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남자의 가을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는 남자들이 정말 가을을 타는 건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평소 ‘한 감성’ 하는 두 남자에게 가을 타는 남자에 관한 진위 여부를 물었습니다. ::남자, 가을 남자, 가을 타는 남자, 썸, 연애, 코스모 라디오,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 남자,가을 남자,가을 타는 남자,썸,연애

나는 가을 탄다, 고로 존재한다‘하늘은 높고 나는 멋지다.’ 방금 지어낸 말이다. 가을 타는 남자. 스산한 바람이 불면 공연히 쓸쓸함에 잠식되어 익사 직전의 센티멘털에 빠지기도 하지만, 사실은 사색과 우울함에 빠져 있는 내 모습 자체가 멋지고 사랑스러울 뿐이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 대해 여자는 대체적으로 불만족스러워하고, 남자는 보편적으로 만족한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는데, 이런 잠재력이 가을엔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이른바 ‘나르시시즘의 대폭발 시즌’! 카디건을 꺼내 입고 산책을 하자. 남들은 그냥 동네 아저씨로 보겠지만, 가을이란 환각에 취해 있는 당신은 분명히 스스로를 영화 <클로저>의 주드 로 정도로 생각할 것이다. “Hello, Stranger. Good-bye, Closer”를 나직이 읊어보는 것도 좋겠다. 전시회에 가보는 건 어떨까? 예술을 전혀 몰라도 좋아. 그냥 멋지잖아, 이거. 붉은 체크무늬 셔츠에 코튼 팬츠나 슬랙스를 입고 덕수궁 돌담길의 낙엽을 밟으며 우아하게 시립 미술관으로 가는 것이다. 난해한 작품도 가만히 음미해보면, 볼수록 단맛이 우러난다. 빈센트 반 고흐나 폴 고갱의 인생에 내 삶을 투영해보자. 혹여나 작품을 감상하는 한 여성의 숨 막히는 각선미에 시선이 꽂혀버린다 해도 자책은 말도록. 그 시간과 공간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기에 다 괜찮다. 누군가 이런 나의 모습을 찍어 근사한 필터링 작업 후 인스타그램에 올려줬음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면 너무 나간 상태이니 그때쯤엔 필히 밖으로 나와야 한다.  가을이라 건조해서 그런지 혹은 실내에 오래 있어서 그런지 몹시 갈증이 인다. 무미건조했던 내 삶에 대한 은유다. 훗! 유럽식 파티오 안에 펼쳐진 파라솔 아래에 앉아 책을 읽으며 흑맥주 한 잔을 홀짝거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소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꺼내 읽으면 왠지 옆 테이블에 앉은 세련된 여인이 말을 걸어줄 것 같지만 절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흥! 슬슬 저무는 해를 등지고 터벅터벅 걷다가 땅거미 진 길 위에 외로움이 스밀 때면, 나지막이 그녀의 이름을 불러본다. 캬! 혼자 보내는 것이 이렇게나 멋진 계절이라니! 밤이 되어 한강변을 걸어도 좋겠다만 맘 같지 않게 체력이 형편없다. 집으로 가자. 무드 조명이 낮게 깔린 방에 누워 영화 <500일의 썸머> DVD를 틀고 지긋지긋했던 ‘썸머’를 미련 없이 보낸다. 그리고 새롭게 다가올 어텀을 기다리는 거지. 짙은 퍼플 컬러의 칠레산 카베르네 소비뇽을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가볍게 취한 기분으로 음악이나 들을까? 라디오에서 프랑스 출신 뮤지션 소코의 ‘We might be dead by tomorrow’가 흐른다. “삶을 사랑으로 가득가득 채워요, 소란스럽게 사랑을 해요, 왜냐하면 우리는 얼마 안 가 죽게 될 테니까, 죽게 될 테니까….” ‘cause soon enough we’ll die’의 우주적 반복에 정신이 혼미해지며 한없이 죽음에 가까운 기분으로 잠자리에 든다. “나는 가을 탄다, 고로 존재한다.” 배카르트였던가? 