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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은

곽정은 l LOVE BLOGGER
연애 칼럼니스트
한국에서 가장 많은 섹스컬럼을 쓴 사람 그보다 더 많은 현장 취재기사를 써온 기자 And, What's next?

2014.08.24 Sun

연애가 우리를 치유할 수 있을까

[곽정은의 러브토크] 누구도 원해서 상처받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분명 삶의 순간순간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연애를 통해 이 모든 상처를 극복할 수 있을까? 연애와 상처의 함수에 대해 묻는다.



자존감이 무너진 그녀,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내가 매주 녹화에 참여하는 <마녀사냥>. 지금까지 숱한 사연을 접해왔지만 지난주 사연이 더 특별히 다가왔던 건, 그 사연이 내가 늘 마음속에 중요하게 품고 있는 두 단어, ‘자존감’과 ‘치유’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2년째 연애 중이지만 지친 한 남자의 하소연으로 사연은 시작한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자신을 컨트롤하는 모습에 반해 사귀기 시작했지만, 옷차림이나 화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2시간 반씩 처음부터 다시 준비를 하거나, 4박 5일간 함께 여행을 떠나도 민낯을 한 번도 보여주지 않는 그녀의 모습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얘기였다. 외모에 대한 강박 때문에 자연스러운 데이트도 불가능하고, 모든 여자를 견제하고 적으로 돌리는 태도 때문에 불편하다는 것. 그가 쓴 모든 문장에는 괄호 옆에 이 말이 들어 있었다. ‘이렇게 자존감 낮은 여자, 진짜 문제 있지 않아요?’

아무리 남자가 노력을 한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자존감이 낮은 여자라면 둘이 정상적인 연애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니 이 관계는 헤어지는 것이 낫다는 내용의 토크가 이어졌다. 하지만 나는 그린라이트를 끄지 못했다. 그녀가 자존감이 부족한 것도 맞고, 그런 상태가 계속 이어진다면 남자가 이별을 고하는 것도 시간문제겠지만 ‘그녀가 왜 그렇게 되었을까’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단지 예쁘게 태어나지 못했다는 이유로 경험했을 세상의 은근한 차별은 마음속의 상처로 남았을 것이다. 고군분투해서 살을 빼고 자신에게 맞는 메이크업 테크닉도 알게 되어 확실히 외모가 나아지긴 했지만, 과거에 받은 마음속 상처는 ‘예쁘지 않으면 사랑받을 수 없어’라는 생각으로 여자를 끊임없이 몰아갔을 것이다. 예쁘지 않게 태어난 한국 여자에게 그리 드문 경험도 아닌데, 그녀가 자신의 상처를 재빨리 복구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비난받아야 할까? 남자 친구를 2시간 반이나 기다리게 한 매너 없음은 비난할 수 있을지라도, 그녀의 낮은 자존감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었다.



누구나 친밀하고 따스한 관계를 가질 권리가 있다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연애하는 데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크다고. 마음이 건강한 사람과 연애를 해야 좀 더 행복한 연애를 할 수 있다고. 물론 이 말은, 많은 경우 옳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상대방의 호의를 곡해하기도 하고, 의존적이거나 혹은 자기 파괴적인 행동으로 연인을 당황하게 하니까. 설상가상으로, 연애를 할 땐 감정의 영역이 더 우선이 되기 때문에 자신의 트라우마를 오히려 자극하고 후벼 파는 관계(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를 둔 딸이 비슷한 성향의 남자를 선택한다든가 하는)에 빠지는 일까지 생긴다. 그러므로 치유되지 않은 상처와 건강한 연애란 공존하기 쉽지 않다고 말해도 좋겠다. 좋아하는 사람과 친밀하고 사적인 애착 관계를 가진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삶의 온기를 높여주는 일이기에 슬픈 기억을 잊는 데는 분명 도움이 되겠지만, 연애 상대라는 이유로 상대방의 정서적 문제를 다 감당해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

내면의 상처를 극복하고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연애를 배제한 다른 일상에서 ‘성취의 경험’을 하는 것이다. 타인에게 진심으로 사랑받고 인정받는 일이 연애가 아닌 다른 영역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확신하는 순간 비로소 ‘연애를 안 해도 꽤 행복하지만 연애를 해서 더 이 행복을 함께 나누고 싶은’ 상태에 이를 수 있다. 그 상태가 되면 누군가를 만나 또 다른 종류의 상처를 입는다 해도 크게 절망하지 않으며, 오히려 더 단단한 내면을 갖게 된다. 그리고 ‘나의 상처를 치유해줄 사람을 찾기 위해 눈을 크게 뜨는 것’이 아니라 ‘내 상처 자체에 눈을 크게 뜨는 것’도 중요하다. 내 상처의 크기가 어떻고 부위가 어떻고 진행 상황이 어떤지, 집요하게 파고들어 혼자 맞서는 것이 중요하다. 상담도 필요하다면 당연히 받아야 한다. 행복한 척, 아무 상처도 없는 척 자신을 가장하는 것은 마치 앞서 소개한 사연 속 여자가 한 번 외출에 2시간 반 동안 자신을 꾸미는 일과 같아서, 당사자는 늘 전전긍긍하고 지켜보는 사람은 진이 빠진다. 상처를 입어서 사랑받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상처가 없는 척 가장해서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다. 자신의 상처에 완벽히 솔직하게 눈을 뜬 바로 그즈음, 그 상처를 보여주어도 괜찮을 사람이 누구인지 판별할 수 있는 눈도 함께 열리게 마련이다. 사랑과 치유가 하나의 관계에서 모두 이뤄지길 원한다면, 자신의 상처를 인식하고 혼자 서는 것과 절대 만나서는 안 되는 부류의 사람을 인식하는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만 한다. 따뜻하고 충만하게 사랑받고 싶은 그 마음이 온전히 이해받기 어려운 세상인 것은 틀림없지만, 치유의 황홀경을 접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트라우마를 지녔던 사람들이다. 

연애가 우리의 모든 상처를 치유해줄 순 없지만, 애초에 갖고 있던 상처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사랑이 제각기 다른 길로 가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상처 때문에 사랑에 실패할 것인가, 상처로 인해 좋은 사랑을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인가. 답은 열려 있고, 우리 각자에게 사랑할 시간이 그저 많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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