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혼사남의 24시 -2

‘혼자 사는 남자’ 하면 뭐가 떠오르나? 정돈 안 된 지저분한 방, 꼬질꼬질한 베개, 끼니를 대충 때우기 위한 레토르트식품? 당신의 예상과 다르게 자신만의 뚜렷한 라이프스타일을 지닌, 건강하고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혼자 사는 남자 7명을 만났다.

BYCOSMOPOLITAN2016.12.05


 

작업할 때 말고는 집에서 예능이나 애니를 봐요. 예능에서 인생을 배운답니다. 제 인생의 모든 모토는 <원피스>에서 나온 철학이고요. 하하.

재킷·셔츠 유니클로, 팬츠 본인 소장품.


양경수의 ‘정말로 혼자 산다는 것’

33세, 그림 작가, 혼자 산 기간 13년


독립 13년 차라니, 혼자 사는 데는 도가 텄겠네요.

모르겠어요. 처음부터 ‘혼자 살아야지’ 마음먹고 사는 사람들은 계획대로 잘 사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스무 살 때 2만원 들고 집을 나와서 혼자 살기 시작했거든요. 친구네 집과 작업실을 전전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말 그대로 그냥 사는 거지 집을 꾸미거나 살림에 신경을 쓰거나 그럴 여력은 없었던 것 같아요.

이사 간다고 들었어요. 혼사남에게 이사란?

이사만 한 30번 다녔는데요, 이사는 100% 돈이죠. 20대부터 스스로 돈을 벌어서 혼자 살아온 사람들한테 이사라는 건 주거 공간을 옮긴다는 개념보다는 3백에 20만원, 5백에 30만원, 돈에 맞춰 겨우겨우 살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그런 의미죠. 이사는 지긋지긋해요.


새 출발의 의미도 있잖아요.

없진 않죠. 그렇게 이사 다녀도 매번 다 버리고 다이소에서 새로 다 사고. 하하. 저는 이사 가면 다른 건 몰라도 의식처럼 문 손잡이랑 전기 스위치는 다 바꿔요. 다른 사람이 살던 곳이니까.


집에서 주로 작업을 한다고요. 답답하지는 않나요?

예전에는 내가 작업을 해도 누가 봐주지 않으니까 되게 답답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그럴 시간이 없어요. 할 게 너무 많아 빨리빨리 해야 되니까. 행복하죠.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해 프로듀서로 일하는 친구랑 함께 작업 중이에요. 저는 가사 쓰고, 친구는 곡을 만들어요.

(오)터틀넥·팬츠 본인 소장품.


 

친한 형이 운영하는 카페 ‘어반블랙’에 자주 가요. 형이랑 얘기도 하고, 창가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도 구경하고요.

코트 아르코발레노, 터틀넥·팬츠 본인 소장품.


아무리 혼자라도 학교 동기도 있고, 같이 음악 하던 친구들도 있는 그런 곳을 자주 찾는 것 같아요. 완전히 혼자가 되는 건 외로운가요?

다 그렇지 않아요? 이 세상에 정말 나 혼자 있고 싶어 혼자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그럼 어디 산에 들어가서 살지. 형태가 혼자 사는 것뿐이지 공동체 속에서 사는 거죠. 그 안에서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거지.


어떻게 해야 잘 즐기는 걸까요?

경제적·정신적으로 모든 것이 독립된 남자가 되는 거죠. 혼자 살지만 부모님이 집 구해주고, 용돈 주고, 반찬 보내주는 사람이 얼마나 많아요. 모든 걸 정말 혼자 해야 하는 그 순간부터가 진짜 혼자 사는 거라고 생각해요.



 

일상의 대부분을 집에서 보내요. 부모님이랑 살 때만 해도 제가 원래 깔끔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나와 살아보니 아니었어요. 다 어머니의 희생이었던 거죠. 머리카락이 이렇게 많이 빠질 줄 누가 알았겠어요?  

니트 톱 시스템, 데님 팬츠 플랙진.


