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 뷰티 코드!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응답하라 1988>을 보는 또 하나의 재미는 주위 언니들의 1988년도를 보는 것이었다. 높게 세운 봉긋한 앞머리와 여름만 되면 모두들 약속한 듯 바르던 하늘색 아이섀도에 대해 언니들의 회고는 멈출 줄 몰랐다. 그 어느 때보다 과장되고 화려했던 1988 시대, 너무 열심히 꾸며 너무 늙어 보이긴 했지만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만은 한가득이었던 때. 같이 좀 웃어보려고 코스모가 언니들의 추억의 앨범을 펼쳤다. | 1988뷰티코드,응답하라1988뷰티,복고뷰티,뷰티코드,코스모폴리탄

1.오현경의 배바지와 마돈나 스타일의 하이 포니테일!2.무려 노란 아이섀도를 바른 김희애.3.최진실은 딸기 우유 핑크 립스틱을 이때부터 발랐다. 4.투명 메이크업의 일인자 고현정도 당시엔 긁으면 자국이 날 듯한 베이스를 고수했다.정샘물인스피레이션 대표 정샘물 원장당시 메이크업엔 철저한 룰이 있었다. 다크하고 선명하게 똑 딴 립 라이너에 흑자줏빛이나 흙보랏빛 립스틱을 바르고 갈매기 눈썹에 최소한 3색 아이섀도를 눈두덩에 얹은 뒤 이 모든 컬러를 전부 돋보이게 하는 하이라이트 베이스를 바르는 식! 요즘 많이 하는 옴브레 컬러 립 메이크업을 보면 80년대 후반 트렌드가 떠오른다. 당시에도 이런 붉은 단풍잎 컬러의 또렷한 립스틱으로 입술을 화려하게 강조하곤 했다. 내가 담당해 가장 인기를 끌었던 룩은 90년대로 넘어가 이승연의 ‘나쁜 언니’ 콘셉트의 메이크업. 그 외에도 코코, 김지호, 김예분, 고소영 등이 떠오른다.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로 가면서 메이크업이 점차 내추럴해진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 메이크업 아티스트 류현정88학번이었던 나의 대학교 1학년 시절이 그야말로 생생하다. 일단 기본 패션은 ‘청카바’에 스노 진, 한마디로 청청 패션이었다. 지금이야 초내추럴 베이스의 달인이 되었지만, 그땐 나도 미네르바나 아르드뽀의 녹색 메이크업 베이스를 한가득 바르고 파운데이션과 파우더가 결합된 어마어마하게 두꺼운 투웨이 케이크를 목과 선명하게 차이가 나도록 얼굴에 떡칠하곤 했다. 당시 오현경이 땀과 물에 강한 투웨이 케이크라며, 물속에서도 끄떡없을 정도라는 카피와 함께 정말 물속에서 나오던 CF가 기억난다. <응팔>의 보라 같은 운동권 학생이 아니라면 여대생들은 모름지기 풀 메이크업이 정석이었던 시절. 조민수가 미네르바 광고에서 바르고 나오던 보라색과 골드, 꽃분홍이 섞인 4색 아이섀도 팔레트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내겐 남들에게 없는 보물이 하나 있었는데, 다름 아닌 지인이 기내 면세품으로 사다 준 엘리자베스아덴의 멀티 팔레트. 한 번에 8가지 색상의 아이섀도를 단 한 컬러도 빼놓지 않고 전부 발랐던 기억이 난다. 골드는 눈 앞머리에, 브론즈는 눈꼬리에, 전체적으로 핑크를 깐 뒤 보라색으로 포인트를 주고… 여기에 골드 립스틱을 바르고 주렁주렁한 귀고리까지 걸치면 완성. 2시간의 준비 끝에 외출을 하는데 집 앞에서 하필 엄마를 만나는 바람에 다시 끌려 들어가 울면서 화장을 지웠던 슬픈 추억이 있다. 민낯도 봐줄 만한 형편은 아니었다. 김혜수의 ‘성난 갈매기 눈썹’을 만들려고 눈썹의 반을 거의 다 밀어버려 정말 가관이었다. 