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직전의 고민, 하상욱이 답변해드립니다 | 코스모폴리탄 코리아 (COSMOPOLITAN KOREA)

서른만 불안한 건 아니지만 서른을 앞둬서 ‘더’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서른을 앞둔 코스모 독자들의 고민을 <서울 시> <시 읽는 밤, 시밤>의 작가, 30대 대표 남자 하상욱이 명쾌하게 진단해드립니다.


→ 아직 남친도 없는데 벌써 서른?!

“서른이 될 때까지 남친이 없을 거라는 건 예상하셨나요? 마찬가지로 앞으로의 일, 당장 남은 한 달 동안 벌어질 일도 예상할 수 없는 거예요. 단,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거라는 것도 장담할 수 없죠.”


남자들은 어린 여자를 좋아하고, 나는 나이를 먹어가고 있고, 그럼에도 여전히 솔로일 뿐이고….

“남자들이 어린 여자‘만’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건 오해예요. 그냥, 같은 연령대와 똑같은 삶의 고민을 나누면서 삶의 무게가 2배로 늘어나는 것 같은 그런 기분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자신보다 어린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일상의 무게에서 벗어나는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가 있는 거죠. 그리고 그건 꼭 나이의 문제라기보다 대화 성향과 마인드의 문제이기도 하고요.”


서른인데, 아직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것 같아 불안해요.

“서른에 뭔가를 이루는 게 더 이상하지 않아요? 아니, 대체 얼마나 자신감에 넘쳐 살았으면 서른‘밖에’ 안 됐는데 뭔가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건가요!”


내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요?

“당신이 생각하는 행복이 뭔가요? 궁극적인 완성형의 행복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요? 사실 행복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는데, 행복은 행복인지 모르고 불행은 불행인지 너무 잘 아는 것 같아요. 내가 가진 작은 행복들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겠네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정신없이 바쁘게 살다 문득 돌아보니 인간관계가 단절!

“인간관계는 앞으로도 점점 줄어갈 겁니다. 사회생활의 시스템이 그럴 수밖에 없고, 점점 인생의 공통분모가 줄어가는 관계들이 생겨날 개연성이 커서 아마 평생에 걸쳐 인간관계의 재편이 반복될 거예요. 그렇다고 점점 잃어가기만 하는 것도 아니에요. 반대로 누군가를 점점 알아가기도 하죠.”


결혼자금은커녕 아직 학자금 대출도 다 못 갚았는데! 모아둔 돈 없이 30대를 맞이하는 초라함이란….

“아니, 대한민국에서 서른 살에 무슨 돈을 모아요? 미디어가 만든 강박에 길들여지지 마세요.”


내가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 걸까요?

“살면서 우리가 그걸 알 수 있을까요? 저도 제가 맞는 길을 가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요? 40대가 되면 알까요? 절대 모를걸요? 저희 엄마도 그건 잘 모르실 텐데…?”


내가 가장 잘하는 게 뭔지 아직도 찾지 못했는데!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게 있다고 확신하나요? 냉정한 말씀 하나 드리자면, 지금 본인이 하는 게 자신의 최고치일 수도 있어요. ‘내가 엄청난 무언가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세요.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야 진짜 나를 볼 수 있어요.”


아직 해보고 싶은 것이 많은데, 내 꿈을 위해 더 늦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하는 걸까요?

“냉정하게 생각하세요. 본인의 인생은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아요. 답을 찾아서 책을 읽고 누군가의 강연을 듣고 그러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애초에 ‘정답’이란 건 없습니다. 과감한 도전이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어요. 다만 그 어떤 도전도 적당히 먹고살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되지 않으면, 결국 계속되지 않아요.”


공부를 더 해보고 싶은데, 이제 너무 늦은 건 아닐까요?

“일단 해보기 전까지는 절대 알 수 없어요. 차라리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빨리 그만두는 게 나아요. 성공과 실패가 존재한다면, 절대 그 갈림길은 사전에 고민할 때 갈리지 않습니다.”


‘동안’이라는 말에 집착하는 나….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동안이라서….”


서른이 지나면 어떻게 살아야 맞는 걸까요?

“꼭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는 몰라도 최소한 저는 그렇게 살고 싶어요. ‘개새X는 되지 말자’, ‘남을 밟고 성공하는 그런 사람이 되지 말자’는 거요. 그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세상이 힘든 거거든요.”


나잇값이란 뭘까요?

“내가 지금 이 나이에 가진 어떤 것들로 ‘개새X 짓을 하지 않는 것. 그게 나잇값이라고 생각해요.”


10대는 입시, 20대는 취업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렸어요. 서른을 앞둔 지금, 지난날을 돌아보니 그 나이대에만 해볼 수 있는 것들을 못해본 게 너무 많네요.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놀고 싶은데 일, 시간, 체력이 발목을 잡고요.

“반대로, 그 나이대에만 해볼 수 있는 것들을 다 해봤어요. (근데 다 할 수나 있을까요?) 그러면 아마 또 그럴걸요. ‘내가 그 나이대에 이것저것 다 하다 남들 다 하는 그것을 못 했구나’라고요. 항상 어떤 선택이든 후회가 따를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한 거예요.”


그냥 기분이 더럽네요. 내 20대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다니!

“분명히 말씀드릴게요. 30대도 허무하게 끝날 거예요.”


항상 불안한 게 미래라지만 ‘서른’ 앞에서는 더 불안하네요. 이 기분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또 분명히 말씀드릴게요. 마흔 앞에서는 더 불안할 겁니다.”


‘이제 꺾였다’라는 자포자기 마음이 드네요.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이미 예전에 꺾였을 수도 있어요. 인생에 확실한 기승전결이 있다고 생각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서른이에요”라고 하면 느껴지는 사람들의 반응, ‘3’이라는 숫자에 따라오는 다른 사람들의 편견이 싫어요.

“계속 대놓고 싫어하시면 돼요. 그래야 내 마음을 상하게 하는 상대방이 바뀌니까요.”


서른이 별건가요? 왜 다들 난리죠? 그게 더 싫어요!

“맞아요. 그걸 계속 싫어하면 돼요. 그걸 싫어하는 마음이 모이면 모일수록 그런 이야기들이 점점 사라져간다니까요.”



서른만 불안한 건 아니지만 서른을 앞둬서 ‘더’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서른을 앞둔 코스모 독자들의 고민을 <서울 시> <시 읽는 밤, 시밤>의 작가, 30대 대표 남자 하상욱이 명쾌하게 진단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