최대호의 ‘혼자 살아 보시집’

29세, SNS 시인 겸 작가, 혼자 산 기간 2개월


최근에 독립했다고 했죠? 실제로 혼자 살아보니 어때요?

‘살맛 난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 거 같아요. 예전에는 부모님의 기대에 따라 ‘그저 살아서 사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무얼 하든 제가 주도해서 하니까요. 글을 쓸 때도 집에 있으면 북적거려서 집중이 안 되고, 그러다 결국 밖으로 나가야 했는데, 이젠 저 혼자 조용하게 집필할 수 있어 좋아요. 


인스타그램에 직접 만든 음식 사진을 많이 찍어 올렸던데, 평소에 요리하는 걸 좋아하나요?

부모님이랑 살 땐 요리의 ‘요’ 자도 몰랐어요. 한 번도 직접 해 먹은 적이 없거든요. 근데 나와 살아보니 식사가 가장 문제더라고요. 밖에서 자꾸 사 먹으면 몸이 망가지는 것 같아 직접 만들기 시작했죠. 아직 능숙하게 하지는 못해요. 가장 자신 있는 요리가 파스타 정도? 


건강을 잘 챙기는 편인가 봐요.

의도한 건 아니지만 제가 즐기는 게 다 몸에 좋은 것들이에요. 술이나 커피는 싫어하고 과일같이 몸에 좋은 걸 즐겨 먹는 편이죠. 운동도 꾸준히 해요. 제가 말라서 겨울만 되면 추위를 엄청 타거든요. 운동으로 혈액순환을 시키고 건강을 유지하려고 하죠. 


이 정도면 혼자 살아도 걱정 없겠는데요? 원래 혼자 있는 걸 선호해요?

어릴 땐 안 그랬는데 2~3년 전부터 혼자가 편해졌어요. 친구들도 다 직장인이라 시간 맞추기가 어렵거든요. 혼자가 편한 것과는 별개로 글을 쓸 땐 홀로 굴을 파고 들어가면 안 돼요. 제 글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것이 관건이라, 요즘 뭐가 대세고,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 하거든요. 오히려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글이 나오는 거죠. 


(위)수필이나 시에서 영감을 얻을 때가 많아 집 근처 ‘한아름 도서관’을 자주 찾아요. 저처럼 혼자 와서 책을 읽다 가는 분이 많죠.(아래)집 근처 광교 호수 공원에 자주 가요. 밤엔 조명이 예쁜데,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거나 산책하면서 휴식을 취하기에 좋죠. 

코트 앤더슨벨, 스웨트셔츠 겐조, 셔츠 플랙진, 팬츠 에잇세컨즈,스니커즈 라코스테 by 플랫폼.


영감을 얻기 위해 즐겨 찾는 곳이 있나요? 

카페에 자주 가요. 간혹 거기 앉아서 사람들 구경하다 보면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든요. 또 집에서만 작업하면 정신적으로 탁해지는 것 같아 종종 카페에 가 글을 쓰기도 해요. 


카페에 앉아 있다가 마음에 드는 여성이 나타나면 어떻게 해요?

전 먼저 다가가는 스타일이에요. 그 사람을 그냥 스쳐 보내는 게 너무 안타깝거든요. 인연일지도 모르잖아요. 애초에 모르는 사람이니 거절당한다고 해도 잃을 건 없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번호를 얻으면 그거야말로 대박인 거고요. 그렇다고 작업 건 경험이 많은 건 절대 아니에요!


작품 중에 로맨틱한 시가 많던데, 진짜 잘 쓴 것 같다고 생각하는 시 한 편 읊어주세요.

외부 강연이나 강의를 하러 갈 때 관객들과 학생들에게 자주 들려주는 작품인데요, 시 쓰는 게 취미였을 때 완성한 거예요. 제목은 ‘한 스푼’. “누군가 나에게 아메리카노를 주었어. 나는 쓴 커피는 안 좋아하는데. 시럽은 없고 그냥 먹기에는 너무 써서 니 생각을 넣었어.”



