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부터 남다른 <디어 마이 프렌즈>의 후일담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벚꽃이 막 피기 시작하던 지난 4월 초, 논현동의 스튜디오로 배우들이 한두 명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김혜자, 나문희, 윤여정, 박원숙, 고두심, 신구, 주현, 고현정… 이름만 들어도 어마어마한 이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5월 13일 첫 방송 예정인 tvN &lt;디어 마이 프렌즈&gt; 때문. 방송을 앞두고 배우들이 코스모와 함께 패션 화보를 촬영하고, 그 수익금을 자선 단체에 기부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 셀럽,셀러브리티,화보,배우,고현정

한창 드라마 촬영으로 바쁜 이들이 모두 모일 수 있었던 건 노희경 작가의 노력 덕분이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배우들을 한곳에 모을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하게 됐습니다”라며 노희경 작가는 이번 작품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가볍게 말했지만, 사실 이 조합 자체가 ‘시니어벤져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역대급 라인업이다. 드레스와 슈트를 갖춰 입은 배우들이 카메라 앞에 서자, 자연스럽게 포스가 묻어난다. 눈빛, 손짓 하나하나가 의미 있고 멋들어진다. 스튜디오에는 막 카메라의 맛을 알기 시작한 젊은 배우들이 아무리 따라 하려고 해도 쫓아갈 수 없는 깊이 있는 열정으로 가득 찼다.“마음은 늙지 않아요. 성숙해질 뿐이죠. 그래서 하루하루가 더 특별하고 아름답게 여겨진답니다.” &nbsp;-박원숙“젊음의 능력과 노년의 능력은 다르죠. 그 시기에만 할 수 있는 게 있고요.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었으면 해요.”-나문희우리 시대 어머니상을 보여주는 세 배우가 함께 포즈를 취했다.&nbsp;(박원숙)재킷 가격미정 제인송. 슬리브리스 톱 45만7천원 CH 캐롤리나 헤레라. 팬츠 가격미정 케이수 by 김연주. 목걸이 1백15만원 골든듀. 샌들 1백6만원 펜디.(나문희)드레스 72만8천원 루비나. 뱅글 1백27만원 골든듀. 반지 33만원 수엘. 스틸레토 힐 57만5천원 CH 캐롤리나 헤레라. 안경 본인 소장품.&nbsp;(김혜자)코트 가격미정, 시스루 드레스 가격미정, 셔츠 1백40만원대 모두 프라다. 스커트 1백10만원대 에스카다. 슈즈 37만9천원 헬레나 앤 크리스티.&nbsp;오랜만, 혹은 처음이라는 패션 화보 촬영을 마치고 배우들이 노희경 작가를 중심으로 모여 앉았다. 노희경 작가의 작품이 처음인 배우 김혜자와 오랫동안 그녀와 호흡을 맞춰온 나문희, 고두심, 윤여정 등이 이번 작품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하기 시작했다.“기존의 작품을 봐서 잘 알긴 했지만, 제가 하는 건 처음이라 친해지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촬영을 진행할수록 더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고요”라는 김혜자의 말에 나문희가 말을 잇는다. “노희경 작가는 사람 속을 들여다보는 재주가 있어요. 처음 그녀의 작품을 접할 때 감동을 정말 많이 받았죠.” 그녀의 얘기를 들으니 2008년 &lt;그들이 사는 세상&gt;에서 애틋한 모성애를 보여줬던 장면이 떠올랐다.한편, 2004년 방영된 &lt;꽃보다 아름다워&gt;에서 노희경 작가가 그리는 엄마의 이미지를 감동적으로 표현한 고두심 역시 이 작품에 대한 특별한 마음을 전했다. “전 사실 옛날부터 함께해온 분들과 같은 작품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아주 기뻤어요. 이렇게 모이는 것만으로 말이죠.”이번 드라마에 출연하는 멤버들에 대한 기대는 배우 고현정 역시 마찬가지다. “촬영을 하면서 순간순간이 아쉬울 정도예요. 이렇게 좋은 선배 배우들과 함께 일할 기회가 또 있을까 싶으니까요. 촬영하면서도 뭉클할 때가 많아요. 아까 촬영할 때도 주현 선생님 옆에 서 있는데 뭔가 새롭기도 하고,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고두심 선생님과 끈끈한 모녀 사이인데 그 대화만으로도 공감되는 게 너무 많아요. 아마 시청자분들도 ‘아, 나도 저런 말 우리 엄마한테 했었는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될 거예요.”처음엔 화자의 개념으로 시작했지만, 작품이 진행될수록 고현정이 맡은 배역은 어른들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는 중요한 캐릭터가 됐다.