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황현진의 에로스 단편소설 -아이스크림 드실래요?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달뜬 소년처럼 욕망이 차오를 때, 그 욕망을 채워줄 이가 곁에 없을 때, 문학은 그 빈자리를 채운다. 읽고 싶은 욕구 충만한 가을, 소설가 백가흠, 황현진, 전아리와 시인 이이체가 그들 각자의 에로스를 담아 발칙한 단편소설을 보내왔다.::에로, 소설, 단편소설, 황현진, 러브,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 에로,소설,단편소설,황현진,러브

 한나의 애인은 직장 상사들과 술을 마시는 중이었다. 퇴근 후 바로 그녀의 집으로 오겠다던 애인은 좀 늦을 것 같다는 문자 뒤로 연락이 없었다. 1박 2일의 짧은 휴가를 떠나기로 한 약속 따위는 잊은 게 분명했다. 참다못한 한나가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벌써 자정이었다. 애인은 한참 만에야 혀가 꼬부라진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왜 전화를 늦게 받아? 왜 안 와?한나가 연이어 물었다.내일 운전할 수 있겠어? 도대체 어디야?그는 대답 대신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내가 불편해?애인은 대답하지 않고 코웃음을 쳤다. 한나는 왜 웃냐고 따지듯 물었다. 네가 불편한 건 아닌데, 네 전화는 불편해. 헤어져. 애인은 또 한숨을 내쉬었다. 한나는 복수하듯 먼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거 알아? 나 오늘 너한테 전화 한 통 했어.애인은 아무 말이 없었고, 한나는 그의 침묵이 헤어지자는 말에 대한 동의라고 받아들였다. 혹시나 싶어서 기다렸지만 애인은 날이 밝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연애 경험이 적지 않은 남자들에겐 돌아갈 곳이 많다. 애인을 기다리는 몇 시간 동안 한나가 깨달은 것은 그뿐이었다. 그는 술에 취하면 혼자서는 도저히 잠을 못 자는 부류였으니까. 한나는 캐리어에서 그의 짐을 모조리 빼냈다. 한결 가벼워진 캐리어를 끌고 집을 나섰다. 폭우가 쏟아졌다. 관광객들이 비를 피해 모조리 빠져나갔다. 파도가 몸을 크게 일으키며 해변으로 달려들었다. 주위는 삽시간에 어두워졌다. 비는 맞을 만했다. 기껏 바다까지 와서 몸을 제대로 적시지도 못하고 돌아가야 되나 아쉬웠던 참이었다. 문제는 바람이었다. 금세 몸에 소름이 돋았다. 한나는 해변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간이 샤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좁은 처마 아래에서 시멘트 벽에 몸을 기대고 바다를 구경했다. 근처 솔숲에서 우우 바람 소리가 크게 들렸다. 강풍은 쉴 새 없이 몰아닥쳤다.저만치에서 커다란 아이스박스를 어깨에 멘 남자가 뛰어왔다. 샌들을 신은 발에서 찰싹찰싹 소리가 났다. 남자는 파란 아이스박스를 한나의 옆에 놓아두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물기를 털어냈다. 그 모습이 금방 목욕을 마친 커다란 개 같았다.아이스크림 드실래요?대뜸 남자가 물어왔다. 그러고 보니 한낮에 그가 해변을 돌아다니며 아이스크림을 팔던 게 기억났다. 다른 건 없어요?녹은 아이스크림과 녹지 않은 아이스크림이 있죠. 근데 혼자 왔나 봐요.친구가 없어서는 아니고요.그럼 애인이 없어서겠네요.한나는 까맣게 그을린 남자의 얼굴과 어깨를 살펴보았다. 오른쪽 어깨가 유난히 하얗다. 가방끈 모양이 고스란히 남은 채로. 안에 비키니 입었네요.남자의 시선이 한나의 어깨를 가리켰다. 비에 젖은 흰 티 아래 비키니 끈이 비쳤다. 