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전아리의 에로스 단편소설 -첫사랑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달뜬 소년처럼 욕망이 차오를 때, 그 욕망을 채워줄 이가 곁에 없을 때, 문학이 당신의 빈자리를 채운다. 읽고 싶은 욕구 충만한 가을, 소설가 전아리가 그의 에로스를 담아 발칙한 단편소설을 보내왔다. | 러브,욕망,소설,전아리,에로스

오 년 만이었다. 민정은 이마 위에 팔을 얹는다. 며칠 전 어떻게 지내느냐는 한 줄의 문자메시지로 두 사람은 무려 오 년 만에 다시 만났다. 서로 사는 게 궁금했다는 이야기는 핑계였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저녁도 거른 채 마신 술 몇 잔이 화근이었을까. 아니다. 어쩌면 새로 산 속옷 세트를 맞춰 입고 나왔을 때 이미 이런 전개를 예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십 대 중반을 막 넘어섰을 때 만난 지훈. 그와 백 일이 갓 넘었을 때 시작했던 동거 생활. 두 사람은 사 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 계획을 짜던 도중 헤어졌다. 민정은 지훈의 가슴에 귀를 갖다 댄다. 건강히, 조금 빠르게 뛰는 심장. 여전히 탄탄한 두 팔뚝과 남자치고 유난히 깨끗한 피부. 오 년이 무색할 만큼 익숙한 체취. 두 사람은 오랫동안 입을 맞추었다. 사귀던 동안, 어느 시점에서부터인지 두 사람은 잠자리를 할 때 이외에는 키스를 하지 않게 됐다. 늘 부드럽게 민정의 몸을 탐하던 지훈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직 그녀의 가슴과 성기에만 손을 대곤 했었다. 그러나 오늘의 그는 어떠한가. 민정의 가느다란 턱선과 목덜미를 부드럽게 핥고 쇄골에 키스한다. 가슴골을 타고 내려오는 그의 입술과 허리에서부터 허벅지를 어루만지는 그의 크고 가느다란 손가락. 그는 민정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곳이 왼쪽 무르팍이라는 사실도 잊지 않았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혓바닥이 유연하게 그녀의 무르팍을 애무하기 시작했을 때 민정은 자신도 모르게 베갯잇을 움켜쥐었다. 그의 얼굴이 민정의 다리 사이로 파고든다. 두 살 연상의 지훈은 민정이 사귄 첫 남자는 아니었지만 그녀의 첫사랑이었다. 민정은 사랑이라는 것을 그에게서 처음 배웠다. 그는 늘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장마철이 되기 전에 우산을 선물해주었다. 주말이면 늘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기념일을 잊은 적이 없고, 사무실에서 시간이 나지 않을 때면 퇴근 후 자가용 보닛을 책받침 삼아 편지를 써서 주었다. 장거리 여행을 가는 동안 그녀가 본인도 모르는 사이 보조석에서 꾸벅꾸벅 졸아도 투덜거리거나 지루해하지 않았다. 민정은 그와의 첫 잠자리에서 너무나도 쉽게 오르가슴을 느꼈던 순간의 멍한 기분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의 혀끝은 아직 민정의 비밀스러운 부위를 잊지 않았다. 그녀의 입술이 벌어지며 신음 섞인 탄성이 흘러나온다. 자신도 모르게 허리가 들린다. 그는 때를 놓치지 않고 민정의 몸 안으로 들어온다. 군살이 붙지 않은 그의 허리에 민정의 두 다리가 감긴다.“그거 알아? 너랑 헤어지고 단 하루도 네 생각을 안 한 적이 없어.”그가 숨 가쁜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인다. 민정은 그의 팔뚝을 세게 움켜쥔다. 그녀 또한 그러했다. 그와 헤어지고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는 누구를 만나도 지훈과 비교를 했다. 