부스스한 실크 터치 파마에 반토막 눈썹으로 아침 밥상머리에 앉으면 오빠가 여치 같다고 놀려대곤 했으니까. 포기할 수 없던 또 한 가지는 바로 립 라이너였다. 도톰하고 섹시한 입술을 만들기 위해 커피색 립 라이너를 (과장을 약간 보탠다면) 거의 턱에 닿을 정도로 그리고 갈치색 립스틱을 가득 채워 넣었다. 도대체 왜 컬러는 립스틱과 그렇게 차이가 나는 진한 걸 썼는지. 나도 그때 내가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 간다. 당시 마몽드에서 립스틱에 번호가 아닌 이름을 붙여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던 때였는데, 인디언 핑크 컬러의 ‘밍크 브라운’을 비롯해 새파랗게 질린 입술을 만들어주는 ‘미스티 퍼플’ 같은 컬러가 기억난다. 베니스에서 곤돌라를 타고 ‘산소 같은 여자’ 이영애가 뭔가를 찾아 헤매는 듯한 립스틱 광고의 칸초네 CM송이 아직도 귓가에 들리는 것 같다. 그땐 핑크도 맑고 선명한 핑크가 아니라 벽돌빛이나 그레이가 가미된 탁한 색이 인기였다. 아무튼 뭘 바르든 적벽돌색 립 라이너가 항상 함께했다는 것이 함정! ‘덕선이’의 친구처럼 과산화수소 염색에도 도전했었다. 과산화수소와 물을 1:1 비율로 섞어 머리를 감은 뒤 햇빛에 말리면 머리 색이 점점 밝아지는데 그 이후로 머리카락이 염소 털이 됐다. 풀 메이크업에 청청 패션을 하고 강의실 뒷자리에 앉아 상한 머리끝을 칼로 똑똑 베어내던 88년. 한 가지 분명한 건 당시의 내가 지금의 나보다 늙어 보였다는 거!순수 설레임점 헤어 스타일리스트 써니 원장,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덕 팀장<응답하라 1988>의 ‘덕선이’, 혜리의 룩을 담당해 당시의 뷰티 룩을 고증하면서 느낀 것은 “과한 것이 예쁘다”였다. ‘서양식’ 입체 메이크업이 미의 기준이었고 텍스처는 매트하고 라인은 볼드했다. 헤어 역시 볼륨, 즉 뽕이 살아 있는 것이 중요했다.  촬영 시 연출부에서 ‘고등학생 똑 단발’을 요구해 정말 귀 밑 3cm  일자 단발로 커트를 했는데, 촌스럽지 않고 예쁘다며 태클을 걸어와 몇 번을 다시 만졌는지 모른다. 1.‘이국적인 외모’로 인기를 끌었던 이응경.2.김혜수의 ‘성난 갈매기 눈썹’이야말로 당대 최고의 트렌드였다.3.하희라의 저 선명한 짱구 눈썹을 주목하라!<코스모폴리탄> 편집장 김현주89학번인 내가 새내기가 된 후 가장 신경 쓴 부분은 헤어스타일. 선배들이 “얘의 힘은 머리에서 나오나 봐”라고 이야기할 만큼, 나의 대학 시절은 한마디로 다양한 파마의 실험기였다고 할 수 있다. 탱글한 웨이브를 강조한 일명 ‘뽀글이 파마’가 내 시그너처 스타일이었는데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2>의 뉴욕에 막 도착한 80년대 캐리 스타일에서 윤시내의 이집트 여인형 파마로, 영화 <플래시 댄스>의 제니퍼 빌즈 스타일로 변신하는 식이었다. 두세 달이 멀다 하고 각종 웨이브를 시도한 결과 남은 건 마론 인형처럼 거칠어진 머릿결. 하지만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거리로 나서는 순간 또 다른 인생이 펼쳐질 것 같은 기대가 들어 파마에 대한 열정을 버릴 순 없었다. 메이크업도 평범친 않았다. 당시엔 일단 화장을 하면 확실히 ‘변신’했다는 느낌을 주는 게 중요했다. 레드 립스틱을 라인까지 강조해 바르는 동시에 연둣빛 섀도로 눈매를 밝히고, 눈썹을 진하게 정리하는 등 포인트를 얼굴 여기저기에 주는 식! 