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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담

조소담 l BUSINESS BLOGGER
닷페이스 대표
이야기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당신이라는 보통명사> 산문집을 썼다.

2018.09.17 Mon

꿈이 일이 되버렸을 때

“요즘 애들이란…” 하고 혀를 끌끌 차던 대상이던 우리가 어느덧 현실의 사회인이 됐다. 나는 여전히 요즘 애들의 언저리, 어디 즈음에 있다.



친구가 연출한 드라마가 첫 방송을 탔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연출 ’이라는 크레딧이 붙은 장면을 캡처해 올렸다. 스터디를 함께 하며 취업 준비 시절을 보냈던 동지였다. 오죽하면 생리 주기가 비슷해질 정도였을까? 그 시절은 몇 번을 재생해도 좋은 기억이다. 사회에서 불러줄 아무 이름도 없었고 소속도 없었지만, 백수 한량으로 충만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났다. 그때 우리는 왜 사회에서 우리 이름을 불러주지 않나 불안해했으나 이제는 사회로 나와 얻은 이름표에 기가 빨린다. 친구는 드라마를 만드는 직장인이 됐고 나는 미디어 스타트업에서 일한다.


늘 이야기의 세계를 동경해왔다. 동화부터 시나리오까지. 연설문도 좋고, 고전 시가도 좋았다. 현대시를 배울 때는 혼자서 시를 행마다 쪼개놓고 다른 순서로 배열해 몇 가지 나만의 버전을 만드는 이상한 짓을 했다. 오지선다 객관식 시험과 상관없이 그냥 이야기를 해부하는 일이 좋았다. 뉴스도 좋다. 남의 일기도 좋다. 내 취미라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현대인의 취미’인, 넷플릭스와 왓챠플레이를 섭렵 중이다. 요즘은 예전과 좀 달라진 것이 한 가지 있다. 이젠 이야기뿐만 아니라 이야기 속 크레딧 또한 경건한 마음으로 읽는다. 이야기의 세계가 사람의 노동으로 만든 것임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나는 드라마 업계의 노동문제가 기사화될 때마다 친구를 떠올린다. 


꿈은 이제 우리에게 일정표가 됐다. 이야기에 대한 동경. 그 동경을 재생산하려면 이야기를 위해 세끼 밥 곱하기 노동자 수 곱하기 작업 일수만큼의 돈이 있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돈은 돈과의 협상에서 나오고. 원한 적 없는 사회생활의 과제들이 자꾸 우리 이름을 부른다. 내가 원하는 일이 성사되려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필요한 경우가 더 많더라는 것. 20대의 막바지, “이딴 게 사회생활이냐!” 반문하고 화도 내보지만 우리는 아직 ‘사회생활’의 기본값을 바꿔놓지는 못하는 중간자일 뿐이다. 게다가 점점 더 모르겠다. 무엇이 옳은지, 어떤 게 그른 건지. 어쨌든 나도 내가 욕하는 그 구조의 일부분이니까. 그래도 분명히 동의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고, 그런 ‘지금 사회의 기본값’에 내가 너무 적응해버리지 않도록 매일 애를 쓴다. 


결국 방법은 그것뿐이다. 친구와 언젠가 ‘천밀리송’을 작곡해보자고 이야기한 적 있다. 맥주는 하루에 1천ml 정도 마셔줘야 한다는 맥주 예찬송. 여기서 맥주는 일종의 연료 같은 것이다. <원피스>의 콜라맨이 ‘자기다움’을 발산하기 위해 콜라를 채우는 것처럼. 사실 무엇이든 좋다. 시를 몇 장 읽거나, 스스로를 위한 종이 달력을 사거나, 아침마다 고양이 사료를 채우고 똥을 치우거나, 맥주를 1천ml 마시거나, 일종의 수련처럼 매일 ‘나다울 수 있는 시간’을 끼워 넣는다. 내가 나를 호명하는 시간. 매일 애쓸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인생을 ‘액자식 구성’의 이야기라고 상상하면, 나답게 살려고 노력할 때 조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나는 가끔 할머니가 된 나를 상상한다. 진한 인상이지만 금방 헬렐레 표정이 풀어지는 할머니이고 싶다. 할머니가 된 나의 시점에서 지금 이 시점을 추억한다. 아등바등 애쓰는, 그래도 매일 비겁하지 않게 사는 스스로를 그 안에서 본다. 맥주로든 사랑으로든 매일 자기를 돌보고, 아껴준 나를 아마 할머니인 나는 엄청 칭찬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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