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 걸크러시 2 - 한혜연, 차유람, 정아름, 심상정, 정유정 | 코스모폴리탄 코리아 (COSMOPOLITAN KOREA)

스모키 아이로 무장한 강한 눈빛이 '쎈언니'의 조건일까? 코스모가 뚜렷한 자기 목소리와 묵직한 입김으로 불평등한 세계, 잘못된 관행을 불편하게 만드는 진짜 멋진 언니들을 만났다.::한혜연, 차유람, 정아름, 심상정, 정유정, 걸크러시, 비지니스, 비즈니스, 커리어 팁, 조언,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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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땐 상대방에 대한 애정과 진심을 담아 말해요" - 한혜연(스타일리스트)


요즘 ‘걸 크러시’가 주목받는 상황을 보며, 여성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을 체감하나요?

예전에는 저를 보며 ‘저 여자, 세다’라는 시선이 강했다면, 요즘은 “멋지다, 언니 삼고 싶다”라는 말이 들리는 것을 보면 흐름이 좀 달라진 것 같긴 해요. 여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이제야 그게 가능해진 것 같아 어이없긴 하지만 어쨌든 잘됐다고 생각해요.


패션업계에 종사하면서 여자이기 때문에 저평가된다든지, 원하는 말을 하지 못한다든지 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나요?

여자이기 때문에 커리어가 차별받는다든지 하는 부당함은 경험하지 못했어요. 사회 초년생일 때는 목소리를 낮춰야 할 때가 많았죠. 그런데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고 능력을 인정받은 후에는 제가 당당히 주장할 만한 것들에 대해 소리를 높일 수 있었어요. 물론 그때도 권리만 주장해서는 안 되고, 의무를 다한 뒤에 가능한 것 같아요. 투표도 안 하면서 정치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에요.


톱스타들에게도 멈추지 않는 사이다 화법으로 유명하죠.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하고자 하는 말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비결이 있다면요?

먼저 상대의 말을 잘 귀담아듣는 것이 중요하죠. 내 의견을 주장하기 전에 먼저 잘 듣고, 생각을 충분히 한 뒤 얘기하려고 해요. 겉으로 보기엔 툭 내뱉은 말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많이 생각하고 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화법이 강하더라도 상대방이 그 속에서 진심을 느끼고 오해를 하지 않죠.


코스모 독자들에게 ‘걸 크러시’ 룩을 제안한다면 어떤 것을 추천해주고 싶나요?

너무 섹스어필하는 룩보다 매니시한 느낌으로 연출하는 게 좋아요. 각이 딱 떨어지는 슈트에 미니멀한 디자인의 톱을 가볍게 매치하고, 스틸레토 힐을 신는 식으로 믹스매치하면 시크하고 매력적인 걸 크러시 룩을 완성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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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하지 말고 몸을 먼저 움직이세요" - 정아름(트레이너 겸 작가)


요즘 가장 대세라는 ‘운동하는 여자’죠?

정확히 말하면 매일 운동하면서 운동에 관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사실 몸, 사람의 움직임, 건강에 대해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는 게 제 꿈이었거든요. 제가 겪은 몸 이야기는 저만이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몸매가 좋든 아니든, 운동을 잘하든 아니든, 앞으로도 계속 저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려고요.


여성을 상품화한 대회인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지 않았나요?

미스코리아 대회가 여성의 외모를 평가하는 대회라는 건 인정해요. 하지만 상관없어요. 전 외모가 중심이 되는 콘텐츠가 아닌 운동 본연의 콘텐츠를 공유하려는 거니까요. ‘몸무게’가 아닌 ‘라이프스타일’이 중요하잖아요.


운동하는 진짜 이유가 뭐예요?

전 최대한 오랫동안 일하고 싶고, 열심히 여행 다니고, 나이가 들어서도 뜨거운 사랑을 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내 안의 에너지가 충분해야 해요. 나이가 들고 기운이 없어지면 삶의 질이 떨어져요. 하지만 운동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파이팅이 넘치죠. 그래서 하는 거예요.


요즘엔 남자들도 운동하는 여자를 좋아하는 추세지만, 근육 있는 여자에 대해 손사래 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여전히 “여자는 야리야리해야 예쁘지, 여자가 근육 있고 그럼 못써”하는 남자들이 종종 있어요. 전 그런 얘기도 담담하게 받아들여요. 그런 사람의 생각을 바꾸려 하지도 않죠. 왜냐하면 전 제 삶에 굉장히 만족하고 자신감도 높거든요. 그래서 그런 말이 상처가 되지 않아요. 어차피 그 사람들로 인해 내 삶이 변할 것도 아닌걸요.


