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는 사랑을 싣고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Love

SNS는 사랑을 싣고

누군가는 이 드넓은 세상에서 영혼의 짝을 찾는 데 이만한 툴은 없다 말하고, 다른 누군가는 그야말로 시간 낭비 서비스라고 말하는 SNS. 과연 SNS는 우리의 연애를 구원할 수 있을까?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15.08.05


어머, 이건 문명적인 짝짓기 툴?  

‘멀쩡한 남자들은 어디에 있을까?’ 내 월급은 어디로 갔을까, 왜 물만 먹어도 살이 찔까와 더불어 현대 여성의 3대 난제 중 하나인 이 물음에 대해, 2015년 가장 유력한 답안은 ‘SNS’다.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은 이 세계에서, 우리는 자칫 잘못 인연을 맺으면 평판에 하자가 생길 동료들 말고, 구구절절한 과거로 뒤얽힌 동창들 말고, 혈육처럼 만만한 ‘아는 동생’, ‘아는 오빠’들 말고, 어떤 기준으로도 오염되지 않은 신선한 이성과 손쉽게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서로의 취향과 지적 수준, 생활 패턴, 유머 감각 등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으니, 이거야말로 완벽하게 문명적인 짝짓기 툴이다. 더구나 그 세계에서, 우리는 손쉽게 약점을 감추고 매력적인 이미지를 가공할 수 있다. 


트위터 초창기, 나의 소개글은 ‘미모의 여기자’였다. 내게 미모 따위 없는 걸 아는 지인들을 위한 유머였는데,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팔로어들이 있어 의미심장한 DM을 종종 받았다. 하지만 오프라인 만남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실물을 보면 사기죄로 고소할까 봐”라는 건 핑계고, 오래전 강렬하게 뇌리에 남은 어떤 장면 때문이었다. 1997년, 기차에서 한 여자를 만났다. 옹알이하는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는, PC 통신을 하다가 사랑에 빠진 낯 모르는 남자를 만나러 남편 몰래 상경하는 길이라 했다. 그때의 한심한 느낌은 항상 내가 타인의 온라인 이미지에 대해 호감을 품는 것을 방해해왔다. 말하자면 나는 노름에 빠져 손목 잘리고 패가망신할까 봐 평생 민화투도 안 잡아본 경로당 왕따 할머니 같은 존재다. PC 통신 ‘영퀴방’에 죽치다가 제비족 비슷한 남자에게 홀려 신용 불량자가 된 대학 시절 룸메이트, 집안에선 망종처럼 굴더니 온라인에서 제2의 자아를 만들어내 아이돌 팬클럽 회장까지 지낸 친구 동생, 원고 마감은 안 하고 SNS에만 필력을 뽐내 늘어나는 팔로어만큼 동료들 홧병도 깊어지게 하는 기자… 모든 것이 온라인 이미지는 허상일 뿐이라는 불신을 부추겼다. 하지만 그사이, 주변에선 꾸준히 사이버 커플이 탄생했는데 아직 해피엔드는 없었다. “댓글 주고받을 땐 재밌었는데 만나보니 정신연령이 어렸어”, “정의롭고 지적인 이미지였어. 그런데 사귀다 헤어질 땐 개차반이더라. 그의 글이 화제가 될 때마다 화가 나”, “힙스터가 되고 싶어 안달 난 아이 같았어. SNS로 잡지 기자나 준셀렙들에게 말 걸고 있는 걸 보니까 정이 뚝 떨어지더라”, “무슨 SNS 와이프, 허즈번드들이 그리 많은지, 나와 밥 먹을 때도 10분에 한 번씩 스마트폰 들여다보면서 ‘어머 자기야 하하호호’ 여기저기 댓글 남기고 있더라.” 몇 년간 친구들의 이런 이별 하소연을 들으며 깨달은 바가 있다. 그래도 그곳에선 무언가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이다. 


내 나이 어언 30대 후반, 주변 싱글녀들은 모였다 하면 “남자 구경 좀 해봤으면” 울부짖는 연애 결핍자와 주 5일 방영 19금 시트콤 같은 삶을 사는 이들로 나뉘기 시작했다. 후자의 경우 술자리, 동호회, SNS 등 다양한 수단으로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부류들이다. 가장 최근의 연애가  끝난 후 그들이 이구동성 조언한 것도 SNS를 하라는 것이었다. 생각하면 그도 그렇다. 지금껏 현실 세계에서 고르고 골라 만난 남자들과도 모두 구질구질하게 헤어졌다. 원래 연애는 어렵고 인간은 알 수 없는 동물이다. 유독 온라인 만남에만 거부감을 갖는 것은 교통사고 유발자 82.7%가 남자임에도 ‘김여사’만 놀려대는 것과 마찬가지인 일반화의 폐해가 아닐까? 어쨌든 이 연애 기근 시대에 초근목피라도 구할 곳이 있다면 감사할 일이 아니겠는가. 나는 오늘 새 마음 새 뜻으로, SNS 휴면을 해제하기로 했다. 


