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원한다면 작은 불편이나 어려움도 가볍게 넘기지 마세요"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남성 재직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IT 산업 분야에서 여성이 오랜 시간 커리어를 지속하기란 만만치 않다. 무수한 장벽을 뚫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IT 기업 네이버의 서비스 총괄 수장에 오른 한성숙 부사장을 만났다. 그녀가 전하는 한국 IT업계에 여성이 필요한 이유, 그리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기억해야 할 밀도 높은 조언.::혁신, 커리어, 멘토, 조언, 성공, IT, IT산업, 네이버, 한성숙, 한성숙 부사장, Naver, 여성 임원, 여성, 우먼 파워, 미래, 진로, 조직, 개발,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 혁신,커리어,멘토,조언,성공

문과 출신임에도 IT업계에서 일을 시작하고 경력을 쌓아왔습니다. 당시 관련 전공자가 아닌 여성에게 IT 산업은 지금보다 더 막연한 분야였을 텐데요, IT업계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원래는 출판사에서 일을 하고 싶었어요. 막상 입사 준비를 하려고 보니 공식 채용이 별로 없더라고요. 그래서 잡지 쪽으로 눈을 돌렸는데, 마침 신문에서 컴퓨터 잡지 기자 모집 공고를 봤죠. 그렇게 들어간 곳이 ‘민컴’이에요. 5년 7개월 동안 컴퓨터 산업 분야를 취재하면서 업계의 상황을 가까이에서 파악할 수 있었죠. 그 경험이 다음 그라운드의 발판이 돼준 것 같아요. IT 주변 산업인 컴퓨터 잡지에서 나눔기술, 엠파스 같은 IT 개발사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전직에 가까운 이직을 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기자로 일하는 동안 IT 분야의 많은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그중 최초의 한글 프로그래밍 언어 ‘씨앗’ 개발자와의 만남이 정말 흥미로웠죠. 한글로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거든요. 뭔가 다른 생각을 가진 집단으로 보였죠. 그 회사가 바로 나눔기술이에요. 그 개발자가 제게 회사의 홍보직을 제안한 것이 첫 이직의 계기였고요. 작은 스타트업 기업의 어려움을 온몸으로 겪으면서 고생을 좀 했지요. 그래도 좋은 경험이었어요. 이후 <PC 라인>이라는 컴퓨터 잡지의 창간 멤버를 거쳐 1997년 엠파스의 전신인 시티스케이프 팀에 합류했어요. NHN엔터테인먼트의 이준호 박사를 알게 된 것이 그 무렵이었는데, 그를 통해 ‘검색 엔진’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죠. 2년 후 네이버, 야후에 이어 종합 인터넷 검색 회사 엠파스가 탄생했고요. 사실 그 당시엔 ‘검색’ 하면 떠오르는 사이트가 엠파스였어요.  초기 몇 년 동안은 반응이 좋았죠. 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에요. 인터넷 기업은 계속 성장하지 않으면 도태돼버려요. 성장이 빠를수록 쇠락도 급격하죠. 리스크가 굉장히 큰 산업이에요. 요즘의 IT업계에는 그런 일이 더 비일비재해요. 천문학적인 액수의 투자금을 유치해 아이돌이 됐지만 그 이후엔 어떻게 더 확장하고 성장할지 몰라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사례가 부지기수죠.  인터넷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부터 현재까지 무려 27년 동안 업계의 진화를 이끌어왔습니다. 변화가 다이내믹하게 전개되는 분야인 만큼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아요. 오랫동안 일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음. 일단 미혼이라서? 일 외에 따로 할 일이 없는 게 중요한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하하. 사실 성향 자체가 새로운 것, 새로운 환경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대학교 때 친구들에 따르면 제가 늘 “심심하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대요. 심지어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도중에도 말이죠. 어떻게 보면 산만한 것이 꽤 큰 장점이 된 거 같아요. 저한텐 어제와 같은 방식으로 오늘도, 내일도 반복해서 일하는 게 더 어려워요. 네이버 같은 기업에 아주 특화된 인재군요. 하지만 개척 정신으로 무장해야 하는, 매우 불확실한 상황도 많았을 거예요. 그 과정에서 부딪힌 어려움은 없었나요? 어려움이 있었다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월급을 못 받고 불투명한 시간을 보낸 적도 있지만. 굳이 비결을 찾자면 일이 재미있어서? 저는 사람들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개념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흥미가 생겨요. 심지어 그게 현실화된 것이 아닌데도 말이에요! 그리고 기자로 오랫동안 일하면서 업계 이면의 실상을 지켜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졌던 점이 도움이 됐어요. 사람들은 공대 출신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전혀 다른 업계의 일을 할 수 있느냐고 하지만 제가 하는 일은 콘텐츠를 만드는, 지극히 문과적인 일이에요. 그 기획을 펼치는 디바이스는 엔지니어의 영역이죠. 저는 지금도 엔지니어들이 하는 일을 모두 알지는 못해요. 다만 그들과 함께 일하는 법을 알 뿐이죠. 제가 네이버에 대해 들은 이야기 중 인상 깊었던 건 사내 분위기예요. 마치 커뮤니티처럼 일한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회의가 끝나면 1층에서 다 함께 맥주 한잔을 즐기는 문화 같은. 이런 문화가 IT 기업의 일반적 특성이라 할 수 있을까요? 대체로 그렇죠. 일단 대부분의 직원이 젊으니까요. 아무리 경력이 오래된 사람이라고 해도 20여 년 차가 최고령자예요. 