외모나 몸매 때문에 자신감이 부족한 여자들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조언을 듣기 전에, 계획을 하기 전에 먼저 움직이세요. 상황과 환경이 바뀌지 않는데 조언 한마디가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변화를 바란다면 막연한 생각을 변화시키려 하지 말고 눈에 보이는 걸 바꾸려고 노력하는 게 정답이에요. 가령 미용실에 들른 날엔 평소보다 자신감이 생기잖아요. 눈에 변화가 보여야 자신감이 붙고, 자신감이 붙어야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요. 먼 미래를 바라보지 말고 오늘 하루를 에너지 넘치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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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을 갖고 싶다면 그 위치에 오를 때까지 인내하세요" -차유람(당구 선수)


테니스 선수였던 차유람 씨를 당구의 세계로 인도한 사람이 아버지라는 일화를 들었어요. 되게 신기해요.

아버지도 특이하셨지만, 저도 특이한 애였어요. 공부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았고,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 전혀 엄두도 내지 않는 걸 해보고 싶었거든요. 마침 아빠가 ‘당구’를 권하셨죠. 해보니 제 성격과 의외로 잘 맞았고요.


어떤 점이 잘 맞아요?

폐쇄적인 성향이 있어 혼자만의 세계를 갖는 걸 좋아해요. 당구는 개인 종목이니까 저의 그런 성격과 잘 맞았죠. 성격이 직업의 영향을 많이 받잖아요. 당구를 시작한 뒤로는 그런 성격이 더 극대화됐어요.


선입견, 쑥덕거리는 말이라면 이골이 났을 것 같아요.

그렇죠. 당구 선수의 길에 들어선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어요. “실력은 없는데 얼굴만 예쁜 선수”라는 말 때문에 힘든 시간이 있었어요. 어렸을 땐 아직 때가 아닌데 너무 빨리 알려져서 속상하기도 했고요.


그런 말 때문에 쓰러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제 앞에 있는 거겠죠?

저는 도리어 그런 말을 자극제로 삼았어요. 어차피 운동선수에겐 훈련을 열심히 하게 만들어줄 계기가 늘 필요하니까요.


스포츠 선수로서 차유람의 강점은 뭐예요?

정신력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근성이 좋다, 순간적인 집중력이 좋다”…. 근데 타고난 건 아니고, 억지로 능력을 키운 케이스예요. 다른 선수들보다 몇 배 이상 훈련을 했으니까. 어깨가 탈이 나고 척추측만증이 생길 정도로 열심히 했어요.


할 말이 있을 때 눈치 보지 않고 하는 성격이에요?

아니요. 말을 아끼려고 해요. 운동 선수들은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해요. “선수는 결과로 말한다.” “얼굴만 예쁘고 실력이 없다”라는 비아냥을 들을 때마다 저는 성적으로 보여주려고 했어요. 자기가 속한 분야에서 제 목소리를 내고 싶다면 영향력이 있는 위치에 올라가면 돼요. 그런 위치를 갖기 위해 때론 침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회의나 슬럼프는 어떻게 깼어요?

너무 많아 특정한 케이스를 꼽기가…. 하하.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결과’만이 슬럼프나 회의로부터 저를 구제해주는 것 같아요. 좋지 않은 결과가 저를 좌절하게 했다면 좋은 경기 결과가 저를 슬럼프에서 다시 건져주죠.


몇 살까지 당구를 할 생각이에요?

글쎄요. 공이 안 보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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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당당하게 여성의 목소리를 내야 하죠" -심상정(정의당 상임대표)


평소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모습으로 많은 여성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여성들을 위해 여성 정치인으로서 어떤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나요?

현재 우리나라 정치계에는 여성이 매우 희소한 상황이죠. 국회의원 300명 중에 여성은 불과 18%밖에 되지 않거든요. 그리고 그 소수의 여성 정치인들마저도 남성 중심의 정치 문화에서 여성으로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우선적으로 제가 국회에서 하려는 것이 ‘여기 여성 정치인이 있다’는 것을 단호하게 보여주는 거예요. 그리고 동시에 “저기 우리 여성들이 있다”라고 소리를 내는 거죠.


여성 정치인으로서 자기만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펼치는 것이 두려운 순간은 없었나요?

