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편집장이 만난 사람, 사진가 조세현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이달, 코스모폴리탄 편집장이 만난 멘토는 사진가 조세현. 국내 입양 활성화를 위한 프로젝트 <천사들의 편지>는 물론 사회의 소외 계층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그는 아주 작은 일이라도 나눔을 시작해보라고 이야기한다. | 사진가 조세현,천사들의 편지,소외계층,나눔,멘토

이번 연말에도 어김없이 작가님의 따뜻한 전시 프로젝트 <천사들의 편지>가 열리죠. 올해는 이문세 합창단과 함께 준비를 했어요. 이번 전시의 콘셉트를 알려주세요.<천사들의 편지>는 매년 다른 기획으로 전시를 열어왔어요. 10회 때는 ‘부부’를 콘셉트로 김승우·김남주 씨, 손지창·오연수 씨 등 스타 부부들과 함께했고, 11회 때는 ‘아이돌’이라는 콘셉트로 2PM과 소녀시대 등 아이돌 스타가, 12회 때는 ‘Heart Beat’라는 주제로 이서진·박서준·여진구 씨 등 매력적인 싱글남들이 참여했고요. 올해는 이문세 합창단과 함께했어요. 이 모임은 3년 전 이문세 30주년 기념 전국 투어 때 결성됐는데, 스포츠 스타와 배우, 가수 등 각계각층의 이문세 씨 지인들이 모여 3년째 지방 공연도 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올 초에 합창단 정기 모임 자리에서 이문세 씨가 합창단 멤버들과 <천사들의 편지> 프로젝트를 함께 해보면 안 되겠느냐고 제안해 이번 전시에 함께하게 된 거죠.워낙 서로 간에 친분이 두터운 분들이라 촬영 분위기가 더 화기애애했을 것 같아요.그렇죠. 본인이 주목을 받으려 하기보다 서로를 돋보이게 해주려 하고 배려하는 훈훈한 분위기였어요. 덕분에 훨씬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2003년에 처음 시작된 <천사들의 편지>가 올해로 13년째를 맞았어요. 어떻게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해요.사실 처음부터 제가 원해서 한 건 아니고 어느 날 우연히 받은 편지 한 통이 계기가 되었어요. 어느 복지단체의 사회복지사로부터 온 편지였는데, 보통 생후 3개월 때 아이들의 입양이 이뤄지는데, 백일 사진이 없다며 “조세현 작가님이 백일 사진을 찍어주셨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어요. 당시에는 기관의 시스템이 미비하고 디지털카메라 같은 것도 없던 시절이라 어려운 사정이 느껴져 흔쾌히 찍어주었죠. 여름에 촬영을 했는데, 11월에 그쪽으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사진이 너무나 좋아 저희들이 전시장을 알아보려고 하는데, 전시해도 될까요?”라고 말이에요. 좋은 취지인 것 같아 해보라고 했죠. 그런데 그 전시가 미디어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은 거예요. 떠밀려서 한 촬영이었는데 너무 큰 집중을 받았고, 저 역시 굉장히 의미 있는 전시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시 한 번 이 일에 재능 기부를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이번에는 인맥을 활용해 연예인들과 함께 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친분 있는 연예인들에게 제안했더니 모두들 흔쾌히 하겠다고 하더군요. 결과는 정말 성공적이었고 제게는 매우 뜻깊은 일이었죠. 동일한 주제의 전시를 13년간 꾸준히 운영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아요. 게다가 자선 프로젝트를 말이에요. 분명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이러한 작업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있나요?중간에 난관이 없지는 않았죠. 한때는 미디어에서 이 프로젝트에 대해 ‘선행을 빙자해 연예인과 아이를 이용한다’는 등의 색안경을 낀 비난을 하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그런 시선을 견디고 묵묵히 6년, 7년 이어가다 보니 국내 입양이 활성화되는 등 눈에 보이는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어요.입양의 날이 지정되고 입양 가정을 위한 제도도 바뀌는 식으로 변화가 생기니까 이제 사람들이 더욱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스타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줬어요. 배우 김혜수 씨는 시즌마다 먼저 연락해 “선생님, 저 이번에도 참여할게요”라며 세 번이나 자진해서 카메라 앞에 섰고, 장동건·고소영 씨 부부의 경우에는 촬영에서 끝나지 않고 이 전시를 주최하는 복지단체에 ‘장고부부’라는 이름으로 매년 1억원씩 기부를 시작했어요.이 전시로 인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이 나타나기 시작한 거네요.그렇죠. 저는 <천사들의 편지>를 통해 만난 아이들을 사진 찍어 전시하는 것으로 관계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촬영 이후에도 계속 지켜봐요. 국내외로 입양된 아이들을 직접 찾아가서 어떤 가족을 만나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고 잘 커가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을 하죠. 아이가 가족을 찾아 잘 성장하는 모습을 확인할 때 정말 뿌듯하겠어요.큰 보람을 느껴요. 한번은 두 다리가 없는 채로 태어나 입양이 힘든 아이를 촬영한 적이 있는데, 프랑스계 미국인 가족에게 입양됐다는 소식을 듣고 몇 년 뒤 찾아갔어요. 아빠, 엄마, 형, 누나 등 모든 가족이 이 아이를 위해 의료 지원부터 교육 지원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주더군요. 무엇보다 기뻤던 건 아이의 밝은 모습이었어요. 