&nbsp;“&lt;디어 마이 프렌즈&gt;에서시골에서 같이 자란 동문들로 나오는 배우들은 오래전부터 끈끈한 인연을 이어온 사이라 더 특별하죠. 우릴 너무 베테랑으로 여기진 마세요. 그냥 연기를 하는 배우일 뿐이니까요.” -윤여정차가운 듯하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배우 윤여정의 아름다운 순간.&nbsp;재킷, 드레스 모두 가격미정 케이수 by 김연주. (왼쪽)뱅글 6백만원대 피아제. 스틸레토 힐 1백39만원 마놀로 블라닉. 팔찌, 반지 본인 소장품.노희경 사단이라고 불릴 정도로 배우들과의 인연이 각별한 노희경 작가는 어떤 이유 때문에 이렇게 배우들의 신뢰를 얻게 됐을까?“사실 처음에 만나면 그 배우의 장점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한 작품을 하고 나서야 장점과 단점이 보이더군요. 그래서 처음보다 다음 작품을 했을 때 배우들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제가 더딘 거죠. 보통 작가들은 배우 얼굴만 보면 장단점 분석이 된다는데, 전 한 작품이 끝나야 그게 제대로 보이니까요.”이렇게 사람을 들여다보고 오래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완성된 작품에는 인생에 대한 철학이 그대로 담겨 있어, ‘노희경 명대사’라는 주제의 블로그를 올리는 이들까지 생겼을 정도다.&lt;괜찮아, 사랑이야&gt; &lt;빠담빠담&gt; &lt;굿바이 솔로&gt; 등 예전에 방송된 작품을 지금 다시 반복해서 보는 사람이 많은 이유기도 하다. “사실 모든 건 철학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해요. 철학적 사유는 가치관의 문제로 이어지니까요. 그 가치관 때문에 우리가 다투고 사랑한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대사를 쓰게 되더군요. 하지만 이번 드라마는 달라요. ‘밥 먹어라’, ‘씻어라’ 같은 아주 일상적인 대사죠. 하다 보니 또 그게 재밌더라고요.”&nbsp;“알 카포네처럼 액션을 취해주세요!”라는 말에 카리스마 넘치는 포즈가 바로 나온 배우 신구와 주현.&nbsp;(신구)베스트와 슈트 50만원대, 셔츠 7만원대 모두 아르코발레노. 시계 5백만원대 태그호이어. 페도라, 보타이 스타일리스트 소장품.(주현)베스트 17만원, 셔츠 7만원, 팬츠 18만원 모두 아띠레. 재킷, 보타이 스타일리스트&nbsp;소장품. 페도라, 시계 본인 소장품.&nbsp;우리가 보기에 베테랑 중에 베테랑들이 모여 있는 드라마 촬영장이지만, 정작 이들은 베테랑이라고 불리기를 부담스러워한다.“박원숙과는 너무 오랫동안 알아온 사이라 서로 잴 것도 없죠. 근데 이번에 연습하면서 내가 ‘대사가 너무 입에 안 붙어’ 하니까 원숙이가 ‘언니, 내가 전화로 맞춰줄까?’ 그러더라고요. 그런 데서 출발한 우리의 호흡이 드라마에서 녹아날 것 같아요.”윤여정의 말에 옆에 앉아 있던 고두심이 그녀의 의견에 동의했다. “이렇게 나이 든 배우들이 한꺼번에 출연하는 드라마가 처음이니 걱정되는 건 있죠. 하지만 그만큼 재밌기도 해요.”신구와 함께 재치 있는 포즈를 취하며 촬영장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어준 주현 역시 같은 생각이다. 외국 영화에선 배우가 누가 나오는지, 누구와 누가 붙었는지가 작품의 포인트인데 우리나라 역시 연기가 무르익은 배우들이 어우러져야 더 멋진 작품이 완성된다는 것.&nbsp;“배우들 꿈이 이렇게 다 같이 훌륭한 역할들을 하는 거죠. 우리도 출연하면서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커요.”그동안 수많은 작품에서 각기 다른 캐릭터를 연기해온 그들이지만, 함께 모여 있어 더 특별하고 더 부담된다는 말에 모두가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수많은 채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요즘이지만, 이야기의 대부분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것이 사실이다.고현정 역시 이런 부분에서 &lt;디어 마이 프렌즈&gt;를 더 각별하게 여겼다. “시골에서 학교를 같이 다녀 동문인 어른들 사이에서 생활하면서 저 역시 철이 들어가는 캐릭터예요. 우리나라는 조금만 나이를 먹어도 엄마, 아빠 역할로 가죠. 진짜 어른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다는 것 자체가 좋았어요. 또 촬영을 시작하니 진짜 굉장한 프로들이라 서로 챙겨주기 바쁜 모습이 너무 아름답기도 하고요”라고 고현정은 이번 역할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nbsp;“어떻게 나이 들어야겠다고 마음먹거나 생각하는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다만 흘러가는 대로, 자신에 대해&nbsp;잘 알아가는 게 중요하죠.”