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OPOLITAN

  • 로그인
  • 회원가입
  • 정기구독
  • facebook
  • twitter
  • blog

    INSTAGRAM
    COSMOPOLITAN KOREA

    SUBSCRIBE TO COSMO

  • kakaostory

    KAKAOSTORY
    COSMOPOLITAN KOREA

  • youtube

    YOUTUBE
    COSMOPOLITAN KOREA

    Follow Youtube

포인트를 모으시면 선물을 드려요

Love

HOME > BLOG >

전아리

전아리 l LOVE BLOGGER
소설가
매일같이 불타오르게 놀다가 10년만에 방전이 되어 차분히 체력관리 중. 연애에 관한 모든 궁금증, 당신도 알고 있지만 미처 꺼내오지 못한 이야기들, 또한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유혹의 세계에 대해 솔직 대담한 칼럼 연재를 시작한다.

2016.05.27 Fri

가질 수 없었던 꽃, GAY 2회

.::전아리,게이, 훈남, 연애, 사랑, 소설,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photographer Nick Onken



 C가 가게를 그만둔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는 그간 잊으려 했던 그에 대한 마음이 다시금 고개를 드는 것을 느꼈다. 그 날 C는 테이블에 앉아 오랫동안 말동무를 해주었다. 그는 모 백화점의 어느 매장에서 일을 할 거라고 알려주었다. 언제든 찾아오면 무료 샘플을 잔뜩 챙겨주겠다고 했다. 그 날 이후 나는 그가 떠난 종로에 가는 것을 그만두었다. 가끔씩 문자메시지를 보내 안부를 묻고 답장이 올 때면 괜히 들떠 그가 일하는 곳에 찾아가 볼까 하는 충동이 들긴 했다. 하지만 그곳은 그가 필사적으로 노력하여 얻은 직장이었고 괜히 들락거리며 나의 어설픈 애정을 내비치는 건 민폐라는 생각에 백화점으로 찾아간 적은 없었다. 그렇게 C와의 인연은 자연스럽게 끝을 보이는 듯 했다.


우연히 C를 다시 보게 된 것은 일 년쯤 지났을 무렵 이태원의 길거리에서였다. 정말이지 예상치 못한 만남이었다. 사실 내가 첫눈에 그를 알아본 건 아니었다. 누군가 먼저 내게 인사를 해 와서 돌아보았을 때 그는 섹시한 원피스차림에 긴 갈색머리 웨이브 가발을 쓰고 있었다. 메이크업 실력 또한 수준급인 그는 여자인 내가 봐도 예뻤다.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주말에 가끔 이태원 바에 가서 여장을 하고 립싱크를 하는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다. 시간 괜찮으면 들어와서 구경이라도 하고 가라고 했다. 나는 일행에게 양해를 구하고 함께 그가 앞장 서는 바로 따로 갔다. 작은 무대 위에 선 그는 머라이어캐리의 노래를 틀어놓고 자신이 부르듯 립싱크를 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는데, 입술까지 떨며 부르는 연기력이 가히 놀라울 정도였다. 퍼포먼스가 끝나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그는 애인이라며 한 남자를 나에게 소개시켰다. 나는 얼떨결에 그와 인사를 나누고 맥주 두어 병을 함께 마셨다. 


솔직히 나는 그 순간 내 성정체성에 무척 혼란을 느꼈다. 여장을 한 C와 재회하였을 때조차 가슴이 떨렸던 것이었다. 다정히 붙어 앉은 두 사람은 행복해 보였다. 내심 저 자식 대신 내가 C곁에 앉아있고 싶다는 욕심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을 거다. 그러나 그쯤에서 나는 C에 대한 마음을 접기로 했다. 그는 내가 아무리 용을 쓴다 해도 그는 가질 수 없는 꽃이었다. 어쩐지 허탈한 마음에 웃음이 났다. 내가 얻지 못하는 사람이기에 오기를 품고 그를 좋아한 건 아니었다. 좋아하는 사람을 마주쳤을 때 가슴이 뛰는 감정, 손이라도 잡고 있노라면 말을 더듬게 되는 증상. 그건 분명 그를 향한 나의 짝사랑이었다. 어찌할 방법도, 답도 없는 짝사랑. 생각해보면 그리도 오랫동안 한 사람을 홀로 좋아해 본 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C와 나는 친구 관계를 유지하였다. 그는 종종 여장한 사진을 보내며 어떤 스타일이 어울리느냐고 물었고 나는 그의 원피스를 골라주기도 했다. 그리고 짝사랑이 친구로 변해 오랫동안 만나지 않고 연락만 주고받는 사이가 의례 그렇듯 시간이 지남에 따라 C와 나는 메시지를 보내는 빈도가 줄었다. 어느 날인가 문득, 그와 연락을 끊고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연이란 참 질기다. 올해 초 나는 페이스북 친구의 친구를 통해 몇 해 동안 연락두절인 채로 지냈던 그와 친구사이를 맺게 되었다. 그는 한 남자를 만나 비록 나라가 인정해주진 않지만 결혼한 사이로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남편과 함께 작은 술집을 차려 운영하며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고 즐거운 생활을 하는 것 같아 보였다. 이 칼럼을 쓰며 나는 C와의 페이스북 친구를 끊고 그 시절의 참 묘했던 짝사랑을 떠올리며 많이 웃었다. 당시 술값으로 쓴 카드 값을 떠올리면 조금 가슴이 쓰리긴 했지만 말이다.


내 기억 속의 그는 여전히 매혹적이다. 어쩌면 가질 수 없었기에 더욱 아름다운 채로 남아있을 수 있었던 남자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아직은 게이커플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주진 않는 사회이지만 나는 앞으로도 C가 예쁜 웃음을 간직하고 그의 남편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아 참! 그러고 보니 네 덕분에 나는 흰 셔츠에 대한 패티쉬가 생겼다. 








COSMO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