심지어 콧대를 세우는 입체 화장까지 하던 때였다. 매일매일 다채로운 컬러의 립스틱을 시도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데, 하다 하다 옐로 립스틱까지 써봤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대대적인 인기를 누린 건 역시 ‘벽돌색’ 립스틱. 2015년 팬톤에서 선정한 가장 주목받는 컬러였던 마르살라 립스틱은 당시엔 아마 다들 하나씩 가지고 있었던 색일 거다. 숙성된 와인, 연한 버건디, 빛바랜 장미꽃잎 색이라 설명되는 이 ‘갈색’ 립스틱을 바르는 순간 성숙하고 페미닌한 여성으로 변신하는 그 기분이란! 여기에 네일까지 직접 여러 가지 컬러로 나만의 ‘트렌디 룩’이 완성됐다. 거의 분장과 화장의 중간 정도로 과장되게 꾸미고 다니던 그때 그 시절. 여러 가지 이유로 억눌리고 답답했던 마음을 분출하고 싶은 욕구 때문 아니었을까?문샷 교육부 박혜정 이사그때를 회상하면 이영애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90년대 초, 그녀가 출연한 커리어 우먼의 당당하고 도도한 이미지의 마몽드 광고는 여대생들의 입술을 ‘스칼렛 오렌지’로 물들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녀야말로 ‘원조 품절녀’였다고 할까. 트윈 케이크의 인기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의 모든 여자들처럼 나도 트윈 케이크로 꼼꼼히 두드려 피부를 번들거림 없이 보송보송하게 연출하는 데 목숨을 걸었다. 결점 하나 보이지 않도록 완벽하게 커버한 매트하고 밝은 피부가 화장의 정석이었기 때문. 눈썹은 또 어떤가? 김혜수처럼 아치형의 가늘고 긴 갈매기 눈썹을 그려야만 비로소 밖에 나갈 수 있었다. 두꺼운 피부 표현에 산이 높게 솟은 갈매기 눈썹, 자주색 립 펜슬로 확실하게 그린 립 라인과 그 안을 볼드하게 꽉 채운 퍼플 립스틱까지. 지금 생각해보면 메이크업이 다 완성된 모습은 뭐 저승사자 저리 가라 할 정도였다. 미팅 때 이런 풀 메이크업을 하고 한껏 꾸미고 나가는데, 거울 속 내 모습이 나이보다 심하게 더 늙어 보였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 이런 메이크업에 앞머리는 눈썹 위 길이의 핀컬 파마를 하는 것이 기본. 지금 생각하면 그야말로 ‘촌년’이 따로 없었는데 그땐 다들 그런 화려한 메이크업을 하고 뽀글뽀글한 컬에 집착하곤 했다.1.‘앙드레 김’을 입은 채시라. 이전 최고의 스타라는 뜻!2.청순함과 내추럴함의 ‘가나 초콜릿’ 여인, 이미연. 3.또렷한 이목구비의 원조 미녀 조민수.4.90년대 초반부터 스모키 메이크업을 선보인 이혜영.뷰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더실크크리스탈 연구소 대표 피현정88년 당시 나는 고등학교 2학년으로 <응팔>의 ‘덕선이’와 같은 나이였다. 학교 갈 때 티나는 메이크업은 불가. 그래서 헤어, 특히 앞머리에 멋을 부리는 데 열을 올렸다. 앞머리는 가위로 자주 잘라 눈썹 바로 아래 내려오는 길이로 맞췄고, 핑크색 ‘구르프’로 아침마다 말아 눈썹 위로 바짝 올라가게 했다. 멋을 낼수록 더 강하게 말아 컬이 높이 올라가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 독서실 여학생 방에 들어가면 (남학생들에게 잘 보이려고) 늘 헤어롤을 말아두었는데, 자다 깨서 독서실 차에 급히 오른 날, 집에 와서 앞머리의 헤어롤을 발견하고 얼마나 창피했는지 모른다. 