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백가흠의 에로스 단편소설, 남자가 에로를 몰라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달뜬 소년처럼 욕망이 차오를 때, 그 욕망을 채워줄 이가 곁에 없을 때, 문학은 그 빈자리를 채운다. 읽고 싶은 욕구 충만한 가을, 소설가 백가흠, 황현진, 전아리와 시인 이이체가 그들 각자의 에로스를 담아 발칙한 단편소설을 보내왔다.::에로, 소설, 단편소설, 백가흠, 러브,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 에로,소설,단편소설,백가흠,러브

 “그러니까 그런 곳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남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거지요. 가족이 없거나, 애인이 없는. 굳이 그곳에 가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들이 드나드는 거죠. 그곳에 그냥 가는 남자들은 그리 많지 않아요. 가족이 있거나 애인이 있는 사람들이 그런 곳엔 갈 이유가 없으니까요.”현지 가이드 김의 설명을 들은 후에도 사업차 온 다섯 명의 한국 중년 남자들은 막무가내였다. 그들의 그리스 여행 명목은 그리스에 대한 사업 투자 시찰이었지만 부동산과 관련해서 몇 군데 돌아본 관광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내, 여행을 일 년이면 열두 번도 가는 사람인데 말이다. 이렇게 재미없고 별 볼일 없는 데는 처음이다 말이다. 도대체 뭐꼬? 좋은 데 델다주라고 가이드 썼드만 델고 가는 기 전부 돌멩이밖에 없는 데 아이가.” “어이, 김 선생은 왜 그렇게 눈치가 없어. 에로 영화 한 편 찍자는데. 남자끼리 이런 데 오면 뻔한 거지. 아니 막말로 유흥업소 같은 데 우리 데려가고 그래야 커미션도 좀 먹고 그런 거잖아.”“사장님, 유흥업소에 손님들을 데려가도 제가 따로 받는 커미션은 없습니다. 이곳에 그런 음성적인 관계는 없어요. 그건 범죄라고 생각해요. 이곳에선 범죄라고요.”“뭘, 동남아 가니까 죄다 그렇던데.”김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현지 가이드 김은 그리스에 고대철학사를 공부하러 왔다가 학위를 따고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리스 여인을 만나 아이 둘을 둔 그는 평소엔 아내와 함께 작은 아시안 푸드 식당을 운영했는데, 아주 가끔 한국에서 온 여행객들을 위해 현지 가이드 일도 병행했다. 여름이 되자 그는 가게에 사람을 고용하고 자신은 본격적으로 현지 가이드 일에 뛰어들었다. 그리스·터키 여행 커뮤니티 사이트에 자신을 소개하고 연락을 기다리자 의외로 많은 사람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여름 시즌이 시작되고 한 주도 쉼 없이 계속 일이 들어왔다.“원하시면 모셔다드릴 수는 있지만 제가 그 이상 도와줄 수 있는 일은 없을 겁니다.”“그래, 우리가 장사 한두 번 하나? 이 사람이 이제야 우리 말을 알아듣네그려.”오랜 실랑이 끝에 한국 중년 남자들은 가이드를 따라나섰다. 김은 남자들의 현지 가이드를 맡은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가치관과 생각하는 것이 너무 달랐고, 또 그들은 타인의 충고나 얘기를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매일 저녁을 한인 식당에서 먹었는데, 가이드는 그리스에 여행 와서 한국 음식만 먹는 게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그거 수불라키? 고기를 꼬챙이에 꿰서 빵에 싸 먹는 게 뭐 대단한 음식이라고 그래.”“그리스 음식이 그것만 있는 건 아니에요. 고기를 많이 먹긴 하지만 요리 방법도 다르고요. 여행 오셨으니까 먹는 여행도 해보시면 어떤가 하는 거예요.”그들은 김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매일 저녁 소주에 한국 음식을 먹었다. 그리스 와인이 싸고 맛이 좋다고 권하자, 와인은 칠레산이 최고라며 그의 말을 부정했다.“가이드 양반이 그리스 식당 데려가면 커미션을 얼마나 먹는지 모르지만, 그거 우리가 줄게, 그냥 우리 하자는 대로 합시다. 마음 같아서는 세 끼니 모두 한국 음식을 먹고 싶은데, 그냥 한두 끼는 참는 거라고요.”“말씀드렸듯이 커미션 같은 거 없어요. 한국 식당이 터무니없이 비싸고 그리스 현지 식당에 비해 서비스가 그리 좋다고 할 수 없어서 말씀드렸어요.”한인 식당은 그런 한국 사람들, 꼭 한국 음식을 먹어야만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기 때문에 서비스가 엉망이고 비싸기만 했다. 그 식사 비용이면 아테네에서도 근사한 레스토랑을 갈 수 있기 때문에 한 말이었는데, 괜히 무안함만 되돌아왔다. 그들을 안내하는 사흘 내내 이런 일이 순간마다 반복되었다. 