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밝힌 '성희롱 갑질'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목구멍까지 이 말이 올라왔다는 사람은 많아도, 입 밖으로 이 말을 뱉었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어쩌다 우리는 수치스럽고 억울한 성희롱을 당하고도 문제 삼지 못하는 ‘을’이 되었을까? 이달 코스모는 최근 세계적인 사회 이슈로 부상한 성희롱 갑질에 대해 핏대 세워 말해보기로 했다. | 성희롱,갑질,상사 성희롱,회사 성희롱,코스모폴리탄

불편하니까 성희롱이다 이쯤에서 질문. 버스에서 누군가 당신의 엉덩이를 만졌다면 그건 성희롱일까? 그렇지 않다, 그것은 ‘추행’이다. 그럼 남자 상사가 “커피는 여자가 타야 맛이지”라고 했다면? 그건 ‘성차별’이다. ‘남녀 고용 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나와 있는 직장 내 성희롱의 정의는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이나 요구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용상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성희롱의 유형은 3가지. 직접적인 신체 접촉을 하는 ‘신체적 성희롱’, 외모에 대한 평가나 성적인 이야기를 던지는 ‘언어적 성희롱’, 그리고 음란한 이미지나 신체 특정 부위를 보여주는 ‘시각적 성희롱’이 바로 그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성희롱은 역시나 언어적 성희롱. 그런데 조금 헷갈린다. <미생>의 박 과장처럼 여직원의 뒷모습을 훑어보면서 “잘빠졌다”고 했다면 고민의 여지가 없지만, 남자 상사가 “화장 좀 하고 다니지?”라고 했다면, 또는 여자 상사가 “애는 돌아가면서 가져”라고 말한다면 이건 성희롱일까? “외국에서는 ‘자녀가 몇 명이냐?’라고는 물어도 ‘언제 아이를 가질 거냐?’라는 질문은 하지 않아요.” 이은의 변호사는 친밀함을 강조하는 사회가 사람들이 모욕에 둔감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직장에서 동료의 외모에 대한 평가는 물론이고 연애·결혼·출산 같은 사적인 영역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관여하려 든다. 학창 시절부터 사회생활까지, 유난히 ‘전체 회동’이 많은 한국 사회가 가진, 2차 집단(학교, 회사 등)의 사람들이 1차 집단(가정)에 있는 것처럼 친밀감 있게 행동하기를 바라는 문화 때문이다. 이은의 변호사는 이렇게 물었다.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친한 여자 친구들끼리 섹스 이야기를 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학교 MT나 회식 자리라면 어떨까요?” 그러고 보니 성희롱 하면 떠오르는 학창 시절 기억이 있다. 대학교 3학년 시절의 과 총MT. 당시 내가 다니던 대학은 남학생 위주의 분위기 때문에 성차별적이거나 성희롱적인 게임이나 노래가 많이 남아 있었는데, 한때 엄청나게 즐겼던 게임 중 하나가 ‘신혼여행’이었다. 첫날밤에 신랑과 신부가 할 법한 말이나 행동을 돌아가며 보여줘야 하는 그 게임 말이다. 신나서 게임을 하고 있는데, 한 여자 후배가 제동을 걸었다. 모두가 합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성적 농담을 게임으로 즐기는 게 너무 불편하다고 말이다. 제대로 찬물 끼얹은 분위기에서 그 게임은 끝났지만, 이후 그 후배는 과에서 함부로 농담을 해서는 안 되는 애, 별것도 아닌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애로 낙인찍혔다. 만약 지금 내가 그 게임을 회사 워크숍에서 하게 된다면 어떨까? 그것도 남자 동료들만 있는 상황이라면?  그 후배처럼 이 상황이 불편하다고, 이 게임을 하지 말자고 말할 수 있을까? Q. 아르바이트를 하던 회사에 정규직으로 입사하게 됐습니다. 대표님을 포함해 총 6명이 일하는 작은 인테리어 회사에 회계·경리직으로요. 그런데 출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실장이 이러는 거예요. “내가 특명을 줄게. 가까운 제주도라도 좋으니 대표랑 같이 여행을 다녀와.”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사장이 툭하면 남자 친구와 헤어지라기에 결혼할 사이라고 했더니 지금 남자 친구가 지방에 있으니 서울에서 남자 친구를 하나 더 찾으라는 거예요. “너 집세 얼마야? 나 회사 근처로 이사할 건데 들어와 살아!”라고 하질 않나, “여자들이 나랑 한 번 자고 나면 안 헤어지려고 해. 무슨 말인지 알지?”라고 하질 않나.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싶으면 자리를 피했더니 어느 순간부터 ‘없는 사람’ 취급하네요. 전 이제 이곳을 그만두려고 합니다.  COSMO ADVICE   참지 마세요! 녹취로 증거 확보를 한 다음 노동부나 인권위에 진정하세요. 그리고 가급적 회사를 그만두지 않은 상태에서 이 건을 처리하시길 권합니다.