가을, 이토록 아름다운 계절, 이토록 달콤한 정신병적 계절! -배인혁(밴드 ‘로맨틱펀치’ 멤버)여자들이여, 가을 남자를 공략하라 여자는 봄을 타고 남자는 가을을 탄다고들 하는데, 뭐 그냥 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희망의 봄, 신나는 여름, 로맨틱한 겨울처럼 말이다. 의외로 자살률이 가장 높은 절망의 계절이 봄이라는 통계가 있듯이 가을 하면 따라오는 감상인 쓸쓸함, 센티멘털, 멜랑콜리 등은 과학적 근거가 있다기보다는 만들어진 이미지일 테다.  그런데 때로는 이미지가 현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가을이라는 계절에 덧입힌 쓸쓸한 감상이 멀쩡한 남자들을 실제보다 더 고독하게 만드는 것이다. 마치 나는 건강한데 주변에서 계속 “너 어디 아프냐?”라고 물어보면 정말 내가 어디가 아픈가 싶어지는 이치.이유야 어쨌건 가을이 닥쳐왔다. 황무지 같던 남자들의 가슴에 바람이 불고 위험한 빗줄기가 스치는 나날이 이어질 터. 오래 반복해온 익숙한 업무처럼 잘 다뤄왔던 ‘외로움’이라는 녀석이 갑자기 말을 안 듣고 불쑥불쑥 돌출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사실 이 시대의 남자들은 너무 이성적이다. 썸을 탈 때도, 연애를 할 때도, 결혼을 할 때도, 심지어 이혼을 할 때도 너무 똑똑하다. 이 여자랑 만나도 될까 하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이 여자와 결혼해도 될지를 하염없이 저울질하고, 이혼하는 마당에 물건 하나를 놓고 내 거네, 니 거네 이해타산을 따진다. 마초인 척하는 놈은 많지만 진짜 멋진 마초는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다.이렇게 조심스럽게 사는 현대사회의 수컷들에게 가을이란 이성의 고삐를 잠시나마 헐겁게 놓는 계절이다. 좋아하지만 차일까 봐 얘기를 못 하고 있던 사무실 여직원에게 “전어나 먹으러 가자”라고 제안하고, 소주잔을 기울이며 시답잖은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불쑥 “널 좋아한다” 털어놓고, 일도 없는데 괜히 전화를 걸고, 이별이 유난히 아프고, 헤어진 연인에게 횡설수설 연애시 같은 카톡을 전송하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다. 그러니 연애하고픈 여자들이여, 바로 이 계절을 이용해라. 가을은 여자들에게는 연애를 시작하기 가장 쉬운 계절이다. 남자들이 1년 중 가장 멍청해지는, 다시 말해 남자다워지는 시기니까. 그러나 낭만도 대상을 잘못 고르거나 정도가 지나치면 상대를 불편하게 만든다. 나에겐 낭만이지만 상대 입장에선 진상이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자신감과 건방짐이 한 끗 차이이듯 낭만과 진상도 한 끗 차이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낭만일지 진상일지 어떻게 구별하느냐고? 고민할 필요 없다. 상대의 반응이 알려주니까.  낙엽이 눈발처럼 휘날리는 남산 드라이브 웨이에 문득 차를 멈추고 그녀에게 상남자의 사랑 고백을 하고 싶다고 치자. 일단 고백하라. 가을이니까 그래도 된다. 다만, 여자의 반응을 눈여겨볼지어다. 여자가 부담스럽고 싫다는데도 계속 상황을 이어나간다면 진상남 등극. 미리 겁먹는 것도 남자답지 못하지만 여자의 반응을 무시하는 것도 남자답지 못하다. 그런 일방적인 놈들이 섹스도 형편없다. 반대로 여자 입장에서는 남자의 낭만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싫으면서도 ‘간만의’ 대시가 반가워 좋아하는 척하다가는 멀쩡한 남자를 진상으로 만들 수 있다. 가을이란 감정의 골을 깊게도 하지만 감정의 속도도 빠르게 하는 계절이니까.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 왔다. 가을을 찬양하자. -이재익(라디오 PD, 소설가, <직설 연애 상담> 저자)shot for alcohol cravings go naltrexone prescrip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