의족을 당당하게 뗀 채 수영하고 친구들과 축구를 하며 밝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정말 눈물이 나더라고요. 좋은 가정에 입양돼 행복하게 지내는 아이를 보면서 내가 이 일을 시작하기 잘했다는 생각을 했어요.진행하고 있는 선행 프로젝트가 <천사들의 편지>뿐만이 아니죠. 2012년에는 비영리단체 사단법인인 ‘희망프레임’을 설립해 노숙인을 대상으로  사진 교육을 해서 희망사진사들을 길러내고 소외계층 청소년 대상으로 사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정말 다양한 재능 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어요. 이번 연말에는 한국 코카콜라와 함께 소외 청소년들의 꿈과 재능을 키워주는 ‘코카-콜라와 함께하는 조세현 작가와 청소년들의 130일간의 짜릿한 행복여행’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고요. 이렇게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5년 전 영국 윌리엄 왕자가 주최하는 <포지티브 뷰> 사진전에 초청을 받은 적이 있어요. 세계적인 사진가 100인을 선정해 전시를 하는 것이었죠. 그런데 초청돼 가보니 전시 사진으로 자선 경매를 하고, 그 수익금 전액을 런던의 홈리스를 위한 사진 교육에 쓴다고 하더군요. 윌리엄 왕자의 어머니인 고 다이애나 왕비가 하던 일을 이어받아 하는 행사라고 했죠. 얘기를 듣고 굉장히 큰 감동을 받았어요. 나도 한국에서 이런 일을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죠. 그래서 귀국하자마자 박원순 시장을 만나 우리도 이런 일을 해보면 좋겠다고 제안을 했죠. 그리고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조세현의 희망프레임’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노숙인을 대상으로 사진 교육을 시작했어요. 희망프레임을 통해 사진 교육 과정을 수료한 노숙인들은 지금 광화문에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어요. 사진 교육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얻고, 자립을 하게 된 거죠. 앞으로도 남산과 여의도 한강공원, 어린이대공원 등지에 노숙인들이 운영하는 사진관이 2호점, 3호점 계속 생길 거예요. 말 그대로 ‘거리의 사진가들’인 거예요.본업인 사진 작업을 하는 것도 굉장히 바쁠 텐데, 이렇게 다양한 자선 프로젝트를 한다는 것이 놀라워요. 이러한 활동을 그치지 않고 꾸준히 확장해나가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자꾸 마음이 가서 그렇죠. 그냥 그런 DNA를 타고난 거 같아요. 하지만 좋은 일을 많이 하면 나에게 더 크고 좋은 일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요. 하하.코스모 독자들이 이 인터뷰와 전시를 보면서 좋은 일에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거라 확신해요. 그 결심을 계기로 무언가 세상을 위한 일을 시작해보려는 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요?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소외계층에 대한 인식 개선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천사들의 편지>를 보면서 입양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기를 바라요. 입양은 부정적인 일이 아니고 너무나 소중한 일인데, 이러한 경로를 통해 가족을 맺는 것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하죠. 실질적으로 금전적인 지원도 중요해요. 미혼모들이 제대로 관리가 안 된 채로 출산하다 보니 입양아들은 병을 가지고 태어난 경우가 많아 의료비 지원이 필요하거든요. 또 하나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이 바로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에요. 우리 사회는 ‘미혼모’라고 하면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면서 손가락질하죠. 미혼모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으면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올 거예요. 이 문제에 경제 논리를 들이대는 것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미혼모가 아이를 고아로 안 만들고 잘 키워준다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에요. 미혼모 문제가 해결되면 우리나라에 입양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어질 테고요. 저의 꿈은 이 전시가 어느 순간 사라지는 거예요. 입양이라는 단어가 없어지고, 이 전시가 막을 내리는 것, 그게 진짜 성공이라고 봐요. 그래서 언젠가는 미혼모 인식 개선을 위해 대대적인 캠페인을 열어볼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소외계층을 위해 더 따뜻하고 다양한 재능 기부 프로젝트를 이어갈 거라는 기대가 되네요.저의 임무는 ‘브리지’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으로 충분해요. 소외계층을 교육하고 자립을 돕는 것이나 스타들이 <천사들의 편지>와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자선의 기쁨을 경험하고, 앞으로 자선을 실천하는 스타로서 사회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작가 조세현이 해야 할 임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