-이숙명(칼럼니스트, 독립 출판사 ‘페이퍼크레인’ 대표) 



오빠의 ‘사랑 낭비 시스템’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페이스북 버튼을 누른다. 밤새 업데이트된 페친들의 글을 쭉 훑어보면서 중요한 뉴스를 머릿속에 집어넣는다. 자, 1차 정리는 여기까지. 이제부터는 다른 중요한 작업을 해야 할 시간이다. 이 작업을 통하지 않고서는 호감 지수를 올리기가 어려운 까닭이다. 속으로 굳은 결심을 한 뒤, 나는 이성의 페북만 집중적으로 검토해 ‘좋아요’ 버튼을 하나, 둘 섬세하게 누른다. 그중 특별히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다면 스페셜 보너스가 추가된다. 바로 댓글을 다는 것이다.  

이 작업은 천천히, 그리고 무엇보다 신중하게 수행되어야 마땅하다. 댓글의 경우는 더 중요하다. 사려 깊은 언어로 칭찬이나 위로를 건네면서도, 절대 ‘헤프게’ 보여서는 안 된다. 내 연애의 성패가 여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라고 나는 맘대로 추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SNS를 통한 취미 공유 모임 가입은 필수다. 단, 대상은 오프라인 모임이 있는 쪽으로 엄격하게 한정한다. <그녀> 같은 영화는 개나 줘버려라. 상상 속의 연애라니, 이제는 신물이 나다 못해 생불(生佛)이 될 것 같은 기분이다. 


드디어 오프라인 모임이 있는 날이다. 가진 옷들 안에서 최대한 멋을 부리고 룰루랄라 약속 장소로 향한다. 오늘은 내가 점찍어둔 그녀가 나온다고 했지 아마. 지난번 모임 때는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나도 안 갔…을 리는 없고, 당연히 갔다. 언제든 새로운 가능성은 열어두어야 하는 법이니까. 오늘따라 예뻐 보이는 그녀에게 늑대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이런 천박한 것들. 역시, 인류의 역사가 증명했듯이 이 세상에 믿을 남자는 단 두 명뿐이다. 한 남자는 그녀의 아빠, 나머지 한 남자는 바로 나! 이제 조금 친해졌다 싶어 페북 메시지로 그녀의 근황을 슬쩍 물어본다. 아직 전화번호는 따지 못한 상황. 오오, 유레카! 페북 메신저만 잘 활용하면 전화번호를 따서 카톡도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나는 카톡 이모티콘의 귀재다. 적재적소에 이모티콘을 배치하는 전략을 통해 호감도를 극대화할 자신감으로 충만하다. 제대로만 하면, 둘만의 만남 정도는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쉬울 것이다. 과감하게 페북 메시지를 보내고, 확인 버튼이 뜨기만 기다려본다.     


응? 그런데 확인을 안 하네? 이걸 어쩌지?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확인 표시는 뜨지를 않는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을까, 드디어 확인을 한 그녀가 답장을 보내온다. 무심한 듯 시크한 문장이 과연 그녀답다 싶다. 아무래도 그녀는 페북 메신저를 그리 잘 쓰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이건 결코 흔하게 오지 않는 기회인 것이다. 신이시여. 저에게 부디 한 줌의 용기를 내리소서. 다 필요 없고 카톡까지만 가게 해주신다면, 제 영혼을 당신에게 바치겠나이다. 

이모티콘발이 먹혔던 것일까? 필사의 노력을 거쳐 드디어 그녀와 단둘이 만났다. 요즘 핫하다는 연남동 어딘가에서 술을 한잔하며 앞으로의 핑크빛 미래를 혼자서 상상해본다. 그런데 밤 12시쯤 되었을까? 그녀의 휴대폰이 진동하기 시작한다. “응, 오빠. 나 ‘친한 오빠’랑 술 먹고 있어.” 30분 뒤 술집 앞에 멈춰 선 차 한 대. 세미 정장으로 멋지게 차려입은 남자가 차에서 내리더니 이쪽을 향해 걸어온다. 누가 보더라도 나라는 종자와는 쨉이 안 되는, 훈남형 얼굴이다, “오빠, 내 남친이야. 인사해.” 역시 구원의 순간은 찰나여야 제맛인 건가? SNS는 이렇게 사랑을 (차에) 싣고 나를 떠나버렸다. 뾰로롱


-배순탁(<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청춘을 달리다> 저자, SNS 자칭 ‘냉면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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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 김가혜, 윤다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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