헤어롤 외에도 내게 없어서는 안 될 ‘뷰티 툴’은 서너 가지가 더 있었다. 콧대가 없는 돼지 코가 너무 싫어서 콧대 높이려고 밤마다 코를 빨래집게로 집고 잤는데, 그 덕분인지 지금도 복식호흡 하나는 잘한다(!). 아침이 되면 코에 선명하게 집게 자국이 나서 이걸 없앤다고 또 얼마나 난리법석을 떨었는지. 또 다리를 가늘게 만드는 게 최대 소원이어서 틈만 나면 맥주병으로 종아리를 문지르고 두드렸는데, 하도 문질러 피멍이 든 적도 많았다. 참, 아이참도 빼놓을 수 없지! 쌍꺼풀 크게 만드느라 꼭 필요했던 아이참. 없을 땐 그냥 이쑤시개와 풀을 사용했는데 꽤 잘 만들어져 소개팅 나가거나 교회 갈 때 자주 애용했다. 풀 자국을 안 보이게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침을 눈두덩에 발라댔는지 모른다. 헤어롤과의 이별은 고3 때 졸업을 앞두고 했다. 눈 딱 감고 과감하게 강행한, 4시간짜리 나이아가라 파마 덕분이었다. 당시 머리가 길고 숱도 엄청 많았는데 지그재그 파마를 가늘게 만 결과, 거의 내 몸의 반을 차지하는 부피를 자랑할 정도였다. 그땐 풍성하고 부푼 것이 그렇게 멋져 보였다. <제이룩> 편집장 이청순헤어 무스를 빼놓고 80년대 뷰티를 논할 수 있을까?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내게 차밍 무스는 필수품이었다. ‘덕선이’처럼 봉긋한 앞머리를 만들기 위해서였는데, 학교에서 무스는 사용 금지였기 때문에 선생님에게 걸릴 것 같으면 빗으로 마구 빗어 풀었다가 하교 전 다시 정성 들여 무스를 바르는 게 우리들의 중요한 일과 중 하나였다. 여기에 이지연처럼 윗머리만 빗어 동그란 사탕 모양 머리 방울로 팽팽하게 반묶음을 한 게 당시 내가 고수하던 헤어스타일. 지금 생각해보니 엄청나게 촌스러웠다!아모레퍼시픽 기업 홍보팀1980년대 후반 한국 경제는 3저 호황과 86 아시안게임, 88 서울올림픽의 특수에 힘입어 이례적인 활황을 지속하며 안정적인 성장을 이룬 시기였다. 소비자들의 요구는 점점 다양하고 까다로워지고 있었으며, 화장품 기업은 이러한 흐름에 맞춰 치열한 무한 경쟁 체제에 돌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 이상 우수한 품질 하나만으로는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시대가 되자, 이른바 브랜드 마케팅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품질은 기본이며 전략은 필수가 된 것. 하나의 브랜드가 탄생하기 전부터 오랜 시간 공들여 콘셉트와 전략을 세우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특히 1986년 진행된 화장품 시장 개방에 따라 수입 브랜드와 건곤일척의 경쟁을 벌이게 된 게 자극제였다. 비슷비슷한 브랜드가 수도 없이 생겨나고 사라지던 당시, 아모레퍼시픽(당시 태평양화학)은 남과 달라야 한다는 강한 의지로 차별화에 주력했고 제품의 특징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이름’을 무기로 브랜드 네이밍 작업에 중점을 두고 공격적인 광고 마케팅을 실시했다. 화니핀, 삼미진, 리바이탈, 지지, 탐스핀, 순정, 미로, 미스쾌남 등이 차례로 등장한 시기가 바로 1980년대로, 특히 <응팔>에도 등장한 바 있는 ‘탐스핀’은 88 올림픽 공식 지정 화장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