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의 발견] 연극 <렛미인> 오승훈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뱀파이어 소녀와 또래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왕따 소년. 두 외로운 남녀의 가슴 아픈 사랑을 그린 연극 &lt;렛미인&gt;. 사랑의 정의에 관해 돌아보게 하는 이 공연의 히어로 배우 오승훈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렛미인>을 보고 난 뒤, ‘오스카’ 역을 맡은 오승훈 배우의 전작이 궁금해 검색을 해보고는 깜짝 놀랐어요. 이번 공연이 데뷔 무대였다니, 신인 배우일 거라고 믿기지 않더군요. 신인임에도 이렇게 큰 무대에 서면서 두려움은 없었나요?

연습 초반엔 정말 많이 걱정도 되고 두려웠어요. 제가 무대 위에서 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멈추지 않고, 실수 없이 공연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많았던 것 같아요. 연습 첫 주에 1막 연습을 모두 마치고, 처음으로 1막만 런 스루를 진행했던 날은 정말이지, 평생 못 잊을 것 같아요. 무대 연기가 처음이다 보니 1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멈추지 않고 연기 해본 건 태어나서 처음이거든요. 그날은 위가 뒤틀려서 저녁도 못 먹었어요. 하하. 하지만 존을 비롯해, 제스, 비키, 이지영 연출님, 그리고 다른 선배님들이 오스카에 더 가까워 질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셨고, 그 덕분에 자신감 가지고 작품을 대하고 오스카를 만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이지영 연출님이 해주신 말씀은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충분히 할 수 있고, 너 자신 자체로 충분하다. 그래서 너를 여기 데려다놓은 것이니 네 자신을 믿고 마음껏 펼쳐라’라는 말씀. 매일 공연에 올라가기 전에 그 말씀을 되새기고 올라가요. 덕분에 자신감을 많이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여전히 매번 무대에 올라갈 때 조금씩 두려움이 있지만, 이제는 그 두려움보다 설레는 마음이 훨씬 큰 거 같아요. 무대에 올라가기 전 그 떨림과 벅차오르는 기분이 참 좋아요.


첫 작품으로 이 공연을 선택한 이유가 뭐였나요?

연극 <렛미인>의 오디션 공고를 보고, 영화 <렛미인>을 봤어요. 영화 속에서 오스카가 너무 매력적이더라구요. 큰 충격을 받을만큼요. 그냥 그 순간부터 이미 오스카가 될 준비를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극 중에 ‘맨몸’을 보여주는 장면이 꽤 많아요. 체대 출신답게 근육질 몸매가 굉장히 훌륭해서 관객 입장에서는 좋았지만 배우로서는 부담이었겠어요. 특별히 몸매 관리를 위해 노력을 했나요?

상의 탈의 장면이 꽤 있었기 때문에 부담이 됐어요. 어릴 때부터 농구선수 생활을 오래해서 몸통도, 근육도 조금 크고, 두꺼운 편이에요. 그래서 근육을 없애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어요. 연습 기간 동안 매일 식단관리도 하고, 유산소 운동을 많이 했죠. 많이 빠지긴 했지만 사실 오스카는 근육을 더 많이 빼야 해요. 그래서 요즘도 계속 근육을 빼는 중이랍니다.


이번 극에서 연기한 오스카는 또래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결손 가정의 외로운 십대 소년이죠. 연기를 하면서 외롭지는 않았나요?

많이 외로워요. 매번 같은 상황을 연기를 하면서도 되게 서럽고, 외로움을 느낄 때가 많아요. 사실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오스카의 외로움이나 고독을 찾아가는 게 제일 어려웠어요. 고작 14살 소년이, 어쩌면 더 어렸을 때부터 또래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집에서도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면, 얼마나 혼자만의 세계와 생각 속에 갇혀있을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 외로움의 정도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많았어요.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결손가정의 소년 오스카가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를 처음 만나고부터, 그녀와 계속 마주치고,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용기를 얻고, 행복을 알고, 사랑한다는 감정을 배우기도 하는, 그리고 결국은 그녀와 함께하고 싶고, 지켜주고 싶어 같이 떠나게 되는. 이 극이 저는 오스카의 성장드라마 라고 생각이 들어요.


<렛미인>을 보며 인상 깊었던 점이 많았지만 가장 강렬하게 가슴에 남는 것이 극 중간중간에 전개되는 안무들이었어요. 관객 입장에서 그 장면에서 안무의 의미가 무엇인지 고뇌하게 보게 되었는데, 배우로서 그러한 안무들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준비했는지 궁금하네요.

<렛미인> 극 속에 등장하는 안무들은 전부 상황마다 인물들의 속마음이나 심리상태를 표현해주는 상징적인 것이에요. 초반에 오스카가 집에서 나와 나무를 찌르는 안무가 있는데, 소에 조니 일행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오스카는 앞에서는 말 한마디 못하고 집에 돌아와서 무를 조니라고 생각하며 항상 화풀이를 해요. 그런 자신이 힘이 세져서 강한 모습으로 조니에게 복수하고 싶어하는 오스카의 환상 속 모습을 표현한 거죠. 누구보다 그를 향해 강하게 말하고, 찌르고, 자신의 군대까지 형성해 왕의 용맹한 모습으로 조니에게 복수를 하고 싶은 오스카의 심정을 표현한 안무에요.


