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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선

송지선 l LIFE BLOGGER
아리랑TV 기자, 아나운서
문화체육관광부, 외교부, 청와대를 출입했으며 한국어와 영어, 스페인어로 방송 및 국제 행사를 진행한다. 스노보드, 다이버, 모터사이클 및 경비행기 면허 보유자. 철인 3종 경기까지 마스터했다.

2018.06.21 Thu

버킷 리스트, 휴가로 채우기

남들은 휴가 계획 다 세웠다는데 아직 행선지도 안 정했다고? 알래스카에서 막 돌아온 그녀가 말한다. “지금 미쳐 있는 것에 온전히 집중해봐!”



알래스카의 눈 맛을 본 적 있는가? ‘눈꽃빙수’같이 구름처럼 폭신하고 사르르 녹는 빙하의 맛이다. 그 눈으로 가득한 빙하 사발, 일명 ‘Glacier Bowl’이라고 부르는 아무도 없는 빙하설에서 즐긴 스노보드 여행. 지난달 내가 다녀온 휴가였다. 봄에 스노보드 여행을 즐기려는 사람 대부분은 유명한 관광지인 캐나다 휘슬러를 떠올리지만, 나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알래스카가 좋다. 물가도 훨씬 싸고, 붐비지 않고, 그야말로 가성비 갑! 서른 중반인 지금까지 세계 곳곳의 명소를 둘러보면서 얻은 결론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것이다. 물론 여행지가 지닌 고유한 아름다움은 각각 다르지만, 눈 위에서 스노보드를 탄다는 본질은 다르지 않으니까. 이쯤에서 입사 후 지금까지의 휴가에 대해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2010년 봄에는 이집트 홍해에서 구조 다이버 자격을 취득했고, 2011년 가을에는 제주도 자전거 일주를 했다. 2012년 겨울에는 평창에서 스노보드 강사 자격증을 땄고, 2013년 가을에는 하와이로 서핑 여행을 다녀왔다. 2014년과 2015년 여름에는 발리로 서핑 여행을, 2016년 여름에는 동해안 자전거 종주를 했다. 2017년 여름에는 고비사막 250km 마라톤 완주를 했고, 올해 초에는 알래스카 스노보드 원정을 다녀왔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시간도 여유롭게, 돈도 엄청 쓰면서 다닌 것 같겠지만, 아니다. 좋은 호텔에서 먹고 싶은 거 마음껏 먹으며 쇼핑 실컷 하는 휴가보다 단언컨대 절반 남짓밖에 들지 않는다.

휴가를 준비할  때마다 내가 그때그때 미쳐있는 것에  온전히 집중했고 그게 매번 색다른 설렘을 가져다주었다. 직업도 몇 번씩 바꾸는 시대인데 하물며 늘 새로운 것을 좇는 인간의 취미가 일정할 수 있겠나? 나의 휴가는 ‘스포츠’라는 큰 틀 안에 있었지만, 종목은 동계에서 하계로, 또 산에서 바다로 핑퐁하듯 움직였다. 기자라는 업무 특성상 길게 휴가를 낼 수는 없었지만, 한창 성수기인 여름보다 가을이나 겨울 등 비수기로 분산해 여유로운 휴가를 다녀올 수 있었다. 해외로 나갈 수 없을 때는 국내 피서를 통해 나름의 인생 버킷 리스트를 채웠다. 

요즘 퇴사가 유행 아닌 유행이다. ‘퇴사 후 제2의 삶’을 소개하는 책이 넘쳐나고, 일상에 지친 많은 직장인이 모든 걸 훌훌 털어내고 세계 일주를 꿈꾼다. 하지만 퇴사만이 답은 아니다. 낭만적인 듯 보이는 세계 일주도 실상은 고난의 연속이다. 일 년의 자유를 위해 30년을 담보 잡힐 수 있을까? 오히려 일정한 수입과 안정적인 생활의 뒷받침 없이는 만족도 높은 휴가도 없다고 믿는 편이다. 의료보험 없이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다 다치기라도 하면 누가 보상해줄 것인가? 매일이 자유롭다면 휴가가 따로 필요 없게 된다. 일을 해야 비로소 휴가도 있는 법! 휴가 기간에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해 그동안 꿈꾸던 것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면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것도 좋다. 아무리 천국 같은 휴양지에 산다고 해도 인간은 쉽게 지루함을 느끼고, 가진 것이 당연해지면 소중함을 알지 못한다. 취미가 직업이 되면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설렘이 지속되지 않는 것처럼.

내 버킷 리스트에는 아직 많은 항목이 남아 있다. 히말라야 등정이나 몽블랑 트레일 대회, 남극 마라톤, 하와이 코나 철인 3종 대회 등 목표를 곱씹다 보면 앞으로 몇십 년은 더 남았을 인생이 얼마나 기대되고 즐거운지 모른다. 다음 휴가에 나는 또 어디서, 어떤 새로운 것에 미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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