-김혜자진짜 배우란 이런 모습이 아닐까?&nbsp;스팽글 재킷 가격미정 프라다. 드레스 가격미정 유돈초이. 반지 29만원 수엘.우리는 누구나 나이 듦에 대해 생각한다. 어떤 어른이 되고, 어떻게 좀 더 성숙한 사고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노희경 작가는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에서 관심이 시작될 수 있다고 전한다. “나이와 상관없이 캐릭터의 문제고 성격의 문제인데, 우리는 나이로 나누곤 하죠. 그러면서 편견은 더 견고해지고요. 이번엔 다 내려놓고 관찰하고 싶었어요. 누구가의 엄마이고, 아빠인 사람들을 24시간 쭉 관찰하면서 더 깊이 있게 보는 거죠. 거기서 오는 감동을 떠올렸어요. 포장하지 않은 모습, 그 자체로요.” 그리고 그 관찰적인 상황은 봄이라는 배경을 더해 일상적으로 표현된다. “노년의 남아 있는 열정을 담기엔 가을, 겨울보다 봄에서 여름이 훨씬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nbsp;이미 그 고민의 시간과 계절의 변화를 여러 차례 거친 배우들은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전한다. “젊음은 혼돈이에요. 지금은 정리가 됐지만 되돌아보면 혼돈이었어요. 그게 사실 맞아요. 젊은이들이 너무 점잖다면 젊지 않다는 거니까요. 젊은데 똑똑한 이들을 보면 정말 존경스러워요. 난 결혼에 대해서도, 직업관에 대해서도 별생각이 없었으니까요. 근데 배우라는 직업은 참 잘 택했다고 느껴요. 그리고 젊음의 혼돈이 있었기에 여러 아픔을 겪으면서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해요”라는 박원숙의 말에 함께 있던 배우들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맞아요. 그러면서도 자기 자리를 확고하게 지켜주는 것이 어른들의 몫인 것 같아요”라고 고두심이 이어받자, 신구가 특유의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모서리가 닳아서 없어지는 거죠. 그게 세월이고 인생이에요.”&nbsp;비록 지금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지만,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하나다. 있는 그대로,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젊음을 만끽하라는 것. “요즘 배우들은 환경이 좋아졌지만, 경쟁이 굉장히 심하죠. 기회가 제한적이니까요.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 부르고, 외국어도 잘하고요. 다양하게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윤여정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미 다들 너무 잘하고 있지만, 자기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게 좋죠.” 윤여정은 장범준의 ‘벚꽃엔딩’을 좋아하고, 김혜자는 촬영 중에 요요마가 연주하는 ‘리베라 탱고’를 들으며 깊이 있는 미소를 건넸다. 주현은 지난 주말에 본 영화 &lt;스윙보트&gt;의 케빈 코스트너 연기에 감탄한다. 함께 모여 옛날 얘기를 하면서도, 요즘 젊은이들 대단하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 진짜 어른들,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속에 와 닿았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 박원숙의 한마디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겉모습만 늙지 마음은 늙지 않잖아요. 성숙해질 뿐이죠. 그걸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난 오늘이 좋아요.”&nbsp;드라마 촬영장에서 서로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는 배우들은 화보 촬영장에서도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다. 멋지게 차려입은 모습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고, 카메라 앞에서 재치 넘치는 포즈를 취하는 이들의 모습에 스태프들은 감탄을 이어갈 수밖에. 촬영 틈틈이 &lt;디어 마이 프렌즈&gt;에서 각자 맡은 캐릭터에 대해 고민하고, 앞으로의 촬영에 대한 의견을 나누던 그들의 모습에서 진짜 베테랑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특별한 즐거움과 용기를 배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