오스카가 엄마와 침대에서 누워있다가 선보이는 무용과 같은 움직임은 어떤 의미인가요?

엄마는 매일 술만 마시고 이혼한 아빠랑 전화만 하면 싸워요. 매일 맛 없는 인스턴트 음식을 주며 밥을 먹으라고 하고, 오스카가 애물단지인 양 함께 살아요. 오스카는 그런 엄마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자꾸 어긋나게 되고, 아들이니까 키우고 있는, 허덕이며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상황이 더 스트레스고 너무 힘든 엄마는 서로 다정하지도 못하고 온전히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모자관계에요. 하지만 모든 모자관계가 그렇듯이 이들도 엄마와 아들이라는 거, 아무리 밉고 애물단지여도 엄마와 아들이라는 거, 엄마는 자신의 현실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울 뿐 많이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는, 오스카도 속으로는 엄마를 많이 사랑하고, 또 그녀의 사랑을 너무 받고 싶어 한다는 그들의 마음을, 그들이 잠든 사이의 환상 속에서 보여주는 장면이에요.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오스카와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와의 사랑은 너무나 외로운 두 소년 소녀이기에 더 가슴 아프고 애절하게 느껴졌는데요. 배우로서 그러한 사랑을 연기하며 어떤 느낌을 받았나요?

친구 하나 없고, 집에서도 사랑받지 못하는 너무 외로운 오스카에게 일라이가 다가와줬다는 건, 엄청나게 큰 일 이라고 생각을 해요. 너무 낯설고 이상하지만 자꾸 얘기하고 싶고 설레요. 내 장난감에 관심을 가져주고 나의 상처를 걱정해줘요. 나의 아지트 사탕가게에 가서 같이 즐겁게 데이트도 하고. 단 한 번도 그래본 적 없는 오스카에게, 그 설레임과 즐거움은 정말이지 세상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을 만큼 큰 행복이었을 거예요. 그런 그녀가 남자일지라도 그녀를 좋아하고 사귀고 싶다고 할 정도니까요. 그런 그녀가 심지어 뱀파이어일 지라도 그녀를 사랑하고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니까요.. 지금 생각해도 너무 슬프네요. 정말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고독하고 우울하고 심심했을까. 그런 일라이가 떠나고 나서도 어떻게든 그녀를 느끼고 싶어, 혼자 안간힘을 쓰는 오스카의 모습이 저는 매번 너무 슬프고 서러운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렛미인>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나, 대사가 있다면 어떤부분인지 궁금해요.

1막 마지막 장면에 “오스카, 나 오늘 냄새나?”라고 일라이가 물었을 때 “난 상관없어. 그냥 니 냄새야.”라고 대답하는 대사가 있는데 그 대사를 제일 좋아해요. 일라이가 오스카를 만나기 전까지는, 몸에서 고약한 냄새가 많이 났거든요. 그래서 오스카도 일라이가 아직 낯선 초반에는 그 냄새를 되게 고약하게 느껴요. 그렇지만 서로 사귀기로 하고 난 다음에 이 말을 할 때, 그런 일라이일지라도 난 받아들이고 안아주고 싶다는 오스카의 예쁜 마음이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또 하나, 일라이가 떠나려고 나에게 인사를 할 때, 오스카가 너무 애절하게 “나도 너랑 같이 갈 수 있어”라는 말을 해요. 오스카의 그 아픈 마음이 연기를 할 때마다 가슴을 찌를 듯이 전해져와요.


연극 <렛미인>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팁을 준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요?

우리나라 연극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한 부분들이 많아요. 일단 암전이 거의 없어요. 전환도 빠르고, 한쪽에서 장면이 끝나면 바로 저쪽에서 또 다른 상황이 시작되고 있고 배우들이 연기를 진행하며 소품을 가져 나와 장면을 이어가고, 이러한 전환방식이 되게 신선하고 속도감이 있어서 잔잔하고 섬세한 이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일라이와 오스카가 만났을 때의 그 천진난만하고 너무 예쁜 둘의 이야기가 저는 아직도 보고 있을 때마다 너무 아름다워요. 그 둘이 주고받는 그 섬세하고 예쁜 마음들, 그리고 정반대로 뱀파이어의 본성을 드러냈을 때의 일라이의 충격적인 모습, 혼자만 너무 늙어버린, 하지만 여전히 일라이를 너무도 사랑하는 하칸의 가슴 아픈 사랑. 그들의 마음 하나 하나를 표현해 낸 안무동작들까지. 너무 아름다운 이야기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 다녀가셨던 많은 관객 분들이 너무 아름답고 신기해하셨던 마지막 장면이 예술이죠. 스포주의! 이건 말씀드릴 수 없어요!! 꼭 극장에 오셔서 확인해주세요. 하하.


info.

연극 <렛미인> 2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신시컴퍼니. 문의 1544-1555

뱀파이어 소녀와 또래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왕따 소년. 두 외로운 남녀의 가슴 아픈 사랑을 그린 연극 &lt;렛미인&gt;. 사랑의 정의에 관해 돌아보게 하는 이 공연의 히어로 배우 오승훈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