김은 그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오히려 자기가 이상한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클럽 에네아는 시그루 길에 있는 스트립 바였다. 성매매가 합법적인 그리스라서 에네아같이 성을 드러내놓고 사고파는 곳이 많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런 곳이 큰길가에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드러내놓고 장사를 했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성매매 유흥이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음성적으로 존재하며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는 것과는 달리 그리스에서는 문을 활짝 열어놓고 누구든 그곳을 드나들 수 있게 만들었지만, 그 규모가 크지 않고 그곳을 찾는 남자들도 그리 많지 않았다.김은 그들을 클럽 앞에 내려주고 자기는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아니, 여기까지 와서 우리보고 어쩌라는 거요? 데려왔으면 안내를 해줘야지. 말도 안 통하는 사람들만 남겨놓고 가면, 한국 인심이 아니지.”그들은 김을 차에서 억지로 끌어내렸다.중년의 남자들은 조금 들떴다. 며칠간 아테네와 근교 유적지를 다닐 때와는 표정이 달랐다. 클럽 에네아는 스트립쇼보다 성매매가 목적인 곳이었다. 비키니를 입은 여자들이 돌아가면서 봉을 잡고 간단한 쇼를 했고, 마음에 드는 여자들을 남자가 고르는 식이었다. 문제는 김이 그 모든 과정을 통역해야 하고, 성매매 흥정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중간에 김은 여러 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지만 남자들은 그를 억지로 잡아 앉혔다.“그냥 시키는 대로나 하쇼, 제발.”김은 그제서야 자기가 왜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오랜만에 기억해냈다.“저는 윤리관이나 가치관도 없어야 하는 겁니까?”김이 결국 한마디를 뱉었다. 하지만 이내 시끄러운 음악과 아름다운 여인들의 미소에 묻히고 말았다.클럽 에네아의 여자들은 불가리아,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같은 동구권부터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같은 곳까지 다양한 곳에서 왔다.여인들은 봉을 타며 봉에 입 맞추고 다리 사이에 봉을 끼우고 거꾸로 매달렸다. 남자들은 여자들이 타고 붙잡고 있는 봉이 마치 자기의 페니스라도 되는 듯 흥분했다. 하지만 그 착각은 쇼의 일부분이었고 대부분의 남자는 여자들을 감상하며 맥주를 마시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한국의 중년들은 달랐다. 성을 팔기 위해 다가온 여자들에게 전해달라는 말은 차마 전할 수 없는 저속한 말이었다. 김은 어느 순간 입을 다물었다.“한국 같았으면 말이야. 당신, 큰일 났어. 고용해서 돈 주고 일을 시키는데 말이야. 하라는 대로 하기는커녕 매번 토를 달고 말이야. 서비스업은 자기가 종이라고 생각하고 해야 성공하는 거라고. 알았어?”인상을 쓰고 있는 김에게 무리 중 한 남자의 충고가 이어졌다.“지금 올라온 여자 예쁜데? 진행자가 뭐라는 거요?”대수롭지 않게 다른 남자가 화제를 바꾸었다. 김이 무대 위를 바라보았다. DJ가 이탈리아에서 온 줄리아를 소개하고 있었다. 짙은 검은색의 머리는 허리까지 늘어뜨렸고 그녀의 진갈색 눈은 깊었다. 미소는 청포도를 씹었을 때 느껴지는 그런 것이었다. 클럽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스물다섯의 아가씨라고 했다. 연기를 전공한 배우라고도 했다. 이탈리아나 그리스의 경기가 나쁘지 않았다면 절대 이 무대에서 볼 수 없었을 여자라는 말도 덧붙였다. 줄리아의 몸매는 완벽하다고 할 수 없었으나 그녀가 보내는 미소와 깊은 눈동자는 남자들의 시선을 압도하고 있음이 분명했다.“저 여자로 하겠다니까. 얼매면 되는 거요? 뭐라고 하는지 좀 말해주소.”김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들을 둘러보았다.“뭐라고 하냐면요. 당신들, 모두 엿이나 먹으랍니다. 돈 있다고 외국 와서 꼴값이나 떠는 당신들, 이제 그만 그렇게 당신들이 자랑해 마지않는 한국으로 꺼지랍니다.”김은 테이블 위에 하루 치 남은 가이드 요금을 던지며 돌아섰다.“이봐, 그냥 가면 어떡해? 우리 호텔 주소 알아?”“몰라 어떻게 돌아가나, 이제. 하여튼 한국 놈들은 저래서 안 돼.”“남자가 에로를 몰라.”클럽 에네아를 나서는 김의 등 뒤에 한국의 중년 남자들이 던진 말이 악착같이 따라붙었다.abortion dc multibiorytm.pl abortion techniqu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