 꼭 필요한 배우는 어떤 존재라 생각하는지에 대해서요. 아직은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고요.
클래식한 옷차림이 주변 풍경과 잘 어울린다.
트렌치코트 32만8천원 노앙. 스웨터 9만8천원 매료. 선글라스 3만5천8백원 베디베로. 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작년 코스모와의 인터뷰 때 왜 그렇게 쉼 없이 일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 후로도 여전히 유연석은 ‘하드 워커’였고요.
뭘 이루고 싶은 건가요? 답을 찾으려고?
그래도 작년에 뮤지컬 마치고 드라마 들어가기 전까지 5~6개월 정도 쉬었어요. 사실상 그때가 제가 배우로 활동하면서 처음으로 쉰 시간이나 다름없어요. 쉬려고 일부러, 억지로 공백을 만들려고 했던 건 아니고요, 작품을 신중하게 고르려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특별히 공백기, 휴식기에 대한 생각 없이 그냥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계속하다 보니까 결과적으로 쉼 없이 이어진 거예요.
지치지 않아요? 물리적으로 힘들 법도 한데.
그나마 일을 즐기면서 하다 보니까 쉬지 않고도 해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결국 배우로서 저의 궁극적인 목표는 ‘좋은 배우’가 되는 건데, 그 길을 가다 보니 그렇게 됐던 거죠 뭐.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클래식 룩에 히프색을 더하면 순식간에 쿨해진다.
니트 톱 13만5천원, 셔츠 10만원대 모두 코스. 팬츠 28만원 힐피거 에디션. 히프색 48만7천원 인스턴트펑크.
인스타를 보니 심지어 여행도 해치우듯이 후르르 떠나는 스타일인 것 같더라고요. 여행 안 좋아하는 사람은 없기도 하거니와 모 항공사의 홍보 대사라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지만, 혹시 가만히 놀고 있으면 안절부절못하는 스타일인가요?
안절부절못하진 않지만 그래도 항상 몸을 움직이는 편인 것 같아요. 여행은 정말 제가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제가 진짜 호기심이 많거든요. 여행은 새로운 공간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과 마주하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거니까 재밌어요. 그리고 작품하는 내내 집중했던 무언가를 내려놓는 차원에서도 저에게 여행은 꼭 필요하기도 해요. 원래 유연석이란 사람이 좋아했던 여행, 사진 찍기 이런 거에 집중하면 환기가 되는 것 같거든요.
코스모와의 이번 LA 여행은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 궁금하네요. 친구도 찾아왔잖아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인데 라스베이거스에서 저를 보려고 5시간 동안 운전해서 왔죠. 오랜만에 만나서 밤새 술 마셨는데 또 그 힘든 몸을 이끌고 5시간을 운전해 라스베이거스로 돌아갔어요. 너무너무 고맙죠. 한국에서조차 친구 만나려고 5시간 동안 운전해서 온다는 건 힘든 일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친구와 보낸 시간들도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프레피 룩을 입으니 유연석의 스마트한 매력이 더욱 살아난다.
스웨터 10만8천원 문수권세컨. 니트 피케 셔츠 9만2천원 매료. 팬츠 12만9천원 살롱드서울. 스니커즈 13만8천원 프레드페리.
지난해 영화 <춘몽>에 카메오로 등장했을 때 굉장히 반가웠어요. 평소 장률 감독님을 좋아해 술자리에서 인사드리다가 캐스팅됐다고 들었는데, 솔직히 의외라는 생각도 했어요. 배우로서 다양한 장르,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들여다보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특별히 ‘인생 영화’라고 손꼽고 싶은 작품이 뭔지 궁금해요.
음, 너무 많긴 하지만… 전 어릴 때 <브레이브하트>를 너무 좋아했어요. 멜 깁슨이 외치는 “프리덤!”을 항상 따라 하면서 보고 또 봤죠. 그런데 오랜 시간이 지나서 봐도 그 감정이 여전하더라고요. 그 신만 나오면 막 울기도 하고요. 그 영화 자체가 대단하다기보다는…, 모르겠어요.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마음과, 자신이 죽는 와중에도 마지막으로 외치는 그 절규가 와닿았던 것 같아요.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우리 민족의 설움이 투사된 걸까요? 하하.
드라마도 사랑받고, 평소 존경하던 감독의 영화에도 출연해보고, 작년 한 해엔 이룰 만큼 이뤘네요. 올해 안에 꼭 이루고 싶은 한 가지가 있다면요?
밀린 논문을 마무리하는 것? 논문을 마쳐야 졸업하는데, 담당 교수님께서 안식년이셨거든요. 이제 목차라도 만들어야죠. 하하.
스트라이프 피케 셔츠와 뿔테 안경의 조합은 언제나 멋스럽다.
피케 셔츠 15만8천원, 스카프 6만5천원 모두 세인트 제임스. 안경 28만5천원 베디베로. 팔찌 3만8천원 티에르.
인스타에 가끔 등장하는 강아지 칠봉이는 어떻게 가족이 됐나요? 코스모 에디터 중에 칠봉이 팬이 있거든요.
사실 어릴 때부터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동물이 사람보다 오래 못 사니까… 보내고 난 후에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부모님과 거의 약속하다시피 했었죠. 강아지 키우지 말자고요. 근데 사람 일이 그렇게 맘처럼 되나요? 어머니께서 주변 분에게 안타까운 사연의 강아지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입양하신 거죠. 칠봉이하고 같이 태어난 형제들이 다 죽었대요. 네다섯 마리가 다 죽어버리고 얘만 남은 거예요. 어미도 죽고요. 키우던 분이 너무 마음이 아파서 도저히 칠봉이를 키울 수 없는 상태였나 봐요. 칠봉이마저 잃을까 봐서요. 어머니께서 그 사연을 듣고 덜컥 입양했는데, 데려왔을 때 되게 아팠어요. 알고 봤더니 기생충이 있더라고요. 지금은 치료 잘 받고 굉장히 건강해졌어요.
훈훈한 뒷이야기가 있었네요. 훈훈한 마무리를 노린 마지막 질문. 지금까지 유연석은 잘 살았다고 생각해요? 아직까진 후회 없는 인생인가요?
잘 살았다기보다는 굉장히 열심히 살아온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후회도 없고요. 근데 내가 과연 잘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진 잘 모르겠어요. 그건 아마 제가 죽기 전쯤에나 결론 낼 수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도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면 후회할 일은 없겠죠. 다만 <응답하라 1997> 이후로 정말 바쁘게 열심히 살았는데 가끔 너무 여유 없이 살았나 싶은 적은 있어요.
그렇다고 후회하는 건 아니고요. 그래서 이제는 조금씩 여유도 가지면서 살아볼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