오랫동안 노동운동을 하면서 느낀 것이, 노동운동 역시 남성 중심인 경우가 대다수여서 여성들에게 아주 중요한 문제임에도 항상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는 거예요. 거기서 그대로 다수의 남성 힘에 밀려 포기하면 여성들은 영영 자신을 지킬 수 없게 되죠. 그때 제가 터득했죠. 진짜 옳은 일이라면, 소수의 목소리를 조직 내 사회에 각인시켜야 한다는 것을. 타인의 시선에 굴하지 않고 정의에 대한 올바른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는 훈련을 평소에도 해왔기 때문에 두렵지 않아요.


2535 여성들이 직장이나 사회에서 부당한 상황에 놓이게 될 때, 그렇게 당당하게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당한 현실에 대해 단호한 목소리로 용기 있게 맞서야 해요.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자기 스스로 당당해져야 합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존감을 가지고 있어야 나의 길을 가로막는 것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죠.


앞으로 ‘저기 우리 여성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계획하는 정책이나 방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당장 급하게는 ‘여혐’(여성 혐오)을 뿌리뽑기 위한 폭력 방지법, 스토킹법 등의 법률 마련과 단기 계약, 비정규직 등을 없애 여성들이 고용과 임금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시정하는 제도를 검토하고 있어요. 또한 여전히 여성의 짐으로 치부되는 출산과 육아에 대해 전적으로 국가가 책임질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의 삶에 실질적인 힘이 되는, 변화를 줄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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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뭘 원하는지 알고, 그것에 자기를 던지세요" -정유정(소설가)


문학계는 그 어떤 세계보다 보수적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듣는 “여자가~”로 시작되는 말이 있겠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들이받고 할 말이 있으면 직선적으로 해요. 그러면 이래요. “여자가 좀 부끄러움도 있어야지. 너무 드세, 뻔뻔해.”


뭐라고 대꾸하세요?

그런 말엔 크게 개의치 않아요. 인간적 특성일 뿐이라고 치부하죠. 그 대신 작가로서 모욕감을 느끼는 말을 들었을 땐 바로 표현해요.


어떤 말이 모욕적이에요?

영화를 노리고 소설을 쓰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나는 내가 소설가라는 사실에 굉장히 자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거든요. 소설은 인간, 삶, 세계를 한계 없이 은유한다는 점에서 이야기 예술의 본령이에요. 나는 그 ‘본령’에 종사하는 사람이고요.


히말라야와 산티아고 트레킹, 꾸준한 운동 등, ‘쓰기’를 위한 정유정의 물리적인 노력은 매우 도전적이고 성실해요. 이유가 뭐예요?

체력이 있어야 이야기를 만들어요. 산 정상에서 호랑이를 때려잡아야 하는데 힘이 없으면 옆으로 돌아가잖아요. 호랑이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죠. 갈등을 피한다는 뜻이에요. 그럼 이야기는 지루하고 재미없어져요.


다음 작품을 위해 존 뮤어 트레일(해발 3,000m 이상, 358km 길이의 산악 코스)을 걸을 예정이라고 들었어요. 왜 자꾸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넣죠?

새로운 세계를 받아들이려면 이전 세계의 모든 것과 이별해야 해요. 내가 내 안에 뭔가가 많이 채워져 있는 채 또 집어넣고 우겨 넣으면 몸이 아프더라고요. 그 뒤로 비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떠나 있는 시간 동안 철저히 혼자 지내면서 저 자신과 만나요.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는 비결이 뭘까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유의지예요. 내가 뭘 원하는지 알고, 그걸 위해 나를 다 던질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돌아오는 결과는 내 선택이므로 받아들여야 하고요. 작가로서 공모전에 열한 번 떨어졌어요. 저라고 패배주의나 회의 같은 게 왜 없었겠어요? 그럴 때마다 스스로 물어봤어요. ‘나는 작가가 되고 싶은가? 글을 쓰고 싶은가?’ 전자는 직업, 후자는 자유의지에 대한 질문이에요. 결과가 무엇이든 글을 쓰는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끊임없이 물었죠. 나는 자유의지로 글을 쓴다고 답을 내렸어요. 그래서 흔들리지 않고 견딜 수 있었어요.


당신이 스스로 ‘신인’이라고 명명한 10년이 지났어요. 다음 숙제는 뭔가요?

일정 간격으로 일정 수준의 소설을 내놓아야 해요. 소설가는 새롭게 자기를 갱신하지 않으면 비슷한 것을 변주하게 돼 있기 때문이죠. 자기의 주제를 갖되 매번 문학적으로 더 나아진 걸 보여주는 게 목표예요. 그래서 훗날 정유정이라는 이름을 언급할 때 “그 여자는 이야기꾼이었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으면 행복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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