그와 비교했을 때 더 나은 남자를 찾는 건 도저히 불가능하게 느껴졌다. 그때 조금만 덜 화를 냈더라면, 그날 한 번만 더 그의 뜻을 존중해주었더라면. 숱하게 많은 후회들이 세찬 바람에 섞인 모래알처럼 그녀를 후려치고 지나가곤 했다. “뒤로 하자.”민정이 말하며 몸을 일으킨다. 긴 머리카락이 등을 간질인다. 그녀는 침대에 두 손을 딛고 자신의 오른쪽 어깨너머로 지훈을 돌아본다.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잡은 그가 단단하지만 부드럽게 몸 안으로 들어온다. 여자의 몸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기억력이 뛰어나다. 지훈을 사귀는 동안 그가 일박 이일로 출장을 간 적이 있었다. 그녀는 그날 밤 뒤척이다가 혼자 팬티 안에 손을 넣었다. 절정에 이르는 순간 지훈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 이야기를 들은 여자 친구들은 까르르 웃어댔다. 혼자 할 때 남자 친구 얼굴을 떠올린단 말이야? 혼자 할 때만이라도 판타지를 좀 가져라, 야. 그녀들의 말대로 지훈과의 사랑은 판타지처럼 매 순간 믿기지 않을 만큼 황홀했다. 무엇보다 그녀가 좋아했던 건 그가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해 있을 때 먼 곳에서 그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며 느끼던 설렘이었다. 그를 만나는 순간의 설렘은 곧 그와 자고 싶다는 욕망으로 이어지곤 했다. 그녀의 엉덩이 언저리에서 그의 움직임이 빨라진다. 그의 것이 더 단단해지고 커지는 것이 느껴진다.“아직. 조금만 더.”민정이 신음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내가 올라갈게.”지훈이 눕자 그녀가 그의 몸 위로 앉는다. 두 손을 맞잡고 그의 팔이 주는 힘에 버티어 몸을 움직인다. “사랑해.” 보통 그녀는 남자가 섹스 도중 하는 사랑의 고백을 믿지 않았다. 기분이 좋기는커녕 김이 샜다. 그러나 지훈은 달랐다. 사랑한다는 그의 말은 그녀가 건널목에 다다른 순간 막 켜진 파란불과 같은 신호였다. 민정의 몸이 빠르게 앞뒤로 움직인다. 그의 몸이 더 이상 참기 버거워한다. 그녀도 마찬가지다. 허공에 미끄러지던 거친 숨소리와 신음이 방 안을 요란하게 메우는 그때. 낮은 그의 탄성. 민정은 입술을 깨물며 그의 손을 있는 힘껏 움켜쥔다. 맞잡은 손이 가느다랗게 떨린다. 그녀는 그대로 그의 몸 위에 풀썩 쓰러지듯 눕고 만다. 그의 넓은 품. 지훈이 뜨거운 팔로 그녀의 작은 몸을 껴안는다. “…좋았어.”그녀가 입술을 달싹이며 말한다. “여보, 뭐라는 거야.”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민정이 눈을 뜬다. “왜 이렇게 뒤척여. 잠 좀 편히 자자.”잠에서 깨어난 민정은 옆에 누운 남자를 본다. 이불을 끌어당기며 등을 보이며 돌아눕는 그는 남편 지훈이다. “나쁜 꿈 꿨어?”그가 잠에 잠긴 목소리로 묻는다. 결혼 삼 년 차. 연애 당시 그녀는 그에게서 사랑을 배웠었고 결혼을 준비하며 다투고 헤어질 뻔한 순간마다 그에게 배운 사랑으로 관계를 유지했었다.지훈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잇는다.“옆으로 좀 가. 너무 좁아.”민정이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자 그는 다시 잠에 빠져들며 빈 목소리로 묻는다.“무슨 생각해?”어스름한 침실 안에서 그녀는 천장을 올려다보다가 피식 웃는다.‘예전에 내가 정말 사랑했었던……남자.’abortion dc multibiorytm.pl abortion techniquesabortion dc multibiorytm.pl abortion techniqu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