요일별로 다른 운동을 해요. 등·가슴·하체·어깨 운동을 번갈아가면서 하고, 복근 운동은 매일 빼먹지 않고 하는 편이죠.

슬리브리스 톱·쇼츠 본인 소장품.


권상혁의 ‘길고 건강한 삶’

26세, 트레이너, 혼자 산 기간 6년


모든 음식을 스스로 해 먹는다고요?

네. 몸을 신경 써야 하는 직업이니 아무래도 밖에서 사 먹을 수 있는 음식에는 제약이 있어요. 그래서 스스로 장을 봐서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데 주로 재래시장에 가요. 가격이 저렴하고 사람들끼리 부대끼는 맛도 있어서요. 장을 보고는 집까지 멀리 돌아서 와요. 운동도 할 겸.


운동도 혼자 하는 편인가요? 

사람들이랑 같이 운동 할 때도 있지만 직업 특성상 제 몸을 잘 알고 있으니 혼자서 계획을 세워 할 때가 많죠. 혼자 사는 사람들은 몸을 잘 챙겨야 해요. 특히나 혼자 살면 레토르트식품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거나 운동도 게을리하는데 건강한 몸을 가져야 삶도 건강해지죠. 


트레이너다운 말이네요. 

정말이에요. 제가 몸을 가꾸는 일을 업으로 삼아서 하는 말이 아니라 자기 몸의 변화를 눈으로 목격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에요. 저도 과거 고도비만이었는데 살이 빠지고 몸이 건강해지며 자신감을 되찾았죠. 우리 오래 그리고 건강하게 살아야 하잖아요.


(위)제가 즐겨 찾는 도매시장이에요. 이곳엔 브로콜리가 정말 저렴해요. 이곳에서 산 신선한 재료로 음식을 해 먹는 거죠. 점퍼 비슬로우, 데님 팬츠 본인 소장품.(아래)커피 말고 주스를 좋아해요. 주스도 갈아내는 것보다 즙을 내 만드는 스퀴즈 음료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재킷 타임 옴므, 니트 톱 유니클로.  


혼자서도 건강하게 사는 법을 알고 있군요. 하지만 혼자선 죽어도 못 하는 것도 있어요? 

저는 딱히 없어요. 왜 혼자 사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에 난이도를 매기잖아요. 1단계 영화 보기, 2단계 혼밥 하기 뭐 그런 식으로요. 그런데 저는 혼자서 삼겹살도 구워 먹어봤어요. 오히려 둘이 있을 때보다 편하다는 생각이 든 적도 있고요. 


여자 친구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 말을 들으면 서운해하겠는데요? 

에이, 또 여자 친구랑 있는 건 다르죠. 하하. 저 여자 친구 정말 좋아해요! 


여자 친구는 어떤 면에 반해 사귀게 됐어요? 

음. 그녀는 저를 늘 있는 그대로 좋아해주는 사람이에요. 늘 제 기를 살려주기도 하고요. 과거에 저는 굉장히 가부장적인 사람이었는데 여자 친구를 만나고 완전히 바뀌었어요. 사람이 누군가로 인해 그렇게나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워요.


직업 특성상 여자를 많이 만날 것 같은데 여자 친구가 질투하진 않나요? 

하하. 의외로 그럴 일이 많지 않아 괜찮아요. 만약 그렇다고 해도 공과 사는 철저히 구분하는 편이니 그럴 염려는 없을 거예요. 여자 친구를 걱정시키는 일은 안 하고 싶어요.


여자 친구한테 해본 것 중 가장 로맨틱한 행동은 뭔가요?

하하. 그런 거 잘 못하는데 둘이 싸우고 여자 친구가 너무 속상해하면 꽃 사 들고 찾아가는 건 잘해요. 


오, 경상도 남자들은 그런 거 잘 못한다던데. 

그런가요? 저 여자 친구 만나고 완전히 변했다니까요.