비 그칠 때까지 나랑 놀아줄래요?대답 대신 한나는 풀어헤친 머리를 묶었다. 기다렸다는 듯 남자의 손이 한나의 허리를 감았다. 한나는 고개를 치켜들어 그를 마주 보았다. 남자의 젖은 머리칼에서 물방울이 떨어져 한나의 이마 위로 톡톡 내려앉았다. 뜨겁고 축축한 입술이 한나의 이마에 닿았다. 한나의 온몸에 돋았던 소름이 일순간 가라앉았다. 남자의 입술은 천천히 한나의 목덜미를 오르내렸다. 한나는 남자의 허리춤을 붙잡았다. 귓가에 남자의 숨결이 스치자 한나의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남자는 한나의 젖은 티셔츠 안쪽을 쓰다듬었다. 손은 등을 타고 올라와 비키니 끈을 만지작거렸다. 남자의 목덜미를 끌어안으며 한나는 그에게 바짝 몸을 붙였다. 남자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과 맞닿은 순간, 비키니가 스르르 흘러내렸다. 남자와 한나는 소나무 숲으로 뛰어갔다. 숲의 한가운데쯤 도착했을 때, 바람에 뒤집어진 텐트가 눈에 띄었다. 남자가 달려가 텐트를 바로 세웠다. 둘은 곧장 텐트 속으로 들어갔다. 텐트의 지퍼를 잠그자마자 바닥에 드러누웠다. 한나가 비에 젖은 청바지를 간신히 벗는 동안 남자는 순식간에 알몸이 되어 한나를 끌어안았다. 남자가 한나의 티셔츠 속으로 얼굴을 집어넣었다. 한나는 허벅지 안쪽을 건드리는 남자의 성기를 잡아 쥐었다. 두 다리로 그의 엉덩이를 포박했다. 텐트 안이 비린내와 열기로 가득 차올랐다. 바람 소리가 텐트를 뒤흔들었다. 한나는 눈을 감았다. 그가 이끄는 대로 몸이 흔들렸다. 축축하고 미끈거렸던 몸이 더욱 젖어갔다. 남자의 움직임이 빨라지자 한나는 더욱 다리에 힘을 주었다. 둘은 서로의 귓불에 대고 나지막한 신음을 주고받았다. 텐트의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한나의 두 손이 남자의 엉덩이를 움켜쥐자, 남자가 한나를 번쩍 들어 올려 더욱 깊숙이 자신의 몸을 밀어붙였다. 한나는 감았던 눈을 떴다. 남자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때였다. 남자의 등 뒤에서 그림자가 휙 지나갔다. 순간 한나의 몸이 얼어붙었다. 나오세요. 그만하시고 나오세요.그림자가 우산으로 텐트를 내려치며 말했다.남의 텐트에서 뭐 하시는 거예요. 당장 나와요. 남자는 그녀의 위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숨을 죽였다. 한나가 그에게서 몸을 빼내 청바지를 찾아 입었다. 바지는 자꾸 들러붙어 두 다리가 잘 들어가지 않았다. 남자가 한나의 다리를 붙잡고 억지로 청바지에 끼워 넣었다. 신발이나 벗고 들어갈 것이지, 텐트 밖에서 이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나가 남자에게 먼저 나가라고 손짓했다. 남자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텐트의 지퍼를 내렸다. 한나는 잽싸게 텐트 밖으로 튀어나갔다. 뒤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샤워장을 지나치는데 남자의 아이스박스가 보였다. 쪽팔려, 아 쪽팔려. 한나는 고개를 저으며 더욱 빠르게 달렸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쌌다. 핸드폰을 켜니 여러 통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어디야? 나 그리로 가고 있어.애인이었다. 그 순간,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우산으로 툭툭 내려치듯이.shot for alcohol cravings go naltrexone prescrip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