그리고 대기업의 전통적인 조직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 거의 없어요. 이런 구조부터가 일반적인 회사와 다른 문화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가끔 대기업에서 이직해 온 사람들이 “회사 시스템이 왜 이렇게 중구난방이냐. 체계가 없다”라고 해요. 그럼 여기 사람들은 이렇게 대답하죠. “당신은 일 처리가 왜 이렇게 늦냐. 속도감이 없다.”  다른 업계가 잘 모르는 또 다른 특성이 있다면요? 잡지사에서 본격적인 IT 회사에 들어왔을 때 컬처 쇼크를 경험했어요. ‘아, 말이 완전히 통하지 않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죠. 예를 들어 미팅 약속을 잡는데 상대방이 “2시 57분에 봅시다”라고 하는 거예요. 처음엔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3시쯤 봐”도 아니고 57분이라니. 하하. 디지털화된 사람들, 0과 1이라는 언어로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숫자’로 사고하는 인재예요. 오죽하면 기획자,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대화하는 법에 관한 책이 나와 있겠어요.네이버는 특히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이 매우 독특하다고 들었어요. ‘작은 조직’이 핵심이에요. 그리고 구성원에게 분명한 직책과 책임을 주죠. 조직이 크고 조직원이 많으면 자기 위에 사람이 많다는 뜻이고, 그건 곧 ‘숨을 구석’을 의미하거든요. 그러다 보면 의견을 모으고 협의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일이 잘 안 되면 책임을 떠넘겨요. 제가 재작년에 서비스 총괄이사가 된 후 가장 먼저 추진한 일은 협업의 활성화예요. 독립적인 소규모 조직이 많으면 회사 분위기가 ‘무한 경쟁 체제’로 흘러가기 때문이죠. 같은 회사에서 경쟁은 효율적인 시스템이 아니에요. 프로젝트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려면 유관 조직이 계속적으로 협업해야 합니다. 그 협업 관계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성과에 대해 어떤 지분과 보상이 있는지 각 부서에 명확히 알려주죠.  10여 년 전부터 블로그 마케팅, 네이버캐스트 ‘우리 시대 멘토’, 웹툰과 웹소설, 근래의 네이버 주력 사업인 TV캐스트, 쇼핑, 페이 등 디지털 세계 안에서 유통되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어요. 이러한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나요? 저는 잡지 기자로 일했기 때문에 늘 사람들이 뭘 하고 사는지, 주말에 뭘 보고 싶어 하고, 뭘 먹고 뭘 읽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요. 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볼 수 있는 콘텐츠는 다 봐요. 특히 트렌드를 알려주는 대부분의 잡지를 챙겨 보죠. 대신 정독하지 않아요. 그럴 시간과 여력이 충분하지 않으니까. 목차만 봐도 충분한 정보나 실마리를 얻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런 콘텐츠를 만드는 기자, 편집자가 누구인지도 살펴봐요.  현재 네이버의 여성 임원 비율은 약 17%이고, 향후 30%까지 증원할 계획이라는 발표를 봤어요. 이런 흐름은 분명 IT업계가 여성의 강점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이야기겠죠? IT 산업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에요. 그래서 답이 없는데 답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자주 직면하죠. 대부분의 남자는 해결책을 찾기 시작해요. 정답이 없는 문제에서 정답을 찾으려고 하는 거죠. 반면 여자는 다른 방식으로 답을 만들어요. 이를테면 남자가 ‘이게 맞는 답일까, 틀린 답일까?’ 하고 고민하는 동안 여자는 ‘사용자가 이것을 좋아할까? 혹은 싫어할까?’를 생각하는 거죠.  또 하나는 여성 PC 사용자가 증가한 점이에요. 즉 남자들은 잘 이해 못 하는 사용자층이 두껍게 형성된 거죠. 최근엔 PC보다 모바일을 통해 인터넷을 사용하는 비율이 높아졌는데, 그중 다수가 여성이에요. 사용자의 패턴을 훨씬 잘 이해할 수 있는 여성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해진 이유죠. IT업계에서 고군분투하는, 혹은 미래에 IT 산업의 일원이 되기를 꿈꾸는 여성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퍼거슨 감독이  자서전에서 이런 맥락의 이야기를 했어요. “일적인 성취와 개인적 삶의 즐거움을 둘 다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은 판타지다. 자신이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인정하고, 잘하는 것에 좀 더 매진하라.” 저 역시 둘 사이에서 균형감을 찾으려고 애쓰다가 쓰러지는 사람을 많이 봤어요. 사실 둘 다 잘할 순 없잖아요? 한 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여성들도 프로야구 선수처럼 일에 임했으면 좋겠어요. 더 높은 타율을 낸 타자가 더 많은 연봉을 받는 논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거죠. 그러한 맥락에서 비롯된 처우를 ‘차별’이라는 카테고리에 넣어 바라보는 것은 조금 위험한 것 같아요. 스스로 동기부여 하기도 어렵고. 왜 운동선수가 더 좋은 성적을 위해 밤새 훈련하는 일은 칭찬받을 일이고, 직장인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야근하는 것은 흠으로 볼까요?그동안 결혼과 육아라는 시기를 거치면서 훅 사라져버린 여성 인재가 너무 많았어요. 앞선 이들이 부재하면 그 뒤를 따르는 여성 직원들이 탄탄한 구조 안에서 자리 잡기가 어려워요. 저는 훌륭한 여성 인재들이 이 업계에서 커리어를 지속하며 잘 버텨내길 진심으로 바라요.abortion dc multibiorytm.pl abortion techniqu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