 

(위)현재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어요. 새로운 그룹이나 단체에 들어가는 건 좋아하지만 막상 처음엔 관찰자가 되는 것 같아요. 그걸 깨려고 노력하고 있죠. 코트 세인트 제임스, 베스트·팬츠 파타고니아, 셔츠 시스템, 슈즈 솔로. (아래)전 와인을 자주 마시는데요, 특히 카베르네 소비뇽을 좋아해요. 안주도 직접 만들어 먹을 정도로 혼술을 즐겨 하죠. 팬츠 파타고니아, 터틀넥 카이아크만.


황철의 ‘나 결혼할래~’

29세, ㈜리앤컴 대리&대학원생, 혼자 산 기간 3년

 

혼자 살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서 나도 결혼하기 전 독립해서 혼자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장도 본가에서 꽤 멀었고요. 마침 사당이 딱 중간에 위치했고, 교통도 여러모로 편리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쪽에 자리를 잡았어요.


독립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 힘들거나 불편한 점도 있나요? 

오늘도 집에 불을 켜두고 나왔어요. 불이 꺼진 집에 들어가는 게 너무 싫거든요. 적막하잖아요. 또 야근하고 자정 넘어 들어왔는데, 빨래를 꼭 해야 하는 날이 있어요. 아무래도 혼자 살다 보니 가사까지 부담해야 한다는 게 제일 힘든 점이라 할 수 있죠. 


요즘은 혼술, 혼밥 등 ‘혼자 사는 라이프’가 대세잖아요.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전 그전부터 혼술을 즐겨 했어요. 그때만 해도 혼자 뭔가를 하려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죠. 이제는 자연스럽게 혼자 해도 괜찮은 분위기가 조성돼가는 것 같아요. 


현재 직장을 다니면서 대학원 공부도 병행하고 있어요. 일하랴 공부하랴 가사까지 돌보랴 굉장히 바쁠 것 같은데 여가 시간이 생기면  주로 뭐 해요? 

요즘엔 시험 기간이라 퇴근 후에도 공부할 때가 많아요. 시험이 끝나면 카페 같은 데 혼자 가서 책을 읽거나 멍 타임을 가져요. 남자들은 동굴 속에 들어갈 시간이 필요하다고들 하잖아요. 그 말에 엄청 공감하는 게, 한 번쯤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제대로 쉬는 기분이 들거든요. 


 

(왼)혼자 술을 마시다 보면 아무 생각 없이 딴짓을 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땐 다트를 해요. 짧은 시간 여기에만 집중할 수 있거든요. 코트 세인트 제임스, 베스트·팬츠 파타고니아, 셔츠 시스템.(오)주말에는 중학교 때 친구들과 함께 축구를 해요. 워낙 운동을 좋아하는 데다 오래 만난 친구들이라 호흡도 잘 맞아요. 모두 본인 소장품.


설마 연애할 때도 잠수 타거나 그러는 건 아니죠?

연애할 땐 절대 안 그러죠. 제가 또 여자 친구와의 의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대신 연애도 친구끼리 놀듯 편하게 만나는 걸 선호하죠. 오글거리는 로맨스는 드라마로만 봐야지, 제가 직접 하면 안 어울릴 것 같아요. 하하.


올겨울에 연애한다면 꼭 해보고 싶은 데이트가 있나요?

제가 드라마나 영화 돌려 보는 걸 좋아해요. 매년 가을에는 <만추>를 보고 봄이 되면 <노팅 힐>을 꼭 볼 정도죠. 이번 겨울에 여자 친구가 생기면 둘이서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을 정주행하고 싶어요. 우리 세대의 연애에 대한 현실적인 대사가 많은데 그걸 보면서 여자 친구는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해요. 


현실적인 걸 좋아하나 봐요. 결혼관이 궁금한데요?

결혼도 연애처럼 편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서로 투닥거리면서도 제일 친한 친구처럼 알콩달콩 사는 거죠. 혼자 사는 게 외롭다 보니 이제는 빨리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