거절이 필요해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 이화영 소장은 성희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거절’ 연습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희롱을 당하는 상황에서 상대의 마음을 불편하지 않게 하면서 나만 빠져나오는 게 가장 현명한 대처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사소한 상황에 거절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문제는 더 커질 수밖에 없어요. 성희롱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왜 거절하지 않았느냐?’, ‘왜 저항하지 않았느냐?’예요. 근데 생각해보면 우리는 거절과 저항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요. 고분고분하라는 메시지만 들었죠.” 이은의 변호사 역시 상황을 명료하게 만드는 거절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조직에서 성희롱 사건이 일어나면 대다수의 남자 상사들은 ‘잠재적 가해자’의 입장에서 불안해해요. 성희롱의 모호한 경계 때문에 자신 역시 언젠가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가해자의 편에 서기도 하고요. 잠정적 피해자가 말하지 않는 걸 잠정적 가해자가 알아서 피해주는 건 불가능해요. 그러니까 안 된다고 말해야죠.” 이미 거절 의사를 밝혔음에도 성희롱 피해가 발생했다면 다음 단계는 문제 제기를 하고 적극적으로 상황을 알리는 것이다. 회사 안에 고충처리위원회 같은 담당 부서가 없다면 전문 단체랑 상의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화영 소장은 이 과정에서 피해자뿐만 아니라 주변인(동료)의 역할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피해자에게 자신이 우호적인 입장이라는 것을 알리되 섣부른 조언이나 행동은 안 하는 게 좋아요. 피해자가 원하는 도움을 줘야죠. 피해자에 관한 안 좋은 소문이 도는 것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도 의미 있고요.” 피해자가 더 이상 얼굴 붉히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조직의 몫. “피해자가 원하는 건 사과와 재발 방지예요. 그걸 가해자와 조직이 받아들이지 않았을 때 문제가 더 커지는 거고요.” 여성에다, 노동자에다, 그것도 비정규직이 상사의 성희롱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용감하다 못해 무식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록 사회를 바꾸는 ‘결과적 힘’이 가해자 집단에서 나온다 해도, 그 집단을 움직이게 만드는 동력은 ‘피해자’라고 이은의 변호사는 말한다. “<싱글즈>의 ‘동미’(엄정화 분)처럼 바지가 벗겨진 상사를 사무실 바닥에 내팽개치는 건 거의 불가능하지만, 휴대폰 녹취를 하면서 ‘지금 녹음하고 있는데, 계속할 거냐?’라고 말할 순 있잖아요.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전에 행동을 보여야 해요.” 나를 위해서, 그리고 나와 같은 동료들을 위해서, 우리가 성적 불쾌감을 느꼈을 때 필요한 것은 침묵이 아니라 거절이다.  Q. 몇 달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같은 부서에 회사 여직원들한테 유난히 신체 접촉이 많은 주임이 있었는데요, 자꾸 제 팔뚝을 만지기에 한번은 다른 직원들 보는 곳에서 한 번만 더 만지면 성희롱으로 신고할 거라고 경고했어요. 근데 하루는 제가 데스크에 서서 문서 작성을 하고 있는데, 그 주임이 제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쑥 넣어 문서를 올려두고 가는 거예요. 그때 앞에 손님이 있어서 욕도 못 하고, CCTV 영상만 일단 확보한 다음 본사에 신고를 한 후 절차에 따라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저희 팀장님이 왜 자신한테 보고하지 않았느냐고 노발대발하는 바람에 회사 사람들도 다 알게 됐고요. 그런데 본사 담당자가 실컷 조사를 마치고 나서 저한테 자주 있었던 일이나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일어난 일은 ‘고의’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지 않느냐고 묻는 거예요. 이제 어쩌면 좋죠?  COSMO ADVICE   노동부를 통해 가해자와 회사를 대상으로 진정할 수 있습니다, 강제 추행으로 형사 고소할 수도 있고요. 손해배상 청구도 검토가 가능합니다. shot for alcohol cravings vivitrol drug interactions naltrexone prescrip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